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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어르신과 아이들이 1대 1로 짝을 이뤄 갖가지 놀이문화를 체험한다. 단오 날엔 창포물에 머리 감기를 했다. 추석을 앞두고 송편을 빚고 한과도 만들었다.
 어르신과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 블록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의 하나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의 회룡경로당에서다.
어르신과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 블록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의 하나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의 회룡경로당에서다. ⓒ 이돈삼

노래 소리가 들리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살포시 내다보니 어르신과 아이들이 어울려 놀이를 하고 있다. 블록을 함께 쌓더니, 손을 맞잡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어르신도, 아이들도 모두 신이 난 표정이다. 흡사 오랜 친구들 같다.

지난 10월 27일 회룡마을 경로당에서다.

회룡마을 경로당은 전남도청에서 가까운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에 있다.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치매예방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한국치매예방협회 목포·무안지부(지부장 송은주)가 진행했다.

 어르신과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 블록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이 쌓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어르신과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 블록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이 쌓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 이돈삼

 높이 쌓던 블록이 무너져내리자 어르신들이 긴 탄식과 함께 함박웃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의 회룡경로당에서다.
높이 쌓던 블록이 무너져내리자 어르신들이 긴 탄식과 함께 함박웃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의 회룡경로당에서다. ⓒ 이돈삼

어르신과 어린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전문 강사의 진행에 맞춰 팀별로 블록을 쌓았다. 팀은 어르신과 아이 각 네댓 명씩 이뤄졌다. 어느 팀이 블록을 무너뜨리지 않고 높이 쌓는 놀이였다.

행여 무너질세라 손끝에서 긴장감까지 묻어났다. 잘못 건드려 쌓던 블록이 무너진 팀에선 장탄식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르신들은 친손자 대하듯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어르신들도, 아이들도 모두 즐거워했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었죠. 어르신들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지 않으면 어쩔까 하고요. 그런데 기우였어요. 아이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어르신들도 친손자를 대하듯이 반기고, 같이 어울려 주시고요."

송은주 지부장의 말이다.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송은주(가운데) 한국치매예방협회 목포무안지부장이 어르신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의 회룡경로당에서다.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송은주(가운데) 한국치매예방협회 목포무안지부장이 어르신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의 회룡경로당에서다. ⓒ 이돈삼

 어르신들이 팀을 나눠 보자리로 재기를 치며 옆으로 옮기는, 보자기치기 놀이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의 하나다.
어르신들이 팀을 나눠 보자리로 재기를 치며 옆으로 옮기는, 보자기치기 놀이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의 하나다. ⓒ 이돈삼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 아이들은 경로당과 한 건물을 쓰고 있는 남악공립어린이집 소속이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경로당과 마주보고 있다. 평소 한 식구나 다름없이 지내는 경로당과 어린이집이다.

어르신들은 또 예닐곱 명씩 나눠 보드 게임을 하고, 플라스틱 컵으로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동요 '고향의봄', 대중가요 '목포의눈물'이 이어졌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목청을 높이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젊은 날의 고향 풍경이 스치는 듯 했다.

보자기를 펼쳐들고 재기를 높이 올리는, 보자기 치기도 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오자미 돌리기를 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어린이들과 어울려 플라스틱 컵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다. 플라스틱 컵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흡사 악기 같다.
어르신들이 어린이들과 어울려 플라스틱 컵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다. 플라스틱 컵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흡사 악기 같다. ⓒ 이돈삼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춰 노래를 하며 춤을 추고 있다. 조복순 어르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시간이다. 오른편에서 춤을 추는 분이 조복순 어르신이다.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춰 노래를 하며 춤을 추고 있다. 조복순 어르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시간이다. 오른편에서 춤을 추는 분이 조복순 어르신이다. ⓒ 이돈삼

"즐겁지. 운동도 되고. 무릎을 다시 수술해서 몸이 좀 불편헌디, 마음은 정말 즐거워. 기분도 좋고. 아그들도 내 손주처럼 하나같이 이쁘고.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한다는 것이 서운하기만 해."

이숙자(79) 어르신의 말이다. 어르신은 얼마 전에 무릎 재수술을 해서 불편하지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했다.

"나는 다 즐거운디, 그 중에서도 노래하고 춤추는 시간이 젤로 좋아. 봐봐. 내 어깨가 절로 움직이잖어."

노랫가락에 맞춰 춤을 추던 조복순(84) 어르신의 말이다. 다른 어르신들이 "눈 떴어? 안 떴어? 눈 뜨고 얘기해"라며 장난을 치자, 눈을 크게 떠 보이며 웃는다. 눈이 유난히 작은 자신을 놀리는 말에도 개의치 않고 웃어넘긴다.

 어르신들이 팀을 이뤄 보자리를 펼쳐들고 재기를 높이 올려 옆으로 옮기는, 보자기치기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서 보자기를 펼쳐들고 있는 분이 임영님 어르신이다.
어르신들이 팀을 이뤄 보자리를 펼쳐들고 재기를 높이 올려 옆으로 옮기는, 보자기치기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서 보자기를 펼쳐들고 있는 분이 임영님 어르신이다. ⓒ 이돈삼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끝나고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의 회룡경로당 풍경이다.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끝나고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의 회룡경로당 풍경이다. ⓒ 이돈삼

"복 받았지. 우리 경로당은. 다른 디 경로당도 이런 거 한당가. 안 해. 아그들 보는 것도, 선생님 만나는 것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이것 끝나고 밥도 같이 먹응께 좋고. 여럿이 같이 먹응께 밥도 정말 맛나."

분홍색 옷과 머플러로 한껏 멋을 낸 임영님(82) 어르신의 말이다. 어르신은 어린이집 아이들이 손자고, 선생님이 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생님은 '내가 어디가 아픈지, 머리를 어떻게 했는지도 알아본다'고 했다.

회룡마을 경로당의 치매예방 프로그램은 한국치매예방협회 목포·무안지부가 지난 5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6농촌교육·문화·복지지원사업'에 공모, 지원을 받았다. 프로그램은 매달 세 차례, 올 11월 말까지 진행한다.

 어르신들이 다 함께 일어서서 춤을 추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무안 회룡경로당에서다.
어르신들이 다 함께 일어서서 춤을 추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무안 회룡경로당에서다. ⓒ 이돈삼

 어르신들이 방 안에 둘러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국치매예방협회 목포무안지부의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무안 회룡경로당에서다.
어르신들이 방 안에 둘러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국치매예방협회 목포무안지부의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무안 회룡경로당에서다. ⓒ 이돈삼

프로그램에서 세대간 관계형성이 가장 눈길을 끈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1대 1로 짝을 이뤄 갖가지 놀이문화를 체험한다. 단오 날엔 창포물에 머리 감기를 했다. 추석을 앞두고 송편을 빚고 한과도 만들었다.

보드 게임, 공예 활동, 종이 접기, 색칠 하기 등도 했다. 어르신들의 뇌 활동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노래, 춤, 요가 등은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더 큰 목적은 지역공동체를 만드는데 두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시니까 했죠. 대학생, 고등학생들도 자원봉사를 하고요. 특정 세대가 아닌, 지역 구성원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치매 예방이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이 사업이 11월로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요.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을 여러 지역에서, 더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송 지부장의 기대 섞인 바람이다.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끝낸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노래를 부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군 남악리 회룡경로당에서다.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끝낸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노래를 부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10월 27일 전남 무안군 남악리 회룡경로당에서다. ⓒ 이돈삼



#치매예방#송은주#회룡경로당#한국치매예방협회#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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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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