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척도는 대체로 주관적이다. 오늘 하루 계획한 일을 다 해냈을 때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고, 까다로운 시험에 통과했을 때나 소원하던 일을 이루었을 때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대단히 '개인적인 차원'인데 이때의 '성공'은 대략 주관적인 만족 정도로 해석된다. 어려운 것은 '사회적인 차원'의 성공이다. 이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인정받는 것이다.
성공의 기준은 각양각색이지만 대부분의 성공 스토리를 관통하는 일관된 특징은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두각을 나타내 남의 눈에 띄고 인정받으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조를 의미한다. 성공하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자기 분야의 규칙을 바꾸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사막의 프라다와 깡촌의 점빵, 둘의 공통점은?
성공의 씨앗은 아이디어다. 태초에 어떤 발상, 어떤 생각을 했는가가 성공이든, 실패든 이후에 펼쳐질 여정을 좌우한다. 이것이 발상의 전환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갈망하는 이유다.
브랜드 컨설턴트인 프랑스 출신의 야코포 페르페티가 쓴 <성공하는 아이디어에 영감을 주는 거의 모든 이야기>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책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아이디어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을 짚어내고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는 방법에 대해 인문학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마케팅 책인 것 같으면서도 반드시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하지만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 성공하는 아이디어 만드는 방법을 단박에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아이디어를 구성하는 요소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었는지는 찾을 수 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아이디어는 순수한 상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50쪽)
저자는 물건의 특별함은 물건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위치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건이 위치한 상황'이란 맥락이자 스토리다. 스토리는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가치를 전파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스토리가 진실하고 믿을만하다면 사람들 속에 파고드는 가치는 더욱 견고해지고 오래 지속될 것이다.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스토리 덕분에 얻게 되는 믿음과 신뢰다. 저자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31쪽)이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사는 시골에는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가 없다. 매 골목마다 24시간 편의점이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와는 천지차이다. 간단한 먹거리, 칫솔과 같은 생필품을 사려고 해도 차를 몰고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이것은 대단히 큰 문제다. 어쩌면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들을 '구매난민'이라고 부른다.
이런 곳에 3평 남짓한 '점빵'이 생겼다. 매주 이틀은 트럭에 각종 물건을 가득 싣고 마을 구석구석을 돈다. 트럭이 도는 날이면 어김없이 사무실로 어르신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우리 동네에는 몇 시쯤 지나가는지, 막걸리를 주문할 수 있는지, 집에 쌓인 빈 병은 처분해줄 수 있는지 등등.
이 책을 보면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프라다 매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덴마크 출신 예술가가 미국 텍사스 사막에 세운 프라다 매장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밤이 되면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패션가 중심에 위치했다면 그저 그런 상점이었을 텐데 사막 한가운데로 옮겨 놓으니 근사하고 주목받는 작품이 된다. 바로 '탈 맥락화'다. 기존의 생각을 비트는 것이다.
우리 마을 '점빵'도 비슷하다. 도시 골목에 있었으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초라한 구멍가게에 불과했겠지만, 시골 허허벌판에 옮겨 놓으니 없어서는 안 될 마을의 보물창고가 됐다.
맥락화든, 탈맥락화든 결국은 스토리다. 어떤 스토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책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여섯 단계를 제시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화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믿을만한 독특한 실화가 있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그렇게 창조된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망가진 차를 탄 채로 사막 한가운데 있다면아이디어의 도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과 자원을 적절하게 동원하고 배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적당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줄 만한 사람들을 모아내며, 그것을 발전시킬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변화를 상상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다른 변화를 위해 마주한 변화를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늘 놀라움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중략)...번번이 걸음을 멈추고 서서 변화를 이야기 하고 그것을 따르거나, 아니면 그것을 앞서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변화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변화에 '열중해야' 한다.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이해하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며,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변화는 우리 주변을 발전시키고, 평범한 것을 특별한 것, 특별한 것을 평범한 것으로 만들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116~117쪽)
진정한 혁신은 상이해 보이는 요소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는 행위이며, 그것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과정은 개방적인 정신과 전체적인 관점을 전제로 한다. 새로운 사물과 새로운 기능을 상상하기 위해 단순한 사물 및 그 기능을 뛰어넘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244쪽)
책 중간에 '주가드'라는 개념이 나온다. '소박한 혁신'이라는 뜻의 '주가드'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식의 해법을 찾아내는 경영을 의미한다. 에밀 르레이는 1993년 사하라 사막을 종단하던 중 차가 고장나자 아무런 장비도 없이 무려 12일 동안 고장난 차를 개조해 오토바이를 만들어 사막을 탈출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해 위기를 돌파한 이야기다.
귀농해 시골 농촌에 9년째 살고 있는 내가 보기에 지금 농촌의 현실은 '망가진 자동차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 있는 상황'과 같다. 차를 오토바이로 바꾼 이야기처럼 기존의 틀을 해체하는 파괴적이고도 창조적인 혁신이 절실한 곳이 바로 농촌이다. 농촌을 살리기 위한 '주가드'를 위해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갈 젊은 일꾼들이 많아져야 한다.
누구나 자기 관점에서 책을 읽는다고, 나는 내가 사는 터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지혜를 구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의미있게 보았다. 글의 서두에 성공의 척도는 주관적이라고 했듯이,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봄직 하다.
덧붙이는 글 | <성공하는 아이디어에 영감을 주는 거의 모든 이야기> (야코포 페르페티 지음 / 미래의 창 펴냄 / 2016. 5. / 15,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