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7일 "행정 권력이 무력화되면서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가 국정운영을 정상화시킬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면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따른 국정공백 상황을 타개할 '로드맵'을 여야가 함께 짜자고 제안했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여야를 찾아,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 인준 문제를 포함해 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영수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과 같은 취지다. 특히 한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을 만나 "이 어려운 때에 여야가 대화하는 장을 만들어주십사 부탁드린다. 대통령께서 국회에 오실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이 당장 국정주도권을 회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 대통령의 '2선 후퇴'가 피할 수 없는 것이 다수 견해라면, 그 대안에 대해서 국회가 본질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그를 피한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한 것이다. 즉 영수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는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국회를 방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를) 국회가 새로운 논의의 장으로서 국정정상화의 책임을 다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겠다"면서 "야당 역시 국난 극복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보다 국가적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거국중립내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생각한다. 거국중립내각을 중심에 두고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하야니, 탄핵를 거론하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자세가 못 된다"라고 덧붙였다.
"4.19 직후의 자유당 혹은 10.26 직후의 공화당 되지 않길 바라"다만 그는 예산국회와 거국내각 구성 후 사퇴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이정현 당대표 등 친박 주류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저는 어떻게 보면 주류(친박) 쪽 지원을 많이 받아서 당선됐지만 그렇다고 제가 계파패권의 일원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고 '중앙선을 지키겠다'고도 공개적으로 말했다"라면서 "더 이상 계파패권, 지역패권으로는 우리 당 안 된다. 다시 태어나겠다는 각오로 당을 리빌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당명이나 로고 바꾸는 걸로 (리빌딩)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차원 높은 혁신과 대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면서 "제발 (새누리당이) 4.19 직후의 자유당, 10.26 직후의 공화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한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적절한 시점에 결심하실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필요한 조치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기 전 탈당 결정을 한다면 보다 논의가 쉽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야당으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으실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것이 '2선 후퇴'이고 명실공히 거국중립내각 꾸리는 수순을 밟고 계시다면 궁극적으로 당적 정리 문제도 고민하셔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고 답했다.
다만 당에서 공개적으로 탈당 주장 등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탈당 여부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결심 사안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지켜보는 게 더 나은 자세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김 전 대표가 탄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안이라고 한 것도) 이번 사태의 진상이 좀 더 규명된 다음에 판단할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 문제를 놓고 '분당'까지 거론되는 당내 상황에 대해서는 "이정현 대표와 어제 밤에도 한참 통화했고 4~5일 전에도 3시간 가까이 문 걸어 잠그고 얘기한 적 있다. 그 때도 내가 '동반사퇴하는 길 밖에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대통령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내 이 대표 밖에 의논할 상대가 없는데, 그것을 매정하게 끊고 가기가 당대표 입장에서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