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노동자들이 9일 오후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민주화를 화두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공장 밖으로 나온 것은,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온 이후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을 만나 '국무총리를 국회가 추천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지엠지부(지부장 고남권)는 9일 오후 4시 부평공장에서 조합원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에게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민주주주의 파괴에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정권 퇴진 조합원 시국대회'를 개최한 뒤 부평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앞서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3일 긴급 간부합동회의를 열어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그 뒤 한국지엠지부와 전현직 지부장 등은 공장 내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가며, 오는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조합원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지엠지부는 시국대회 때 "오늘 가두행진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광장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들불처럼 번지는 국민들의 '박근혜 하야' 요구에 이젠 노동자들이 응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철야농성 중인 이성재 전 지부장은 "역사는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한국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은 오늘을, 바로 이 자리를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라며 "2016년 11월 12일 100만 민중총궐기로 박근혜를 퇴진시킨 날, 역사는 노동자들이 공장을 박차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 둑이 무너졌다고 기록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김병준 사무지회장은 "지난주 광화문에 모인 20만 국민의 외침을 박근혜는 아직 듣지 못한 것 같다. 국정을 농단하고 정부의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해 뒷돈을 챙기고, 딸을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시킨 것도 모자라 교수를 협박해 학점을 따는 등 최순실의 죄는 나열조차 힘들다"라며 "민주주의를 마비시키고 친 재벌정책으로 온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박근혜를 반드시 끌어내리고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벌들은 안정적인 3대 경영권 세습을 위해, 구속된 재벌 총수의 특별사면을 위해, 또 각종 사업에서 특혜를 얻어내기 위해 수십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제공했다.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재벌은 이번 사건의 핵심공범"이라면서 "12일 100만 민중총궐기로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노동자들이 꿈꿀 수 있는 세상, 그 꿈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자"라고 덧붙였다.
고남권 지부장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노동조합의 투쟁이 국민들의 삶을 변화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며, 국내 대기업 노동조합을 향해 "국민들과 어깨 걸고 광장으로 나가자"고 호소했다.
고남권 지부장은 "노동조합은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으로 국민들의 삶에 기여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언제부턴가 스스로 담벼락을 쌓았다. 자본과 보수언론의 공격에 대기업노조는 고립됐다"라며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지지받는 노조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뒤 "지금 이 순간,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박근혜 퇴진' 민심에 따라, 민중들의 이 준엄한 명령에 따라, 부패한 박근혜 정권과 수구세력과 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역할을 보여줄 때"라면서 "한국지엠지부를 시작으로 전국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넘어 어깨 걸고 거리로, 광장으로 나가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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