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이 왔습니다. 이태원대학교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의 역사에 대해 강의하셨던 학과장님께서 몸소 수집하신 일제 당시 지폐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당시 전쟁에 필요한 물자 충원을 위해 각종 금속을 공출했고 그 결과 저액주화를 발행할 금속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액 지폐를 만들어 유통했습니다.
패전 후에도 소액지폐를 만들었는데 당시 상황이 반영되어 지폐 도안에 평화를 상징하는 그림들이 들어갔습니다. 비둘기, 오쿠보 도시미치(정한론 반대론자)가 대표적이지요.
보내주신 지폐 가운데는 군표(軍票)도 있었습니다. 군용수표라고도 하는 군표는 일제가 점령지에서 유통하던 군용 특수지폐였습니다. 이 군표는 위안소에서 주로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일부 우익세력은 군표를 근거로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 폄하합니다. 그러나 당시 군표는 위안소를 운영하는 업자가 갈취했으며 패전 후 결국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도 존재합니다. 설사 군표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발적 매춘'의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잠시 지폐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봅니다. 엄혹했던 시절 강제로 끌려가야만 했던 조선 민중들과 '위안부' 할머님들의 아픔을 이렇게라도 느껴보고 싶어서 말이지요. 두고 두고 이 지폐를 보며 그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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