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찍긴 찍었는데…저 사람이 맞아?"
10일 오전 10시께. 구속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던 사진 기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호송차에서 내린 차씨가 이마부터 정수리, 뒤통수까지 모두 훤한 민머리 상태였기 때문이다. 구속 이틀째였던 전날 오전 소환 조사 때까지만 해도 그는 앞머리를 이마 위로 길게 내리고 뒷머리 숱도 풍성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머리 없는 차씨는 전날과 동일인이라 보기 어려운 외양이었다. SNS엔 '최순실이 차은택과 대질신문을 했는데 차은택이 머리가 없어서 못 알아봤다더라'라는 유머가 떠돌았다. 일각에선 '모든 것을 포기한' 차씨의 심정을 대변하는 모습이란 해석까지 내놨다.
차씨가 수용된 서울구치소와 이를 관할하는 법무부의 설명에 따르면 차씨의 이날 '대변신'은 그가 평소 착용해온 가발이 자연스럽게 머리에서 떨어져 나간 탓이라고 한다.
내막은 이렇다. 구치소에 입소한 수용자는 자신이 가진 금품과 물건을 모두 구치소 측에 보관을 위해 맡겨야 한다. 이를 '영치'(領置)라 하며, 영치 대상에는 옷이나 신발은 물론 가발 역시 포함된다.
그런데 8일 구속된 차씨의 경우 가발이 머리에 견고하게 붙어 있는 상태라 이를 강제로 떼어내면 두피가 심하게 손상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구치소 측은 가발 접착력이 떨어져 자연스레 머리와 분리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이 때문에 차씨는 구속 다음 날인 9일 가발을 그대로 착용한 채 언론에 노출됐다. 그러나 가발은 그날 밤 구치소에서 결국 접착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10일 오전 차씨가 떨어진 가발을 자발적으로 교정 당국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차씨가 전날의 사복 차림과 달리 재소자복을 입고 언론 앞에 선 것은 다소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순실(60)씨의 경우처럼 수용자들은 바깥으로 나올 때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복을 입을 수 있다.
그럼에도 차씨는 이날 스스로 재소자복 차림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차씨가 정말 '자포자기'를 했다는 분석과 함께 '여론의 동정표'를 얻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엇갈린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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