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셔츠에 검정 숄을 걸친 다나카 이즈미(田中いずみ)씨는 12일 오후 전시장을 찾은 기자에게 차분히 그림 설명을 해주었다. 조금은 환상적인 그러면서도 온화한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는 그림책 작가 다나카 이즈미씨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마치 동화의 나라에 빠져든 느낌이다.
지난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인천관동갤러리(관장 도다 이쿠코)에서 열리고 있는 <하늘과 숲과 공주님> 전에는 일본과 중국의 옛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따뜻하고 정감 가는 그림 20여 점이 전시 중이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자아내는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일본화의 전통 기법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그림책 작가 다나카 이즈미씨는 전시장의 그림 하나하나에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해주었다.
"이 그림은 일본의 역사서 고지기(古事記, 서기712년)를 소재로 한 것입니다. 이미지는 제가 상상으로 이끌어 낸 것이지요." 이끼 가득한 푸르른 숲 속에 흰 사슴 한 마리가 무언가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우라시마 이야기' 그림 속에는 수선화와 목련, 벚꽃과 꿩, 참새 등이 함께 어우러져 나오고, 중국 동화를 소재로 한 '별나라에 사는 공주 자매' 그림에는 서양의 백설공주처럼 중국의 아리따운 공주들의 춤추는 모습이 환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다나카씨는 젊은 시절 중국을 방문한 적 있다. 특히 몽골 풍경에 매료되어 몽골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그림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민족과 접하는 계기를 통해 그들의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림의 문외한인 기자에게 일본화 기풍이라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이라든가 '고요한 시간' 등은 언뜻 풍기는 분위기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림책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대체로 온화하고 정감어린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그것은 작가가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동화의 메시지를 그림 속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설명을 마친 다나카 이즈미씨와 차 한 잔을 나누다 보니 이번 한국 방문이 4회째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것을 알았다. 혹시 그의 그림책 속에 한국 동화의 세계도 그려질 수 있을까 하는 소박한 꿈을 가져보았다.
<다나카 이즈미 작가 약력>1956년 일본 나가사키 출신, 일본화 기법의 그림책 작가. 2005년 몽골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들꽃처럼> 출간, 2008년 제21회 우에노 숲 미술관이 주최한 <일본의 자연을 그리다> 전 입선, 2009년 가와사키시 시민미술전 입선 등 다수, 2010년, 2015년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출판 <그림책 대상> 준대상 수상. 현재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
<전시안내>* 2016년11월11일~20일 / 금토일 10:00~18:00 개관
* 인천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 38 (관동2가4-10)
전화:032-766-8660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