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행자부)가 관공서와 학교를 대상으로 '국기의 청결도' 등을 검사하기 위한 점검반을 만들었다. 일부 공무원들은 "박근혜 정부가 국기를 인격화해 사실상 용의검사까지 벌이고 나선 것은 구시대적 행정낭비"라는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자부 문서 "국기와 게양대 '청결도' 점검하겠다"16일, 행자부가 만든 '국가상징 선양 실태 점검계획' 문서에 따르면 이 기관은 지난 14일부터 점검반 32명이 16개 시도와 3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태극기 선양 실태 점검에 나섰다.
행자부는 이 문서에서 "국기관리 소홀에 따른 각종 민원이 발생했다"면서 "국가상징 선양이 우수한 기관을 발굴해 연말 정부 포상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문제는 행자부가 계획한 점검사항이다. 이 기관은 6개의 점검사항 가운데 2개 항목에 걸쳐 '청결도'를 포함시켰다. 맨 앞에 내세운 '국기 게양대와 게양된 국기의 청결도'와 세 번째 내세운 '주요 도로변, 공원 등의 가로기 청결도'가 그것이다.
행자부는 이 문서에서 "본 점검 계획을 일선 기관까지 전파하라"면서 "합동 점검 시 지적되는 사례는 일선기관 전파 및 시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지역 한 교사는 "최순실 표 정부상징이 바로 태극무늬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시국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국가 행정력을 동원해 태극기 용의검사에 나서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면서 "태극기가 청결하지 못해 불편을 느낀다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구시대적 행정력 낭비 아니고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실 관계자는 '국기를 너무 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오염훼손이란 말을 '청결도 점검'이라고 표현한 것일 뿐이며 태극기가 깨끗하지 못해서 민원이 발생한 사례가 많다"고 해명했다. '구시대적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라 지난해에도 점검을 한 것이며, 전체 관공서를 모두 점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기법은 박근혜 정부 들어 국기에 대한 존엄성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2014년 1월 28일부터 시행, 공포된 법이다.
2014년 시행 국무총리 훈령 "강하식에 학생 참여"
한편, 2014년 12월부터 시행된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국무총리훈령) 가운데 일부 내용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훈령은 '별표8-부처별 추진사항'에서 교육부의 경우 '(국기) 게양·강하식에 학생 참여'라고 적어 놓았다. 유신시대처럼 학교에서 국기 하강식을 벌이고 학생을 동원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24시간 국기를 걸어놓기 때문에 따로 하강식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