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퇴진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은 박 대통령뿐 아니라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씨까지도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보수단체가 총결집한 집회에선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언론조차 적대시하는 분위기였다.
박사모, 엄마부대봉사단 등 80여 개 보수단체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연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시민의 외침' 집회는 본래 오후 2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1시경부터 사실상 집회가 시작됐다.
주최 측이 준비한 의자 650석은 이때부터 만석이었고, 이윽고 롯데마트 방향 계단과 서울역광장 강우규 의사 동상까지 자리가 메워졌다. 무대 뒤쪽 KTX역사 쪽 계단도 집회참가자로 메워졌고, 광장 옆 택시승강장 2개 차로까지 집회 장소가 확장됐다.
오후 3시 30분 경찰은 이 집회 참가자수를 1만 1000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6만 7203명이 참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사모가 전국 조직을 동원한 이날 집회에는 부산·대구 등 지방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온 이들도 많았다.
"개생양아치들아~!" "보톡스 안 한 아줌마 얼마나 되나?"이날 연단에 선 연사들은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은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야당을 향해 "혁명을 하려는 사람들이 핏값을 치를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이 개생양아치들아~!"라고 외쳤다. 또 '트럼프가 박근혜를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고 오보를 낸 방송사를 향해선 "이 개호로자식들!"이라고 욕했다. 다른 연사는 '종북좌파'를 언급하며 "드르르르륵! 갈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 국민회의 총재 시절 특보였고 평민당의 창당발기인,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도운 김경재 자유총연맹 중앙회장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최순실 인맥을 샅샅이 뽑아내고 대탕평 인사를 해서 남은 1년 4개월을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최순실과 정윤회는 박 대통령이 외롭고 컴컴한 암흑 속에 있을 때 지켜준 사람들이다. 박근혜를 인간적으로 사랑하고 보호해준 사람이므로 우리가 그들을 인정하자"며 "대한민국 아줌마 가운데 보톡스 안 한 사람이 여기 얼마나 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최순실은 죄가 없다'는 기조는 송만기 경기도 양평군의원의 발언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스스로 "깐죽대는 김제동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주장한 그는 "승마장 가서 훈련하려면 학교 출석은 불가능하다"며 "대한민국 승마 국가대표 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겨우 이화여대를 들어간 거 갖고 언론이 그렇게 방송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의 감사 결과와 정유라씨의 이대입학 취소 조치에 대해 "훈련을 한 날은 다 수업일수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개같은 수작이 있느냐"고 외쳤다.
이날 집회가 한창 진행되던 중 강우규 의사 동상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참가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렸다. 한 참가자는 "최순실이 정말 나쁜 사람이지 이제 박 대통령이 잘 하면 된다"고 했지만 다른 참가자는 "미디어가 나쁘다. 최순실이 대통령 친군데, 그 정도를 했다고 뭐라 하면 되나. 아직 재판도 안 끝났는데 나쁘다 하면 되느냐"며 "언론을 믿지 말라"고 맞받았다.
주최 측은 당초 집회 뒤 광화문까지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하야 촉구 측과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과의 협의로 남대문 앞까지로 한정했다. 주최 측으로부터 '남대문까지만 행진한다'는 공지를 들은 참가자들은 "어휴~ 다 죽여버려야 하는데", "다 밀어버려야 하는데" 등의 말을 내뱉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거의 모든 언론에 적대적이었다. <오마이TV> 카메라 기자는 집회 시작 뒤 일찌감치 집회장 밖으로 밀려났고, 최순실 관련 특종을 많이 한 JTBC 카메라 기자는 집회 장소에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외에도 다른 종편 채널이나 <조선><중앙><동아>에도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성토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