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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대 교수 170인의 시국선언 기자회견 모습
영남대 교수 170인의 시국선언 기자회견 모습 ⓒ 박수연

저는 영남대학교 학생입니다. 영남대학교는 박근혜 대통령이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지냈던 학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박 대통령의 헌정유린 사건이 저에게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습니다.

영남대학교은 이번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왕립대학교' 아니냐며 비판적인 말들을 들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영남대학교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더욱 심해졌고, 어디서 학교 이름을 말하기도 부끄러웠습니다. 저와 같은 영남대 학생들과 교수님들도 저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남학원의 이사장과 이사를 지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박 대통령이 이사장과 이사로 재직하던 시기에 박 대통령 측근들이 부정입학과 공금횡령 등을 저질러 문제가 됐고, 이로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1988년 영남대에서 쫓겨나다시피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영남대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한 듯합니다. 2009년 영남대가 정상화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4명의 이사를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새마을국제개발학과'가 있습니다. '지역개발학과'가 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 '새마을국제개발학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새마을국제개발학과 최외출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불립니다.

새마을국제대학원도 있습니다. 저개발국가의 학생들을 데려와 새마을교육을 시키고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하는데, 영남대 학생들은 이 대학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이 역시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많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새마을국제대학원의 원장은 최외출 교수였습니다. 최 교수는 최근 글로벌새마을포럼, 지구촌발전재단, 글로벌새마을네트워크, 박정희연구원 등 많은 재단을 주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특혜를 받으며, 실체가 불분명한 재단을 운영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최 교수의 재단 운영에도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이 개입돼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침묵했던 교수들과 학생들이 지난 8일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여느 시국선언문과 비슷했지만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우리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한다는 그 자체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왕립대학교'라 불리는 영남대학교에서 박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야해야 한다는 시국선언을 했다는 건, 혼란스러운 국가를 바로잡기 위한 진심 어린 걱정을 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특히 영남대 시국선언만큼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와 학생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힘과 권력을 독점한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 일당들의 유착과 협상에 대해 우리 민주공화정의 기본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진 사건"이라며 "한국의 산업화를 빠른 시간 안에 압축적이고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하는 한국 보수 기득권층의 썩어 문드러진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라 규정했습니다.

170여 명의 교수들도 "대한민국은 더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순실 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최순실에게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고 지탄했습니다.

교수들은 이어 "최순실은 대통령을 앞에 세우고 자녀의 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국정전반에 개입해 사리사욕을 채웠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통치능력을 상실했다, 국가의 위기를 관리해야 할 대통령이 이제 국가의 위기 자체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영남대 학생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합니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의 횡포를 막을 생각보다는 국민의 평화를 막고자 하고 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보다 자기 측근과의 소통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지금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과 싸움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즉시 하야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더 이상 헌법을 더럽히며 국민을 힘들게 하지 마세요.


#영남대#시국선언#박근혜#최순실#영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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