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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자기 젖먹이를 잊을 수 있겠느냐? 자기 태에서 낳은 아들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느냐? 비록 이 여자들은 잊는다 해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 이사야 49:15.

[앞선 기사] 눈물 보인 아빠, 딸에게 사과하라고 하자...

분위기를 심상찮게 여겼던지 똑깍인형의 엄마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실로 나가주었다. 일단 똑깍인형의 아빠가 본인을 닮으면 안된다고 강한 반응을 보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똑깍인형의 아빠에게 지금 상황으로는 대화를 이어가거나 깊이 분석하는 것은 일단 뒤로 미뤄야 할 것이기에 약간 흐름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았다.

 똑깍인형의 아빠는 아이가 자신을 절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똑깍인형의 아빠는 아이가 자신을 절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pixabay

나 : "음. 가끔 어떤 아빠들은 자녀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다보니 자녀가 본인의 외모나 성격 닮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제가 아버님을 뵙고 보니 똑깍인형이 아빠를 닮아서 일단, 외모가 눈에 띌 정도로 피부가 깨끗하고 자세가 반듯한 것 같아 보기 좋았는데 아버님은 원치 않으시나요?"
아빠 : "네"

끝. 입을 다문다. 나는 절대로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이라도 한 듯 온 얼굴이 굳어 있다.

나 : "이런 말씀드리면 어떤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는데 잠깐 제 얘기를 해도 될까요?"
아빠 : "네".
나 : "제 어머니가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제가 당신 마음에 들지 않을때 '너는 발가락까지 니 아버지를 닮았다'구요. 사실 저도 놀랄 정도로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닮아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전에 제 아버지 또한 당신 닮는 것, 그 중 특히 성품 닮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똑같은 것을요. 아버지는 본인이 유익한 쪽으로 단 한 번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남에게 10원도 꾸지 못하는 분이셨지요. 답답하리만큼요. 그러니 가장으로서 처자식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가끔 의문스러우셨던지 어느날 막걸리를 드시고 오셔서 우리들에게 '너희들은 나처럼 살지 말라'고까지 하셨습니다.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시던 엄마는 늘 돈에 쪼달리며 사셨어요. 저 또한 여유로운 생활은 못하지만 사실 마음은 이렇게 편안할 수 없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누구를 만나도 당당할 수 있어서 그것이 제일 좋답니다."
아빠 :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나 : "저는 아버지가 가장 닮지 않길 바라셨던 그 성품을 닮은 덕에 지금 이런 일을 당당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감사합니다. 똑깍인형 아버님 또한 성품이 곧아 보이셔서 저는 좋아 보입니다 ."

똑깍인형의 가족에 관해 회상하다 보니 그동안 나의 생활이 보인다. 지금까지 나와 1:1 관계였던 분들을 통하여 그 사람의 원가족(부모와 자녀) 모두와 필요할 때 서로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가장 감사한 일이다. 똑깍인형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본 글을 써도 되는지 전화로 물어보았을 때에도 기꺼이 오케이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그때는 몰라서 그랬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건강한 가족으로 지내게 되었으니 괜찮다"고 해주셨다. 똑깍인형의 친조모께서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다시 상담장면으로.

똑깍인형의 엄마를 통하여 똑깍인형의 친조모에 대하여 들었단 얘기는 하지 않았다. 본인이 원할 때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똑깍인형이 본인을 닮지 말아야 한다고 하셔서 왜 그러시는지 궁금해져요. 원하시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조차도 묻지 않고 내려놓았다.

나 : "똑깍인형의 아버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동안 제가 이런저런 고생을 많이 했네요?"
아빠 : "네?"
나 : "저에게 조카가 있는데 그 아이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안계시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의 모친과 제가 함께 그 아이를 키웠지요. 어려서 많이 아팠거든요."
아빠 : "어디가요?"
나 : "사고후유증으로 주치의께서도 살지 못한다고 했었거든요."
아빠 : "그래서요?"
나 : "지금은 감사하게도 건강을 회복하고 중학생입니다."
아빠 : "다행이네요. 조카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나요?"
나 : "아빠만 돌아가셨고, 올케는 재가를 했어요."

순간 내가 움찔할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눈을 부릅뜨면서.

아빠 :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요. 자식이 있는데 '재가'라니요! 그게 뭐 중요하다고 딴 데로 시집을 가요. 아들을 남겨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런 사람은 엄마의 자격이 없어요. 그렇게 가서 잘 살 것 같으세요. 어림도 없어요. 그것도 모르면서 무슨 재가를 해요. 애는 어쩌라고 자기가 낳았으면 자기가 책임을 져야지 그게 뭐예요.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이렇게 쏟아놓고도 아직도 분이 안풀렸던지 계속 이어간다.

아빠 : "사람이 사람다워야지 그게 뭐예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자기를 남겨두고 엄마가 다른 곳으로 떠날까봐 애가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엄마라는 사람이 애는 생각을 안해요. 애를 생각하는 게 엄마지 애보다 자기를 먼저 생각하는 자가 어떻게 '엄마'라고 할 수 있어요. 애를 혼자 남겨놓고 시집을 가다니 그게 애미라는 사람이 할 수 있어요. 선생님 안그래요?"

"안그래요?"라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선생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지요?"라고 묻는 것 같지만 그것은 "내 말이 맞지요!!!"라는 확인차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얗고 깨끗했던 얼굴에 붉은 핏기가 목을 타고 올라왔고 목소리는 흥분된 상태였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속사람(핵심감정)이 빨리 우연찮게 나오고 있었다. 나를 뚫어져라 보면서 묻고 있는 사람에게 나는 약간 조심스럽게.

나 : "가능하면 아이는 부모가 키우면 좋지요."
아빠 : "가능하면요? 그건 아니지요. 꼭 키워야 하는 거죠. 키우지 않을 거면 낳지 말아야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계획도 없이 어떻게 아이 낳을 생각을 해요. 무엇보다도 아이를 지켜주고 아이를 위해서 살 생각을 해야지 그게 부모 아니에요. 특히나 엄마라는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요."

나 : "엄마라는 사람이~?"
아빠 : "그럼요. 엄마가 뭐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죽어 없어지기 전에는 아무리 생활이 어렵고 힘들어도 스스로 키울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안그래요 선생님?"

이렇게 이 사람은 자기 모친에 대한 분노를 계속 폭발하면서 가끔 나에게 동의를 얻듯 질문을 했다. 똑깍인형의 조모에 대한 아빠의 분노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그동안 이 사람을 얼음신사로 만들고 있던 꽁꽁 묶어두었던 덩어리가 풀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쌓여있었구나. 이렇게 늘 엄마가 자기를 두고 다른 곳으로 갈까봐 두려웠었구나….


#불안#두려움#엄마#얼음신사#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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