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문란에 화난 2만여 명의 대구시민들이 26일 오후 눈비가 내리는 중에도 반월당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모여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등 예술가들이 오후 3시 30분부터 '하야하롹' 콘서트를 진행하자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오후 6시가 지나면서 2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박근혜를 구속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자유발언과 공연 등으로 진행된 시국대회에서는 시민뿐 아니라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의 발언이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인 이용수 할머니도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발언을 쏟아냈다.
김우진(14)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나왔다"며 "탄핵보다 대통령이 먼저 하야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김혜원 학생도 "수능을 치기 전에 이런 사태가 일어나서 공부하는데 힘이 빠졌다"며 "박 대통령의 모습이 국제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창피하다,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로 변호사는 "어느 정치인이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말했지만 우리의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며 "강제집행 당하기 전에 빨리 방을 빼라, 식물대통령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당신이 있을 곳은 감옥이다"
조창현 공무원노조 대경본부장은 "우리 공무원들은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었나, 이런 사람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나 자괴감으로 분노하고 있다"며 "당신이 있을 곳은 감옥이다, 검찰은 당장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장하은 학생은 "올해 10살이고 어리지만 우리나라가 이렇게 나쁘게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자유발언을 하게 됐다"며 "우리는 최순실 아줌마가 아닌 박 대통령을 뽑았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은 하야하고 정의롭게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수 십여 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죄하라고, 배상하라고 요구해왔다"며 "지가 뭔데 10억 엔에 합의를 하고 우리를 죽이려 하나, 절대로 그냥 둘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청소년의 일갈... "내가 대통령이라면 '하야하겠'다"교복을 입고 나온 청소년들은 '청소년 모여라'는 피켓 아래 모여 '내가 대통령이라면'이라는 A4 용지에 각자의 소망을 담아 붙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민주화를 이루겠다"거나 "친일파를 척결하겠다" 등의 내용을 적었다. 또 다른 학생들은 "하야하겠다"라고 적기도 했다.
약 2시간에 걸쳐 자유발언이 끝난 후 시민들은 시내를 돌아오는 거리행진에 나섰다. 시민들은 2개조로 나뉘어 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 대중교통전용지구, 반월당네거리-계산오거리-서성네거리-중앙네거리 대중전용교통지구로 돌아오는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이어 오후 7시 30분부터는 다시 중앙로에 모여 방송인 김제동씨가 진행하는 '만민공동회'가 진행된다.
한편 이날 오후 2시30분에는 언론노조 대구경북협의회가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는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KBS대구방송, TBC, MBC대구·포항·안동, CBS대구지회 등 언론노조는 "우리는 무너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촛불을 든 대구경북 지역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지역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는데 모든 노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의 진정한 주인 국민을 배신하고 권력에 언론을 통째로 갖다 바친 언론 부역자들을 척결하는데 앞장설 것"이라며 "빼앗긴 민주주의를 되찾을 때까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