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의 만 10세~65세 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2016 게임 이용자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최근까지 67.9%가 게임 (온라인, 모바일, 패키지, 콘솔 등)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은 굉장히 친숙하고 밀접한 취미 생활이 되었다.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바일 게임이 60.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온라인 게임(38.4%)이 뒤를 이었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함께 기존 온라인 게임이 대세던 게임 시장에서 판도가 모바일 게임으로 확 바뀌면서 이쪽 시장은 이른바 '기회의 땅'이라고 불렸다. 소규모 게임 업체들이 적은 자본금이지만 톡톡 튀는 게임 기획으로 성공신화를 써 온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제 더 이상 소규모 업체들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게 되었다. 충분한 자본력은 물론 사람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 플랫폼을 발판 삼아야 게임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번 A-Z가 만난 게임회사 프로그래머 김현진(가명) 님 역시 2012년부터 이 일을 시작해서, 올해 3월 지금의 회사로 왔다. 현재 이곳은 스타트업 회사(신생회사)로 내년 첫 모바일 게임 런칭을 목표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직업이 되었다"원래 게임을 엄청 했죠. 지금도 많이 하고요. 어렸을 때부터 오락실 다니고, 중고등학교 때 한창 PC방이 생기면서 주구장창 게임을 하고 다녔어요. 그러다 제가 집안 사정으로 대학에 못가고 스무살 때 1년을 놀다가 프로그램 쪽으로 배워둔 게 있었는데 학점은행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이쪽 일을 해야지 확신이 들었죠. 그리곤 군대 갔다 와서 바로 취업을 했죠."취미 생활을 직업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업무와 게임을 즐기는 것이 구분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은데 가급적 게임은 즐기려고만 해요. 물론 직업이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거니까 신규 게임이 나와서 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하면 다 해보죠. 저희가 만들려는 게임이랑 장르가 비슷한 게 나왔다 싶으면 그것도 해보고요. 게임을 하면서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생각을 하게 되죠. 프로그래머들을 비하하는 건 아닌데, 논리적인 코딩을 짜야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체로 성향이 단순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일과 게임도 구분을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기획자들은 수많은 게임을 보면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잘 안됐으면 뭐 때문에 안됐을까 생각을 많이 해야 하니 두통을 달고 사는 것 같아요."회사 도착하면 판교 근처에서 커피 마실 때가 많아요. 직원 분들과 오전에 커피 마시면서 잡담도 하고 일 얘기도 상의해요. 그리고 회사 들어오면 각자 맡은 일들을 하죠. 대개 게임회사는 기획, 프로그램, 그래픽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어요.제가 하는 프로그램 일은, 그래픽 팀이 게임 전체 기획에 맞게 캐릭터를 만들면, 그 캐릭터를 실제 움직이게 하는 일을 해요. 쉽게 말해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보면 되죠. 아 그리고 제가 프로그램 일도 하면서 클라이언트 파트장도 맡고 있어요. 클라이언트라면 실질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로직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거기 책임자인거죠. 제 일뿐만 아니라 파트원들 능력이나 업무 속도에 따라 일을 분배해줘야 하고, 잘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하고 그런 게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게임회사는 야근과 과로의 상징과도 같은데 실상은 어떠할까?
"아무래도 대체로 야근을 하죠. 그렇다고 일이 없는데 눈치 봐서 야근하고 그런 문화는 없어요. 물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요. 게임 런칭을 앞두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는 항상 야근이죠. 런칭하면 수입과 직결된 문제라 버그도 잡아야하니까요. 특히 서버 프로그램 관리하는 분은 게임을 런칭하면 초반엔 거의 집에 못 간다고 보면 돼요. 몇 분이서 교대로 돌아가면서 일을 하죠. 초창기에 테스트가 완벽하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예상보다 접속자가 많아지면 서버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늘 사무실에서 24시간 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해요."그래도 주말만큼은 보장 받는다.
"제가 볼 때 지금 회사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요. 평일은 어려워도 웬만하면 주말을 지켜주려고 하거든요. 입사해서 지금껏 공휴일에 출근하게 딱 1번이에요. 사장님 마인드에 따라 결정되죠. 게임회사 사장들이 대체로 젊은 축에 속하는데 본인들이 처음에 엄청 고생하면서 일했는데, 그게 싫어서 회사를 차리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본인이 주말에 일하기 싫은 걸 아니까 억지로 직원들에게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라고 시키지 않죠."그러나 이른바 꼰대 마인드 "내가 예전에 다 해봐서 아는데" "내가 젊을 땐 몇 날 며칠씩 밤을 새봤다"인 분들은 일을 오래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이들이 있는 회사는 주말에도 어김없이 직원들이 출근한다.
"동료들 중에 일을 오래하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두통약을 달고 살다가 못 이겨서 일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 사람을 봤어요. 손목이 아파서 수술 때문에 일을 그만둔 사람들도 있고요. 워낙 장시간 일을 하니까 몸이 피로하다는 걸 느끼고요.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하면 11시, 12시니까 운동을 할 시간도 없어요."수많은 게임회사들이 사라진다"게임 런칭 했다 망해서 자금 사정으로 문 닫는 경우가 태반이죠. 만일 자금력이 조금 있어서 버틴다고 해도 3~4년이에요. 회사가 문을 안 닫아도 직원들이 한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아요. 게임회사들이 이직에 대해서 자유로운 게 있어서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이직하거나 프로젝트에 따라 하고 싶은 게 있으니 이동이 자유로워요. 신입 직원들도 들어오면 대개 1~2년 안에 나가는 사람이 진짜 많죠."판교에 밀집해 있다 보니 이쪽 업계 바닥이 좁은데 이직도 많다 보니 회사도 그렇고 일하는 사람들도 소문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
"이직을 많이 하다보니까 사람 뽑을 때 대개 경력을 보잖아요. 그러니까 이전 회사에 물어봐요. 일은 잘하냐? 성격 괜찮냐? 체크가 들어가는 거죠. 만일 업계에서 재수 없으면 소문 잘못나서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게임업계에서도 외주화가 판을 친다. 게임 실패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최근 규모가 있는 게임 회사의 경우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자회사, 계열사 형태로 외주를 주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만일 해당 게임이 망하면 자회사 자체를 해체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직원들은 그 회사의 다른 자회사를 알아보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죠. 원래 회사는 만일 게임이 망해도 본사의 손해는 크지 않고 자회사나 계열사가 책임을 뒤집어 쓰죠."나이 들어서도 이 일을 하고 싶다"정규직이긴 한데 정년은 의미가 없어요. 지금 생각으론 이 회사 있을 때까지는 있으려고 해요. 그나마 다른 파트들은 감각도 중요한데 프로그래머들은 기획이나 그래픽과 달라서 기술적인 능력이 더 중요해서 조금 더 길게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마흔 정도에는 결론 나는 것 같아요. 회사를 차리든지, 전체를 총괄하는 피디가 되든지, 아니면 현장에서 계속 프로그램 일을 하든지요. 만일 이 업계를 떠난다면 닭 튀기겠죠. 우스갯소리로 다들 그 얘기해요 나이 먹으면 기술도 없고 할 수 있는 건 치킨집 차리거나 커피숍을 하거나 선택지가 이것밖에 없다고요."그러나 이 일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죠. 게임 개발하는 게 재밌거든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친구들 보면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꾸역꾸역 취업해서 일하는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지금껏 꾸준히 해나가니까 거기서 오는 자부심을 느껴요. 일하는 것도 보람 있고요. 저희는 주기적으로 빌드를 뽑아요. 게임 실행파일을 확인하는 건데요. 이때 버그가 없으면 진짜 좋죠. 웬만해선 한 번에 될 때가 없거든요. 그런데 한 번에 되고 투자자한테 보내서 확인받았는데 문제가 없고, 수정 의견도 없을 때가 일할 맛 나죠. 반대로 버그도 많고 뭐 하나 고쳐도 해결이 안 되고 그럴 땐 프로그래머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죠."사람들이 내가 만들 게임하는 걸 보고 싶다"실력을 더 쌓아서 지금은 실무 개발자인데 팀장도 되고 테크니컬 디렉터, 기술 감독도 되고 피디도 해보고 싶어요. 프로그램 관련해서 강연도 다니고 싶고요. 게임 런칭이야 당연히 제일 하고 싶어요. 내가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하는 걸 보고 싶어요."마지막으로 김현진 님은 게임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둬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전했다.
"이쪽이 야근도 많고 주말 출근도 잦고 시간도 없는 건 맞는데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꿈을 좇아서 오는 사람들이거든요. 힘든 조건에서 일하기는 하지만 다들 즐겁게 일하고 있으니 좋게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힘들어도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저도 중간에 일을 그만뒀을 때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많은 생각들을 했었는데 그때 포기하지 않길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재현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