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29일 오후 3시 3분]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답변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라며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치권이 논의할 정권 이양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해석에 따라서는 국회에 공을 떠넘기고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비쳐졌다.
대통령 담화에 대한 여야 정치권 입장은 엇갈렸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담화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초연하게 모든 걸 내려놓는 듯한 말씀을 하셨다. 대통령 퇴진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답을 준 것"이라고 하면서도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야당 대표의 반응은 싸늘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담화 직후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건 없는 하야가 민심이고, 즉각 퇴진이 국정 수습하는 지름길이고 유일한 길임에도 대통령은 하야 언급 없이 국회에 책임을 떠넘겄다. 한 마디로 탄핵을 앞둔 상황에서 교란책이고, 탄핵 피하기 꼼수다. 우리는 헌법수호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라 탄핵발의 서명을 시작한다. 우상호 원대대표를 중심으로 의원들 마음을 모아서 탄핵 절차에 한 치도 흔들림 없이 단일 대오로 나아갈 것이다."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촛불 민심과 탄핵의 물결을 잘라버리는 무책임하고 무서운 함정을 국회에 또 넘겼다.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이나 퇴진 일정은 밝히지 않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은 현재 국회에서 여당 지도부와 어떠한 합의도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한 퉁치기"라며 탄핵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다.
같은 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다음달 1일까지 스스로 퇴진일정을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3당이 국회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기로 한 예정일(2일) 전에 언제 물러날 지를 밝히라는 것이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대통령 담화를 "나는 여전히 대통령이며 국회에서 합의 못하면 임기 다 채울 것이다"고 한 줄로 요약했다.
다음은 박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 여러분,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 취임해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습니다.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