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방영된 KBS 2TV <개그콘서트> '아재씨' 코너. 박영진은 한 남성 안에 잠재해 있는 아재 악령으로 빙의했다. 그러나 박영진은 별로 웃기지도 않은 썰렁한 개그를 여러 차례 구사했다. 결국, 웃겨서 웃긴 게 아니라 너무나도 허무한 탓에 나도 몰래 웃고 말았다.
중년 남성은 어둠 속에 등장해 한약 팩을 쪽쪽 빨아 먹는다. 이후 한약이 몇 방울 남아 빨리지 않자 물을 타서 남은 한약을 헹구어 마신다. 병원에서는 수액을 보고 "이걸 들으면 스웨그?"라고 말하고 억지웃음을 유도한다. 일명 '아재 개그'는 계속 이어진다. 약봉지를 들어 올리며 "약 오르지?"라고 하고, 파스를 라이터 불에 붙이며 "파스타!"라고 외치기도 한다. 또 "의사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뭔지 알아? 닥터 피시야!" 라며 실소를 자아낸다.
권위를 내려놓은 친구 같은 '아재'의 전성시대. 2016년이 그랬다.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피식 웃게 되는 개그처럼, 꽃미남은 아니지만, 친구 하고 싶은 그 이름은 바로 '아재'였다. 아재 열풍은 우리 사회의 굳어진 세대 갈등과 위계 문화를 반증하는 현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토닥였다.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와 함께 나만의 개성을 찾는 친구 같은 아재들이 이 시대를 이끄는 주역으로 재조명받은 최초의 해였다.
스크린에서 <부산행>이 빛났다면, 안방극장에서는 <태양의 후예>가 승자였다. <부산행>은 '각자도생'의 시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반면, <태양의 후예>는 병원, 법정, 궁궐 등 장소와 시대를 막론하고 무조건 연애는 빠지지 않는다는 '한국 드라마=기승전멜로'임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사는 게 힘들어질수록 휴식 같은 단순하고 달콤한 콘텐츠들이 우리를 위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로는 딱 거기까지였다. 우리가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모여 백만 개의 촛불을 들고 암울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할 것이라 어디 상상이나 했던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정국만 덮친 게 아니었다. 영화 티켓 대신 우리는 촛불을 들었고, 얼어붙은 극장가와 안방극장의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 사태가 촉발된 11월 이전까지만 해도 2016년 안방극장은 '태후 앓이'가 승자였다. 상황부터 비주얼까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설정이 가득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로맨스에 충실한 극의 전개가 사람들을 빠져들게 할 줄은 몰랐다.
약해져가는 공동체, 개인의 불안이 타자와 시스템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음을 확인해준 <부산행>. 좀비로부터의 생존을 다룬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낯선 소재임에도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국가도 지역사회도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장면 곳곳에서 풍자했지만 결국 나아진 것은 결코 없었다.
2016년 9월 21일, 경주에서 규모 3.5 여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 트위터나 국민안전처 재난문자보다 3분 먼저 속보를 알려준 숨은 공신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지진 앱 '지진이'였다. 이제 국민은 긴급재난문자보다 개인이 만든 지진 앱과 알람에 더 의존하며 스스로 '생존배낭'을 꾸리며 재난 대비까지도 'DIY(Do It Yourself)' 중이다.
촛불을 들며 분노로 밤잠을 못 이루며 잠시 접어두었던, 지난 1년간의 회고를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우리는 지난 1년간 과연 어떤 문화에 열광했고, 또 그 배경이 된 트렌드는 무엇이 있었을까? 2016년 한 해의 한국 소비문화의 흐름을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7>을 통해 회고해 보자.
서울대 소비 트렌드 연구센터는 매년 다음 해의 전망을 해당년의 띠로 만든 10개 키워드의 머리글자 조합을 내놓는 전통이 있다. 원래 2007년 학술지를 내면서, 그 해의 띠를 사용하여 'Golden pigs'라고 명명했고 이때가 시초가 됐다. 이 해에는 황금돼지 열풍이 불어 쉽게 붙이기 시작한 것이 이후 전통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2016년을 전망하는 10개 트렌드의 앞글자로 띠 이름을 넣어서 작명하게 된 키워드는 'Monkey bars(놀이터나 유격장의 구름다리)'였다. 일단 키워드 'Monkey bars'를 작명한 후, 다시 이 키워드의 앞글자만 따서 문장으로 완성하는 전망예측법인 것이다. 지난해, 'Monkey bars'를 풀이한 2016년의 전망은 다음과 같았다.
▲Make a 'plan Z' : '플랜 Z', 차선의 플랜 B를 넘어선 플랜 Z. ▲Over-anxiety Syndrome : 과잉 근심사회, 램프 증후군.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 1인 미디어 전성시대.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 : 가성비의 약진, 브랜드의 죽음. ▲Ethics on the stage : 연극적 개념소비.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 미래형 자급자족. ▲Basic Instincts : 원초적 본능. ▲All's well that Trends well :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Rise of 'Architec-kids :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Society of the like-minded : 취향 공동체.2015년에 내놓은 2016년의 전망을 요약하면 개미와 베짱이의 정신을 동시에 탑재한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시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1인 미디어와 '있어빌리티', 해시태그로 뭉친 취향 공동체, 그리고 원초적 본능을 찾는 소비자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트렌드 상품을 정확히 예측한 것일까?
서울대 소비 트렌드 연구센터에서 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하여 선정된 '2016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은 ▲간편식 ▲노케미(No-Chemi.)족 ▲메신저 캐릭터 ▲부산행 ▲아재 ▲O2O 앱 ▲태양의 후예 ▲OO페이 ▲힙합 순이었다.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하지 않더라도 항목 대부분은 키워드와 일맥상통했다.
특히 과잉 근심사회(Over-anxiety Syndrome)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부분은 그대로 적중했다. 신화를 무너트린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촉발된 '노케미족'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정작 믿고 의지할 만한 정보의 부재가 이젠 의심을 넘어 불신을 키우고 말았다. 어디 가습기 살균제뿐인가. 치약, 물티슈 등 오랫동안 써왔던 제품에도 치명적인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소식에 정부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증폭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온라인 이모티콘의 오프라인 진출은 SNS상의 캐릭터도 이제는 '덕후'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했다.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메신저 캐릭터의 인기는 화장품, 패션, 편의점, 자체상표상품(Private Band, 백화점·슈퍼마켓 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과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이종 기업 간의 협업)으로 많은 상품이 캐릭터의 옷을 입고 소비자에게 정착한 한해였다.
이와 함께 시공간에 제약 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배달O', '배달의OO' 등의 O2O 서비스는 몇 년 전까지 기술에 불과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사용률이 폭증했다. 또 'OO페이', '페이OO'로 대표되는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은 금융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타인의 눈치 보지 않는 직설의 쾌감, 바로 힙합 열풍이었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상위 4곡 중 1곡은 힙합이었다. 힙합의 인기는 단순히 음원에 그치지 않고 패션과 식품 등의 상품과 협업으로 이어졌다. 격식이나 예의보다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패션이나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다양성 추구 등 정해진 정답을 거부하는 새로운 가치관의 확산이 힙합 문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2017년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내년 동향 키워드를 'CHICKEN RUN'으로 선정했다. 위기에 처하자 비상의 날개를 펴고 극적으로 울타리를 탈출한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런>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철조망 울타리에 갇혀 정체와 혼돈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새롭게 비상하는 염원에 내년의 전망을 담았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제시하는 키워드 'CHICKEN RUN'을 통해 2017년 한국 소비문화의 흐름을 예측해보자.
▲C'mon, YOLO! : 지금 이 순간 '욜로(YOLO) 라이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란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이다. 즉, 올해는 일에 얽매이지 않고 한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추세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래 이 용어는 미국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주로 주제를 전환할 때 던지는 말이었다.
그런데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에서 류준열이 혼자 아프리카를 캠핑카로 여행 중인 한 금발의 여성을 만난 장면이 전파를 탔다. 혼자서 여행을 해서 대단하다고 칭찬하자 그 외국인 여성은 "YOLO!"라고 화답했다.
이 표현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는데, 실제로 외국 여행객들이 주로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는 'HELLO' 또는 'GOOD LUCK' 대신 'YOLO'라는 인사가 더 대중적이다.
▲Heading to 'B+ Premium : '새로운 'B+프리미엄' 모나미 볼펜이 50주년 기념으로 '153 볼펜'을 프리미엄 한정판으로 2만 원에 내놓았다. 그러나 출시 직후에 동나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가격이 30만 원대까지 치솟고 말았다. 1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에서는 카레밥, 소갈비도시락, 장어 덮밥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즉, 추가비용을 내고서라도 그 가치 있는 제품을 구매하고야 말겠다는 추세다. 내년에도 평범한 대중 제품(B)에 가치(프리미엄) 추가와 업그레이드로 'B+' 제품을 납득가능한 가격에 내놓는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I Am the 'Pick-me' Generation : 나는야, 픽미세대! 몇 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단 3분 동안의 공연으로 탈락이 결정되는 청춘들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한민국에 '픽미' 열풍을 일으킨 현실 축소판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프로듀스 101>. 치열한 경쟁 속에서 뽑혀야 살 수 있는 요즘 세대를 픽미(Pick Me) 세대라 부른다. 신인가수도 경선으로, 요리 경연도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가면을 쓰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복면가왕 프로그램도 인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공개적 입증 절차를 거쳐야 선정되는 투명한 절차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뽑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낙심은 말자. 선택에서 탈락했을지라도, 경험하고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가 청춘들에게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Calm-Tech', Felt but not seen :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간단한 아이디어로 예상치 못한 경제적 파급력을 불러온 사례가 있었다. 미국은 매년 천식으로 인해 1인당 200만 원가량을 지출했다. 천식 관리제품을 만드는 프로펠러 헬스는 배터리와 GPS 센서를 붙인 스마트 천식흡입기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기구의 사용빈도와 천식의 발작빈도가 높은 지역을 파악, GPS 상에 기록된 데이터를 모아 지도에 표시하는 작업을 지속했다.
그 결과 천식 발생률이 높은 지역이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조사단을 파견하여 환경조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해당 지역에 천식 유발 오염물질을 대량 발견했고 어린이스쿨버스 경로를 변경하는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작은 센서 하나만 붙였을 뿐인데, 증상호전과 더불어 관련 보건예산도 절약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앞으로는 수백조 개가 넘는 센서로부터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 및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Key to Success: Sales : 영업의 시대가 온다 한국야쿠르트는 프랑스 국민 치즈로 불리는 '끼리'를 오프라인 매장에 납품하지 않고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만 단독 유통한다. '방금 짠 우유처럼 신선하다'라는 포인트를 제대로 전달하고 고객과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도록 방문영업과 연결한 것이다.
지난 3월에 출시된 '콜드브루'도 시중에서는 팔지 않고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판매하면서 매출이 4배나 뛰었다. 특히 모바일 앱을 통해 야쿠르트 아줌마의 위치를 확인 후 사다 보니 구매행위가 재미있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영업의 시대'는 과거의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변화가 반영된 스마트한 감성이 개입된 방식을 말하고 있다. 그중에서 2017년도에 주목해야 하는 영업은 바로 대면영업이라고 강조한다.
▲Era of 'Aloners' : 내 멋대로 '1코노미' 요즘 혼밥, 혼술이 대세단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혼놀, 혼영, 혼드는? 혼자서 놀기, 혼자서 영화 보기를 말한다. 혼드는 혼자 드라마 보기다. CGV가 2016년 상반기 혼영 비율을 조사했더니 11.7%였다. 그런데 이 중 20, 30대층 관람객은 70%가 넘었다. 이를 반영하여 실제로 1인용 좌석이 등장했다. 이른바 혼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앞으로 젊은 계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1코노미'에 대한 산업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No Give Up, No Live Up :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바이바이 센세이션이란 구매와의 이별 현상을 뜻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고가에 사들인 접시가 자신의 눈앞에서 것을 목격한 일본인들. 자신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던 물건들이 한순간에 흉기로 돌변한 이후, 일본인들의 버리기 열풍이 시작됐다. '버리는 삶'에 대한 도서들 다수가 일본 도서인 이유다. 우리나라 경주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이후, '비우는 삶'이 곧 살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Rebuilding Consumertopia :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제조자가 시장권력을 가지고 있던 시기가 시장권력 제1기, 제2기는 그 권력을 유통이 점유했다. 이제, 최근 시장의 권력은 소비자에게 넘어가는 제3기로 접어들었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받고 이용할 수 있는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온 것이다. 즉, 소비자의 요구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한다고 전망했다.
▲User Experience Matters : 경험 is 뭔들? 소비시장에서 체험의 경계가 확장되며 경험이 경제활동의 핵심적인 화두가 될 것을 예견했다. 예를 들면 '치맥 is 뭔들'은?' 치맥이면 무엇이든 좋다'라는 뜻이다. 올해 여름은 속초행 여행상품이 소셜커머스에서 가장 화젯거리인 상품이었다. 이 게임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내 포켓몬 GO 이용자들의 수치를 합산한 추산치는 1440억 걸음. 이는 지구에서 달을 143회 왕복하는 거리가 맞먹는다. 결론은 수많은 건강, 운동 관련 앱이 나왔지만 포켓몬 GO만큼 실질적인 운동 효과를 낸 것은 없다고 말한다.
올해 7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면서 다양한 브랜드가 마케팅경쟁을 벌였다. 그중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큰 주목을 받았다. '플라잉바이크'라는 주제로 VR 영상을 보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이는 소비자가 브랜드 스토리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No One Backs You Up : 각자도생의 시대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하다'란 뜻이다. 2016년 9월, 경주 지진 발생 시 정부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2017년의 키워드는 이 '각자도생'과 함께 '욜로 라이프'다. 어쩌면 이 두 키워드는 같은 현실 자각을 기반으로 한 트렌드의 양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올해도 그랬지만 2017년도 믿을 건 나밖에 없는 세상이다.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나를 보호해줄 수 없다.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절박한 시대다. 지극히 현재 지향적 모습인 '욜로 라이프'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2017년이 그저 암울하기만 하다.
철조망 울타리에 갇혀 혼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영화 <치킨런>의 주인공처럼 훨훨 날 수는 없을까? 그저 기적만을 기원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책에서는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기 전에 내년도 경제, 나라 살림, IT기술, 제도, 문화, 생활에 대해 언급했으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 항목들은 올해 10월 말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지면에서 생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