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누군가는 퍼스트 펭귄이 되어야 합니다. 그 추운 남극과 북극에서 앞장서 물로 뛰어드니 제2, 제3의 펭귄이 바다로 뛰어듭니다. 그런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한 때입니다."여수넷통뉴스 엄길수 신임 이사장의 말이다. 11월 30일 그는 어려움에 처한 지역 언론이 지역 기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암울한 시대를 밝힐 퍼스트 펭귄을 기자에 비유했다.
지역 언론 살릴 'P= F(A. M. O) 법칙'
지역언론을 창간후 5년간 여수에서 고려대 정책대학원과 경영전문대학원을 다니며 새벽 첫 KTX를 타고 저녁에 내려오기를 반복한 그가 배운 것은 '새로운 시대정신'이었다.
그는 지역언론을 키우기 위해서는 "훌륭한 기자와 인재들을 발굴해 동기부여와 기회를 줘서 생계형 기자가 아닌 신념을 갖고 지역을 선도하는 자부심을 줘야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고려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배워온 여수넷통뉴스에 접목시킬 경영철학은 P= F(A. M. O)입니다. 여기서 Performance(성과)는 함수 F에다 Ability(능력), Motivation(동기부여), Opportunity(기회)을 주자는 겁니다. 지역 언론이 살기 위해서 능력 있는 사람을 동기부여로 보상주거나 아니면 기회를 주면 지역에서도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인터넷시대 시민과 소통하는 시민언론 여수넷통뉴스가 1일 창립 5주년을 맞았다. 오후 6시 30분 여수 목화웨딩홀에서 새출발을 다짐한다. 2009년부터 3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2년 12월 1일 창간된 여수넷통뉴스는 지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1만218건의 뉴스를 생산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권이 시도한 인터넷 언론 말살정책인 5인 미만 강제폐간 신문법 시행령에 따라 여수넷통뉴스는 3년 전 이태리 볼로냐를 견학하며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월 헌재에서 새언론법 위헌결정에 따라 협동조합설립 추진을 해산했다. 이후 지난달 14일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장 선출까지 잰걸음을 걷고 있다.
한창진 초대 이사장과 오문수 이사장에 이어 세 번째로 취임한 엄길수 이사장은 30년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여수넷통뉴스 출범과 함께 5년 전 고려대 정책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수료 후 현재는 경영전문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엄길수 이사장은 창간 멤버다. 운영위원으로 여수넷통 편집위원장과 문화사업단장을 맡았다.
엄 이사장은 "30년간 교단에 몸담았지만 새로운 시대정신을 가지려면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현재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총교우회 사무부총장을 맡으며 러브콜도 있지만 박수칠 때 떠나는 것도 방법이기에 신임 이사장직을 수락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인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5년간 돈 엄청 까먹으며 다른 분야의 공부에 임했다"면서 "이사장직을 수락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정면 돌파를 했다"라며 "여수넷통뉴스가 재정은 열악하지만 살아있는 뉴스로 앞으로 빠른 시간 내 원상화해 새로운 조직형대로 도약하겠다, 기대해 달라"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파헤친 '용감한 기자정신' 필요
그는 이어 "기자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면서 "요즘 박근혜 게이트를 보면 수사관이나 검찰이 못하는 것을 용감한 기자들이 대신하면서 최순실과 박근혜 게이트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라며 "지역 언론도 팩트를 가지고 성역 없이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엄길수 이사장과 나눈 대담이다.
- 이사장 취임 소감 한 말씀? "오늘날은 뉴스의 시대다. 뉴스의 시대에 시민과 소통을 꿈꿔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시민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엄중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아웃사이더가 아닌 민주주의의 중심이라 생각한다. 최순실에 의한 박근혜 게이트는 국민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다. 손석희와 JTBC 뉴스 역할을 보면서 언론의 역할을 배우고 있다."
- 여수넷통뉴스가 타매체와 다른 점은? "여수넷통은 시민이 주인인 신문이다. 시민들이 주주로 주춧돌 회원과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운영되는 지역의 유력 인터넷신문사다. 시민기자 양성을 위해 미디어센타 교육프로그램과 시민기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것이 타언론과 다르다고 보여진다."
- 어떤 언론이 사이비 언론인가?"진실 보도다. 권력에 결탁하는 언론이 사이비 언론이다. 기존의 보수적인 언론에 앞서 그들과 구별될 수 있는 차이점이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권력 있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진실만을 보고 정정당당한 보도를 할 때 시민과 독자 여러분의 성원이 따를 거라 생각한다."
- 시민참여 인터넷 미디어 운동을 기치로 내걸었다. 추진하고 싶은 역점 사업은?"뉴저널리즘이 필요한 시대다. 기존 언론과 차이점이 필요하다. 여수는 지리적인 한계로 소외되고 있지만 동네방네 뉴스, 골목뉴스를 인터넷 공간으로 확장하고 싶다. 5주년을 맞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최해 시민들이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소통하는 시민언론 주권운동을 펼치겠다."
- 본인을 소개해 달라?"3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전남대 사범대를 나와 현재 고려대 정책대학원 총교우회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다. 유한회사 대석 대표를 운영 중이다. 지역사회 연구소 이사와 여수넷통 문화사업단장을 역임했다. 여수지역에 분포된 석장승 연구와 98년 여수시민회관에서 여순사건 50주년 특별전을 개최했다. 학교에서도 다양한 인문학 강연을 펼쳤다."
- 그동안 여수지역의 석장승 등 인문학 강좌가 인상 깊었다."여수지역의 석장승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삶의 터전인 여수사람들의 미와 정체성을 찾아보고자 했다. 장승이란 지킴이를 말한다. <응팔>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에라 벅수야!'라며 벅수를 멍청이로 쓰는 것을 봤다. 젊은이들에게 왜곡된 것이 재생산 되더라. 벅수는 여수의 지킴이다. 여수반도에 25개가 현존하는 향토성이 짙은 해학미를 가진 돌조각이다. 가슴에도 '남정중 화정녀' 간절한 명문들이 새겨졌다. 용왕님께 여수를 지켜달라는 간절한 뜻이 담겼다."
빈사상태 지역언론의 한계... 체질 개선 시급
-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박근혜 게이트를 볼 때 여수도 언론이 제대로 못한 측면이 많다. 어떤 것이라 보나?"재임시절 감옥간 오현섭 전임 시장의 야간조명뿐아니라 최근 웅천 택지개발부터 시작해 권력이 사유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의혹 관련 심층 기사가 필요하다. 언론이 감시자 역할보다는 권력 가진 사람에게 눈치 보거나 충성하다보니 오늘날 국민을 절망의 나락에 떨어 트렸다."
- MB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인터넷 언론탄압으로 인터넷 신문사가 폐간될 위기에 놓였다. 생존을 위해 힘들었을 텐데.여수시민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기치아래 2009년 사회변화에 대한 인터넷미디어 운동에 참여했다. 여수넷통은 비영리 단체이다 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시민참여만으로 인터넷을 운영하기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 특히 초대 대표님의 정계진출로 여수넷통이 빈사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이제 과감하게 자립경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보도자료가 아닌 뉴스의 질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겠다."
- 창립5주년 맞은 여수넷통뉴스의 자랑은?"시민들이 언론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하는 계기를 만든 점을 꼽고 싶다. 지역 단체장이나 토호세력의 권력남용의 폐해를 건전한 비판과 감시자 역할, 지역 고유문화의 정체성을 세운 점을 꼽고 싶다."
-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면한 이마트 트레이드 입점을 저지해야 한다고 본다. 연구보고서를 보면 매장 입점으로 170여 개 소상인들이 문을 닫는 것으로 전망돼 지역 상권이 짓밟힐 걸로 보인다. 여수에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세 곳이 입점해 있지만 지역사회 공헌이 너무 미미하다. 협상없이 허가내주는 것은 자영업자의 도산을 불러온다. 신중해야 한다."
- 주춧돌 회원과 독자들에게 한마디?"그동안 지역 언론으로 우뚝 설수 있도록 도움주신 주춧돌 회원들로 인해 창간5주년을 맞았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뉴스를 바로 써달라는 시민들의 당부를 결코 잊지 않고 여수시민의 자존심이 될 수 있도록 좋은 뉴스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 뜻 있는 시민들의 많은 성원을 당부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