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어떤 약속이든 허망하다"라며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비박계) 소속 의원들은 그 허망함을 기다리지 말고, 그 허망함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라"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퇴진 입장을 밝히라"라고 요구한 비박계에게 쓴소리를 한 것이다.
전날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남 지사는 4일 오전 자신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을 만나 "국회는 탄핵부터 해라. 정치적 해법 마련은 이후에 하면 된다. 선 탄핵, 후 정치적 해법 마련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남 지사는 "탄핵은 국회에 주어진 역사적, 국가적 책무"라며 "이 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국회는 없다. 새누리당은 당연히 없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남 지사는 "소위 절대 친박이라는 의원들은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정치적 범죄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조금이라도 국가와 역사를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행동을 그만두고, 국가와 당을 위해 스스로 자숙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강조했다.
"촛불집회 가보니, '탈당 잘했다' 격려"
이날 탈당파 모임에는 남 지사를 비롯해 김용태 의원, 정두언·정문헌·김상민·박준선·이성권 전 의원 등 8명이 참석했다. 탈당파 나머지 두 명(김정권·김동성 전 의원)은 해외일정 등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유일한 현역 의원인 김용태 의원은 "탄핵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박영수 특검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과 그 일파는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 박 특검을 방해할 것이다. 그러면 이 참담한 게이트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퇴진 약속이 있으면 탄핵하지 않는다'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반헌법적 발상이다"라며 "퇴진은 박 대통령의 마음으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헌법질서문란과 법치훼손을 두고 국회가 탄핵하지 않으면 이건 국회의 헌법위반이란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박준선 전 의원은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하는 김무성, 나경원, 유승민, 황영철 의원 등에게 한 말씀 드린다. 국회의원직에 있을 때 국회 논리, 그들만의 리그에 갇히지만, 저처럼 그만두면 세상 민심이 보인다"라며 "지나보니 별것 아니다. 너무 복잡하게 계산기 두드리지 말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을 두고 식물대통령, 식물정당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제가 보기엔 좀비대통령, 좀비정당이다"라며 "식물은 향기라도 나고, 산소라도 내뿜는데 좀비는 주변 사람들을 오염시키는 나쁜 존재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원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찬반 의원을 공개했다고 (새누리당에서) 고소한다고 그러는데, 그런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라며 "그런 짓 하는 시간에 촛불의 민심이 뭔지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김상민 전 의원은 "어제(3일) 세 번째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민심이 더 뜨거워진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라며 "대다수 시민들과 국민들이 '탈당을 축하한다, 참 잘했다'라고 말하며 와서 끌어안고 격려해주셨다. 심지어 타박하는 사람이 한 분도 없어서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국민 대다수는 즉각 탄핵을 간절히 원하고, 또 대통령의 탄핵을 어떤 국회의원이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정말 알고 싶어 한다"라며 "국민의 뜻에 명확히 부합한 행동을 즉각 실현하는 게 국회의원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