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한 전속 미용사 정아무개씨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는 7일 오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통령의 헤어와 코디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돼 있나"라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이 정씨의 임명자로 명시돼 있는 '대통령 비서실 표준근로계약서'를 제시하면서 황 의원이 물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6일 "2013년부터 대통령의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위해 총무비서관실 소속으로 2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아마도 하급직원들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은 총무비서관실에서 (계약)해서 명의는 제 이름으로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즉, 총무비서관실에서 알아서 계약을 한 것인데 서류 절차상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자신의 이름만 사용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황 의원은 "(모른다는 답변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헤어를 매일 담당하는 분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알면서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계약서에서 정씨를) 헤어라고 구분해 계약한 것으로 봐서는 (대통령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추가 질문에도 "제가 모르는 일이라 답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이날 줄곧 모르쇠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앞서도 "세월호 당일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했다는데, 아이들이 죽어가는 데 머리를 만지는 게 적절한가"라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제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고만 답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대한 답변 태도도 거의 다르지 않았다(관련기사 :
"죽어서 천당가기 어려울 것" 말까지 들은 김기춘). 이러한 모르쇠 답변이 계속되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간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 (저승에서 김 전 수석을) 어떻게 보려고 하나"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박 의원은 "나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 비망록은 업무일지로 만든 것이다. '장(長)'자라고 적은 건 비서실장 지시인데 어떻게 작성자의 생각이라고 하나. 이 대목은 정말 아니다"라고 김 전 실장을 질타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고인에 대해 애도합니다만"이라며 "그 분(김영한 전 수석)에게 울분을 갖게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