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떤 형태로든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전국 각지에서 연일 열리고 있는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일 충남 보령의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에서는 세월호 미수습자 9인을 기리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김환영 작가가 그린 바탕그림에 보령촛불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글씨를 적었다. 작가와 시민들이 공동으로 작품을 만든 것이다. 김환영은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의 원안을 그린 작가로도 유명하다.
김 작가가 펼침막을 펼칠 때만해도 시민들은 쭈볏쭈볏하며 쉽게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에 김환영 작가는 "현수막에 그려진 새는 세월호 미수습자 9인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모두 나와서 그림에 하고 싶은 말을 적고 그림도 그려 보시라"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자 마자 보령촛불시민들은 하나 둘 펼침막 앞으로 모여 들었다. 어린 아이들도 고사리 손을 보탰다. 보령 시민들은 펼침막에 이렇게 적었다.
'아직도 찾지 못한 9명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우리 모두 행복한 세상에서 만나자''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단원고 학생들 조금만 기다려요'
물론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한 시민은 현수막에 '박은해(박근혜)는 태진(퇴진)하라'고 적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시민의 명령이다, 그네(근혜) 하야'라고 적었다. 김환영 작가와 보령시민이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의 이름은 '우리가 만들 새로운 세상'이다.
이와 관련해 김환영 작가는 "9마리의 흰새는 미수습자 9분을 생각해 그린 것"이라며 "나뭇잎 들은 1000일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우리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맞춤법이 틀린 삐뚤삐뚤한 글씨지만 시민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보령촛불집회에는 김환영 작가와 아동 문학가 안학수씨를 비롯해 지역의 이름 없는 뮤지션 등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지닌 재능을 기부하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좀 더 다양하고 풍요롭게 꾸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