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근혜는 가장 사랑받지 못한 그리고 가장 무능한 한국의 대통령으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다."12월 9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 된 후, 독일 언론 타츠(Die Tageszeitung, Taz)가 보도한 내용이다. 이 기사 말미에는 박근혜 대통령 앞에 과거형을 뜻하는 'EX'라는 접두사를 붙여 이렇게 서술한다.
"한국의 이번 부정부패스캔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EX-president)을 징역형에 이르게 할 수 있다."한편 독일 언론 중 많은 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FAZ)에서는 독일작가 다비드 바그너가 실제 한국에서 촛불집회를 참여한 상세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본 외국인으로서의 시선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토요일인데 이상하게도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중략) 왜 천만 명의 도시가 나에게는 비어보였을까? 도시의 중심(종로)에 와서야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0만 아니 100만의 사람들의 손에 촛불이 들려있었다."그는 이어서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웅장했다"라고 표현하며, "나는 자신감 있는, 행복한, 감동스러운 그리고 매우 결연한 얼굴들을 보았다"고 전했다.
또한 스위스언론인 노이에 취리헤 짜이퉁(Neue Zürcher Zeitung)에서는 '성공적인 민중시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과 몇 십 년에 걸쳐 이어온 한국의 정경유착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
탄핵 정국 이후에 대한 모슬러 교수의 경고
독일의 제1공영방송의 대표뉴스인 타게스샤우(Tagesschau)는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의 한네스 모슬러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집중 보도했다.
뉴스 앵커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모슬러 교수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드디어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일을 해냈다, 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것은 사실상 시민들의 의지가 정치 제도권으로 옮겨진, 제대로 된 민주주의이며 그것은 아주 중요한 결정을 이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탄핵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어떻게 평가되는지 묻자 모슬러 교수는 "그녀는 결코 제대로 자신의 큰 과오를 사실상 책임진 적이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서 이번의 국가적 위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그는 "한국사회의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다신 없을 좋은 기회"라고 답했다. 또한 군부독재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제대로 역사청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한국은 정치 변화를 위해 거리로 시민들이 나왔었지만, 그럴 때마다 과거 세력과의 협상 거래가 존재해왔고, 보수 세력은 그대로 머물게 되어 박근혜 같은 사람이 청와대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구속'을 외치며 쿠담거리 행진한 한국교민들
12월 10일에는 베를린 번화가인 비텐베그플라츠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100여명의 교민들과 독일인들이 이 현장에 모였으며 촛불을 들고 베를린 쿠담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선 한국의 촛불집회에 대한 영상과 세월호 유가족이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상영해 많은 교민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로 베를린 쿠담거리에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촛불집회를 지켜본 몇몇 독일 시민들은 박수를 쳐주거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역사책에 기록될 '촛불혁명'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