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15일 오후 5시 54분]행정기관이 대한적십자사 회비 납부 고지서 발송을 대행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한적십자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지만, 회비 납부는 선택 사항이다.
충남 홍성에 사는 윤해경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발신인이 홍성읍장으로 된 우편물에서 대한적십자사의 회비 납부 고지서를 발견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12월, 전국의 세대주들에게 회비 납부 관련 고지서를 보낸다.
이에 대해 윤해경씨는 "읍사무소에서 적십자사의 회비를 대신 받아 주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우편물 발송에 주민의 혈세가 들어갔을 텐데, 발송 비용까지 지불하며 고지서를 대신 보내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홍성읍사무소 관계자는 "홍성읍의 경우, 홍성군에서 우편물 관련 예산을 지원 받는다"면서 "발송비용은 우편물 한 개당 390원이고, 적십자 지로를 발송하는데 총 300만 원의 예산을 썼다"고 밝혔다.
이런 발송 방식이 아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적십자 회비 결정 및 모금에 관한 사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회원이 회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회비 납부 용지를 제작하여 회비 모금 개시일 이전에 해당 지역의 행정기관 모금 및 모금위원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9조1항)고 명시했다.
또한 "행정기관 및 모금 위원회는 모금 대상자에게 회비 납부용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9조2항)고 되어있다.
하지만 행정적 근거와는 별개로 발신인이 관할 행정기관장으로 되어있어 자칫 적십자사 회비가 반드시 납부해야만 하는 세금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보인다.
홍성주민 윤해경씨는 "적십자에서 회비를 걷고 싶다면 회원들에게 적십자 명의로 직접 지로를 발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홍성주민 또한 "적십자 회비는 세금이 아닌데도, 지로 용지가 마치 세금고지서처럼 되어 있어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홍성군의회 최선경 의원은 "행정 기관은 해당 지침을 근거로 적십자 지로 용지를 발송하고 있지만 관련 지침에 문제가 있는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