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혼슈(本州) 최북단의 아오모리(青森県あおもりけん). 몇 년 전 홋카이도의 남쪽 하코다테((函館市)에서 쓰가루해협(津輕海峽) 너머로 바라보았던 그곳을 지난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아오모리의 4계절 중 저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것은 겨울. 그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입니다. 핫코다 산(八甲田山)의 눈벽입니다.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 남쪽, 1500m가 넘는 연봉의 산으로 적설량이 최고 10m가 넘는 폭설로 유명한 곳입니다.
핫코다와 도와다와를 잇는 103번 국도인 핫코다-도와다 골드라인은 폭설로 겨우내 폐쇄되었다가 3월 말에 눈을 뚫어 도로를 개통합니다. 도로 양옆의 설벽이 9m가 넘는 눈 회랑의 사진은 흰 눈을 그저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생각을 바꾸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1902년(메이지 35년), 러일전쟁을 앞둔 일본 아오모리 보병 제5연대가 이 산에서 혹한기 동계훈련을 하다가 훈련 참가 부대원 210명 중 199명이 동사하는 사건이 있었고 생존 군인 11명도 동상으로 양손 양발을 모두 절단해야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 닛타 지로(新田次郎)의 <핫코다산 죽음의 방황(八甲田山 死の彷徨)>이라는 소설이고 그 소설을 영화한 것이 당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핫코다산(八甲田山)이라는 영화로 우리나라 육군에서도 동계 혹한기 훈련을 앞두고 한 번씩 시청하는 교육자료이기도 합니다.
눈에 대한 낭만과 두려움을 아울러 가진 체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오모리는 벌써 눈에 덮여있었습니다.
#2
아오모리의 12월은 '선생님도 달리는 달'이라고 합니다. 늘 뒷짐지고 걸어시던 근엄한 선생님조차도 12월은 달려야 할 만큼 바쁜 달이기도 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폭설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할 테고 송영(送迎)의 여러 모임들로도 바쁠 테니까요.
3일 동안 여정 내내 눈과 함께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지방은 남자가 잘나고, 북쪽 지방은 여자가 아름답다는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이 있다면 일본은 그 반대입니다. 남쪽 교토의 여자가 곱고 북쪽의 아오모리 남자들이 잘났다는 것이지요.
불과 한 시간 동안에도 눈 내리고 햇볕이 드는 날씨가 몇 차례식 바뀌는 변화무쌍한 이 아오모리의 겨울 날씨를 한 여성이 '가을남자같다'고 했습니다.
아오모리보다 위도가 낮은 파주로 돌아오니 마치 설국에서 한 계절을 지내다 온 느낌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