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 '황교안 내각 총사퇴'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는 7차 부산시국대회가 지난 17일 오후 6시 서면 중앙대로에서 열렸다. 100여 개의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시국대회는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다양한 공연과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본 대회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열린 사전행사에서는 휴전선을 상징하는 철조망에 분단을 끝낼 수 있는 낱말을 적어 붙이는 퍼포먼스를 비롯, 마네킹 챌린지(움직이던 사람들이 일시에 마네킹처럼 부동자세를 취하는 것)를 펼치기도 했다. 자신의 생각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하야만사성 캘리그라피', 박근혜와 함께 쫓아 내야할 사람을 뽑는 투표 등도 열렸다. 또한 감만부두에 들어 설 주한미군 생화학무기실험실 설치를 반대하는 퍼포먼스와 공연, 자유발언들이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본대회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 방영식 목사는 <상록수>를 열창했고 이어 무대에 오른 겨레하나 합창단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5만여 시민들이 겨레하나 합창단의 노래에 맞춰 소위 '떼창'을 하면서 서면 로터리 구석구석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이어 무대에 오른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의 발언에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렸고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바라는 마음으로 구호를 외쳤다.
루츠레코드 소속의 음악인들이 무대에 올라 개사곡과 춤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매주 금요일 진행되는 '전국 하야자랑'에서 특별히 뽑혀 시국대회 무대에 오른 '닭장차'는 소방차의 노래 <그녀에게 전해주오>를 <그네에게 전해주오 체포하러 간다고>로 개사해서 불렀다. 또한 죄수복을 입고 박근혜 가면을 쓴 사람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기도 했다.
스카밴드인 스카웨이커스는 빅뱅의 <뱅뱅뱅>을 완벽하게 패러디 해 지나는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6.15공동선언실천 부산본부 장선화 공동대표는 항쟁 속에서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발언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배치 문제를 짚었다.
부산에서 활동중인 인디 가수 곡두가 무대에 올라 '행복의 나라로'와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 '바람이 붑니다'를 열창했다. 이어서 송상현 광장에서 청소년 시국선언을 마치고 본대회로 결합한 청소년들을 대표해 동래고 3학년 이대웅 학생이 발언과 함께 멋진 랩을 선보였다.
오후 7시 20분께 시작한 행진은 범냇골 교차로를 지나 상공회의소를 거쳐 다시 본대회 장소인 서면 중앙대로까지 이어졌다.
본대회 사회를 맡은 이원규 국장은 "우리의 촛불로 인해 박근혜가 탄핵 소추 됐지만 박근혜는 여전히 청와대에 있다. 게다가 박근혜의 아바타인 황교안이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요구하며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라며 비판한 뒤 "상왕 최순실을 모셨던 자들을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공범내각 처벌하고 황교안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방영식 공동대표는 "<상록수>란 노래로 대회의 문을 열고자 한다. 노래 가사에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구절이 있는데 우리의 촛불이 반드시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뒤 노래를 열창했따.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아직 세월호에 제 딸이 있습니다. 아홉명이 있습니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은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 발언에 참가자들은 함께 울었다. 다음은 박은미씨의 발언을 요약한 것이다.
"아직 세월호에 제 딸이 있습니다. 아홉명이 있습니다. 허다윤,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님이 천일이 다 되도록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어둡고 차가운 곳에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인양은,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와 가족과 만나는 것입니다. 세월호가 있어야 진실규명이 됩니다. 아직도 세월호에 남아 있는 아홉명이 가족들 품에 안길 수 있게,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올 수 있게 기도해 주십시오. 이렇게 아픈 사람들은 저희가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나중에 집에 가시면 가족들에게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얘기해 주시고 꼭 안아 주세요.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6.15공동선언실천 부산본부 장선화 공동대표는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던 기적의 공간,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300일이 넘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을 때나 전쟁위기가 있을 때도 폐쇄되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최순실의 지시로 폐쇄되었다는 추악한 진실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장선화 대표는 "민심을 담은 촛불이 승리의 힘이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닦아주는 상생의 촛불, 사드 막는 평화의 촛불, 분단 민족의 고통을 끝내는 통일의 촛불,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부역자들을 촛불의 이름으로 반드시 단죄하자"고 말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 가수 곡두는 한 때 금지곡이었던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를 첫 곡으로 불렀다.
이어서 "우리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빚이 있다. 그 빚을 갚는 것은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 <바람이 붑니다>를 열창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송상현 광장에서는 약 200여명의 청소년들이 '부산청소년 시국선언' 행사를 열었다.
시국선언을 마친 청소년들은 행진해 시국대회로 결합했다. 대표로 무대에 오른 이대웅 학생은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일컫는 부산에서도 청소년들이 이렇게 많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국을 풍자한 랩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