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송년 워크숍을 겸한 회사의 비전 선포식. 이날 전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행동 규범'을 만들기로 했다. '행동 규범'이란 사규는 아니지만, 내부 구성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종의 약속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출퇴근 시 꼭 지켜야 할 내용이나 근무 중 전화응대나 직원 간 예절, 업무처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행동기준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규범제정에 참여한 50여 명 임직원의 의견은 약 20여 개가 나왔다. 그런데 막상 투표를 진행해보니, '연차휴가 100% 사용하기'가 압도적으로 1위였다.
연말이 다가왔건만 남은 연차휴가를 회사와 상사 눈치 안 보고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근속 1년마다 연차휴가가 발생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10개가 넘는 연차를 모두 소진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기대하기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물론 직원이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지 못할 경우 연차 휴가 미사용 수당 등의 이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독려인지 명령인지 알 수 없는 "제발 휴가 가라"는 회사 측의 권고는 믿을 수 없었으리라.
회사가 적법하게 서면으로 사용 권고를 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연차 소진을 독려할 때는 그나마 미사용 수당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근로기준법 제61조 -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촉진 : 사용자가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조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소멸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다).
임원인 내가 지난 1년간 부하 직원들의 연차휴가에 눈치를 주거나 제지한 적은 맹세코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 남은 연차휴가가 16일이라는 사실은 그들에게는 '웃픈' 현실이었음에 틀림없다. 내가 휴가를 미루고 반납을 했던 지난 1년, 부하직원들은 또 얼마나 난감했을까.
남들은 일주일도 모자라 휴일을 전후해 10여 일을 간다는데, 상사 한 명 잘못 만나 고작 하루 이틀 휴가에 눈치를 봤을 직원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정말 미안하다. 새해에는 눈치 보지 않고 직원들이 연차를 쓸 수 있도록, 나부터 휴가를 떠나리라. 다시 한번 지난 1년을 깊이 반성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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