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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 김학용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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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회사의 가족이 돼 회사 분위기를 압도했던 미정이. 지난 6개월간 평범한 진돗개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손오공' 얼굴의 극강 귀여움으로 직원들이 슬프고 우울할 때 활력소가 되어준 존재였다. 직원들은 사료도 맛있는 것만 주고 간식은 물론 하루에 2번은 꼭 산책하면서 친구도 사귀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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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정이가 며칠 전부터 조금 이상하다. 그렇게 식탐이 강하던 녀석이 갑자기 아무것도 먹지 않고 비실비실 가만히 누워서 잠만 잔다. 구토에 설사에 침까지 흘리고, 이젠 짖지도 않는다. 목줄을 풀어줘도 요동조차 없다. 직원들이 모였다.

혹시 며칠 전에 감자탕집에서 얻어온 돼지등뼈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무슨 큰 병이라도 생긴 것일까? 미정이가 이렇게 아프다고 신호를 주는데 무관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시내의 큰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난생처음 병원 방문에 놀란 미정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몸부림치며 입구에서부터 거의 난동을 부린다. 급기야 방사선 촬영기 위에서는 놀라서 엄청난 양의 변과 오줌까지 싸버렸다.

"개 이름이 뭔가요? 나이는요?"
"개 이름은 미정이고요, 나이는 생후 8개월쯤 됐어요"
"몸무게가 20kg쯤 나가면 암컷치고는 꽤 큰 편인데…."
"암컷 아닌데요…."
"…."

미정이가 아프다는데, 이럴 때 웃으면 안 되는데... 미정이가 수컷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병원에서도 회자될 줄이야. 6개월 전 첫 가족이 되었을 때 이름이 뭐냐고 여쭤보는 페이스북 친구들의 질문에 '아직 미정입니다 답했었다. 그런데, 고민하지 말고 강아지 이름을 그냥 '미정이'라고 하라는 귀띔에 붙인 그 이름이었다.

다행히 엑스레이 촬영 결과 장에 가스가 차 있긴 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소화불량이나 장염 등이 의심된다며 일단 3일 치 먹는약을 처방받고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먹는 것도 특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먹는 약을 주사기에 넣어 입으로 넣어주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약이 쓴지 자꾸 게워내고 구토까지 한다.

미정아, 좋은 약은 입에 쓰단다. 빨리 뛰어놀려면 며칠만 약으로 버텨보자. 그리고는 연말에 큰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부디 빨리 나아서 새해엔 건강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네가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이젠 네가 좋아하는 등뼈나 오징어는 끊을 거야. 알았지?

[기사 보강 : 23일 오후 4시 6분]

병원에 다녀온 미정이는 직원들의 지극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미정이는 다음날(22일)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미정이는 회사 부근 평소에 자신이 뛰어 놀던 공터 후미진 곳에서 혼자서 싸늘하게 식은 채로 그렇게 우리와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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