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한 일도 없는데 벌써 한 해가 끝난단다. 시원섭섭함도 잠시, 연말 스케줄은 온통 송년회다. 연말에는 딱 하루 비우고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바다로 향하는 12월 31일 출발 기차표, 버스표는 이미 싹 다 매진이다.
으아, 어디가지?
예매를 못했는데 어딘가 가고 싶다면 시내버스 여행은 어떨까. 표를 예매 할 필요도 없고, 집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환승 할인도 가능하다. 연천부터 평택까지 1250원 기본요금과 환승부가금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갈 만한 시내버스 여행지 두 곳, 부산·울산 지역 한 곳, 광주지역에서 한 곳, 대전·세종지역 한 곳을 소개한다.
#1. '서해 최고 낙조' 보려면 사당역에서 '8155번'
시외버스로 운행을 시작했던 8155번은 사당역을 출발해 봉담-향남-발안-조암 등 다양한 곳으로 향한다. 최근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동탄이나 향남은 물론, 서신이나 사강과 같은 곳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시골동네도 지난다. 한때는 조암까지 운임이 4000원이 넘었지만 직행좌석버스로 운행되는 현재는 2400원에 환승까지 가능하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여행지는 향남의 화성시 향토박물관과 제암리 3.1운동기념관. 향남에 위치한 화성시 향토박물관에서는 수도권에서 가장 널찍하고 다양한 자연풍광을 지닌 화성시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다. 구경을 마친 뒤 '향남 홈플러스 앞'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제암리로 가면 제암리 3.1운동 기념관에 닿는다.
이 전시관은 제암리 교회에 있었던 일제의 만행으로 주민 23명이 사망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묵묵히 담고 있다. 제암리에서 발안으로 버스를 타고 나와 다시 8155를 타면 종점인 조암에 닿는다. 조암은 화성시 끝자락의 작은 마을인데,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조암터미널에서 다시 미니버스를 타면 궁평항까지 버스로 갈 수 있다. 오후 4시 20분에 출발하는 18번 버스를 타면 궁평항 낙조시간에 맞춰 도착한다. 조암에서 궁평항까지는 25분 정도 걸리는데, 화성호를 관통하는 화옹방조제를 지난다. 10km 넘게 뻗은 도로에서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궁평항은 서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해송과 백사장, 그리고 어항 끝 정자까지 모두 눈 안에 담아내기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매월 12월 31일에는 궁평항에서 해넘이 행사가 열린다. 곳곳에서 새우, 오징어튀김, 통게를 판매하니 간식거리를 들고 항구 끝자락에 앉아보자. 갈매기가 노니는 어항 앞에 뉘엿뉘엿 지는 해가 눈에 띌 것이다.
해가 지면 궁평항 앞의 어촌계 앞에서 해넘이 행사가 시작된다. 소원 쓰기, 연 날리기, 그리고 연등 띄우기, 해넘이 기념 떡국나누기 등.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달집을 태우는 행사다. 커다란 달집에 불이 붙고 그 주위를 사물놀이패가 도는데, 해를 넘기는 순간의 벅참은 말로 형용하기가 어렵다.
바다만 보고 싶다면 1002번을 타자. 1002번은 사당역을 출발해 남양-서신을 거쳐 제부도와 전곡항으로 간다. 1시간 40분 정도 굽이굽이 제부도 입구로 가는데, 이곳에서 5번 버스로 갈아타면 제부도 안쪽까지 들어갔다 나온다. 전곡항은 서해 요트의 메카나 다름없는 곳이다. 운이 좋다면 요트를 타고 남들이 접하지 못하는 곳에서 낙조를 구경할 수도 있다.
전곡항 바로 옆에는 바지락칼국수로 유명한 안산 대부도가 있다. 탄도방조제를 통해 도보로 연계가 가능한 섬이다. 전곡항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안산으로 가는 123번을 탈 수 있다. 궁평항에서는 400번을 타고 서신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면 전곡항, 제부도까지 금방이다. 섬 사이의 교통수단은 5-1, 5-2번 마을버스가 있는데, 시간표를 미리 알고 가면 좋다.
#2. 해돋이부터 낙조까지 버릴 것 없는 꿀 노선, '강화 1, 2, 5, 6번'
바로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가는 섬,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에는 피난지로 쓰였을 만큼 조정과 가까웠던 섬인 강화도. 이미 1970년 손돌목을 관통하는 강화대교가 개통하여, 50년 가까이 도보로 통행이 가능한 섬이기도 하다.
서울 신촌에서는 3000번, 영등포에서는 88번, 일산에서는 96번, 인천에서는 800번을 타면 금방 강화도에 닿는다. 강화읍내 끝자락에 위치한 강화터미널 주변부터 한 바퀴 돌고 나서 강화도 구경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볼거리가 쏠쏠한 강화읍내-강화궁지-강화문학관-강화도령 철종이 왕이 되기 전 살았다던 용흥궁-강화성문까지 한 바퀴 둘러보고 오자.
다시 강화터미널에 와서 버스를 타자. 1, 2, 5, 6번은 강화도를 한 바퀴 순환하는 버스다. 1번과 2번이 민통선과 가까운 지역을 한 바퀴 순환하고, 5번과 6번은 강화도 남쪽을 한 바퀴 크게 순환한다. 그 중 가장 먼저 1번, 2번을 타면 강화도 고인돌공원, 강화역사박물관, 화문석문화관, 그리고 강화도 평화전망대까지 갈 수 있다. 석모도로 가는 선착장에도 선다. 그야말로 '꿀 버스'다.
5번과 6번은 강화도 남부해안을 한 바퀴 돈다. 왜적으로부터 강화도를 수호하던 초지진, 덕진진, 광성보, 장곶돈대, 갑곶돈대 등 수많은 강화도의 진지들을 지난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역사적인 현장의 모습이 눈에 띈다. 단군이 천신제를 지냈다던 마니산도 화도터미널에서 갈 수 있다. 1번과 2번이 안보/현대사 관광버스라면, 5번과 6번은 강화 해안 초소사, 그리고 고대사를 엿볼 수 있는 버스다.
섬의 동쪽에서는 김포의 너른 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반면 장곶돈대, 미루지돈대, 분오리돈대 등에서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강화도의 낙조 역시 깨끗하고 아름다워 사진작가에게 인기가 많다. 장곶돈대 인근의 장화리에는 낙조마을이 조성되어 있어, 관광지로써도 안성맞춤이다.
강화군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다. 화도나 강화읍에 있을 경우 버스가 자주 다니지만, 길상면, 양사면과 같은 곳은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다. 강화터미널에서 이용하고자 하는 경로를 미리 생각해둔 뒤, 그 곳에 맞는 시간표를 외워두어야 한다. 1번부터 6번까지, 전 구간을 모두 한 바퀴 크게 돌 계획이라면 그 구간을 다니는 대체노선들의 시간표 역시 미리 사진을 찍어놓는 것이 좋다.
섬 전역이 민통선으로 지정된 교동도는 지난 2014년 4월 교동대교가 개통해 시내버스로도 갈 수 있게 됐다. 강화터미널에서 교동도로 가는 70번 버스는 하루 11번 다니는데, 교동대교를 건너기 직전 해병대의 검문을 받아야 하니 신분증을 지참해야만 한다.
교동도는 실향민이 상인으로 있는 대룡시장이 주요한 관광지고, 역사 시설로는 교동읍성, 화개산성 등 다양한 성곽이 남아 있다. 화개산성이 위치한 화개산은 고려시대 학자 목은 이색이 둘러보고는 전국 8대 명산이라고 칭송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시계가 나쁘지 않은 날이면 연백평야, 송악산을 가까이 볼 수 있다.
#3. 히터 빵빵 버스에서 겨울 바다 감상, '부산 1011번'
부산에 살면서도 놀러 갈 만한 곳은 서면, 해운대 정도로만 안다면 이번 기회에 시야를 확대해보자. 지난 2015년 개통한 1011번 버스는 부산의 유명한 교량들을 지나는 데다, 해운대-부경대-영도-송정 등 다양한 지역을 지나며 해안관광노선으로 거듭났다. 산호대교-을숙도대교-남항대교-부산항대교-광안대교 등을 지나며 바다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버스가 청강리공영차고지를 떠나 가장 먼저 지나는 곳은 송정해수욕장. 12월 30일 동해선이 개통하면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향상된 이곳은 부산시민들이 즐겨 찾는 바닷가다. 송정이나 장산역에서 버스를 환승해 미포, 청사포로도 이동할 수 있는데, 해운대에서 가까운 거리에 한적한 시골 바닷가 느낌이라 여름보다 겨울에 찾으면 훨씬 멋지다.
이 버스는 센텀시티와 부경대 뒤를 차례로 지나는데, 센텀시티는 그 자체로 구경할 만하다. 이후 버스는 광안대교를 타고 부경대 뒤편으로 향하는데, 광안대교를 통과하는 시내버스는 1011번이 최초라고 한다. 버스가 마린시티, 광안리를 지나는 것을 보면 왜 지금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또한 사하구 감천마을 바로 앞을 지나기도 한다. 바닷가에 위치한 감천마을은 여러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을숙도대교를 지나기 전 하차해서 을숙도 철새도래지와 생태공원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다만 최근 AI로 철새도래지의 접근이 불가능할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노선 거의 대부분이 동해바다를 통과하는 만큼 일출시간에 맞춰 명지에서 청강리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탑승하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1월 1일에 오전 7시~7시 30분경에 탑승하면 첫 해를 감상할 수 있다. 교통상황을 보고 버스 탑승 시각을 체크하면 된다.
1011번은 급행버스로 운행된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입석이 금지되어 있어 만석 시 정류소에서 정차하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대중교통환승할인 역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용 전 미리 체크해야 한다.
#4. 버스타고 무등산 넘자, 광주 '충효 187번'
광주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형상으로 우뚝 서 있는 무등산. 그 산을 버스로 넘어보는 것은 어떨까. 광주 문흥지구에서 출발해 전남대-무등산-담양 소쇄원-가사문학관-평촌도요지로 향하는 충효 187번 이야기이다.
전남대에서 충효187번을 타면 한동안은 시내 곳곳을 빙글빙글 돈다. 그러다 어느새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는가 싶더니 획 돌아 숲길로 들어선다. 무등산옛길로 들어가는 것이다. 굽이굽이 도는 와중에 광주 도심의 전경이 눈에 띈다. 1967년 준공된 광주시민들의 식수원인 제4수원지를 지나면 버스가 완만한 내리막길에 들어선다.
무등산옛길을 따라 내려가면 여러 유교문화재를 지난다. 철폐되었다가 다시 생겨난 운암서원부터, 정묘호란 당시 청군과 싸우다 전사한 전상의의 위패를 모신 충민사, 임진왜란 때 의병장 충장공 김덕령의 위패을 모신 충장사가 있다. 세 곳의 거리가 가깝고 공기가 맑으니 잠시 내려서 둘러보아도 좋다.
쭉 가다보면 '금곡' 정류장 앞에서 조선시대 백자 가마터인 충효동 요지를 지날 수 있다. 사적 141호로 지정된 충효동 요지는 고려시대 청자와 조선 초기 분청사기, 조선 중기의 백자로 변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가마터이다. 무등산의 좋은 흙을 빚어 아름다운 토기로 탄생시킨 옛 성현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앞의 분청사기박물관은 광주지역의 분청사기 역사를 담아낸 좋은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버스는 광주호를 지나면 담양으로 들어선다. 광주와 담양의 경계에는 많은 정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가볼 곳은 환벽당과 취가정이다. 환벽당은 조선 중기에 나주목사를 지냈던 김윤제가 고향에 돌아와 세운 뒤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송강 정철이 환벽당에서 그의 가르침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정철의 후손이 관리하고 있다.
취가정은 환벽당 뒤에 위치하고 있다. 충장사에 모셔진 김덕령 장군의 혼을 기리기 위해 후손이 만든 정자인데, 특이하게 논밭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정자 앞에 꼿꼿이 자라있는 소나무도 눈에 띄고 무등산자락이 눈앞에 들어오는 풍경도 나름 소박한 멋이 있다. 취가정을 지나 콘크리트 다리를 지나면 한국가사문학관이 위치하고 있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니 '가사'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가사'라는 호를 가진 어떤 사람을 기리는 문학관이 아닌, 담양, 광주 접경지역의 명승에서 가사, 즉 시조나 노래를 지은 이들을 기리는 문학관이다. 담양과 광주 충효지역은 '수능 국어의 최종보스'라고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는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을 지었고, 이외에도 많은 문인이 들러 시 한 수를 읊던 곳이다.
식영정을 나와 남면 쪽으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조선 중기의 정원 소쇄원을 만날 수 있다.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가 기묘사화 이후 낙향해 만든 정원이다. 원래는 은둔생활을 위해 만든 정원이지만, 양산보가 '내가 죽은 후 남에게 정원을 넘기지 말되 남이 누구든 들어올 수 있도록 하라'는 유언을 남겨 이렇게 모두가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개방되었다.
소쇄원은 담양의 모든 아름다운 풍경들의 축소판이다. 대숲부터 시작해서, 담양의 정자들을 몽땅 축소해놓은 광경이다. 김인후가 여기서 48영의 시를 지었을 정도. 이곳의 겨울분위기는 나무색과 참으로 잘 어울린다. 봄, 가을에 찾았던 이는 겨울의 풍경 역시 색다르지만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다.
소쇄원 앞에서 담양여객에서 운행하는 농어촌버스(200번대 버스)를 타거나, 충효187번을 타고 문흥지구로 다시 나가 길을 건너 311번을 타면 담양읍내의 죽녹원과 관방제림으로 향한다. 관방제림은 조선시대에 지어진 방제림으로 이제는 노목이 되어버린 푸조나무, 팽나무를 만날 수 있다. 관방제림은 해 질 때의 풍경이 특히 아름답고, 죽녹원은 두 시간 정도를 갖고 충분히 둘러봐야 좋다.
#5. 현대와 과거, 두 도시 기행은 대전역에서 '1001번'
대전과 세종에서 출발한다면 1001번을 타고 오송으로 가자. 대전역에서 오정동을 지나 갑천변도로를 탄 뒤, 어느새 세종시의 한복판을 그대로 뚫고 지나간다. 그것도 버스가 전철과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이용해서 말이다. 버스가 다시 세종시 시가지를 빠져나와 공사장을 뚫고, 한적한 전원마을을 지나면 어느새 청주 오송역에 도착한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 최근 조성되어 새로운 느낌이 물씬한 신도시, 그리고 신라시대 때부터 '서원경'이라는 이름이라 불리운 역사의 도시. 세 군데를 모두 지나는 버스가 바로 1001번이다. 대전역에서 1001번을 탑승하고 쭉 달려 세종시로 들어와 기행을 시작해보자.
가장 먼저 가볼 만한 곳은 대통령기록관이다.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대한민국 헌정 70년의 기록이 모여 있는 대통령기록관은 민간에 상시 개방되어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찾아보고 대통령의 일상과 생활일지에 대해 할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언론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대통령 집무실, 대변인실 등의 모습도 접할 수 있다.
대통령기록관에서 세종호수를 따라 걸어가면 국립세종도서관이 나온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분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과는 달리 특수한 소장도서는 많지 않지만 개방적인 분위기, 도서 열람하는 책상 앞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세종호수의 모습이 좋다. 건물 자체도 아름다워,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세종도서관에서 다시 BRT 정류장으로 나와 오송역까지 가면 청주시내로 향하는 시내버스가 많다. 청주 시내에서는 상당히 많은 버스가 청주고인쇄박물관으로 향한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흥덕사지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직지심체요절에 대한 역사와 고려, 조선에 걸쳐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인쇄역사를 전시한 박물관이다.
직지심체요절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 수도 있고, 당시의 출판방식, 그리고 세계의 고인쇄 역사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고인쇄박물관을 나서면 눈앞에 흥덕사지가 보인다. 직지심체요절을 만들었지만, 현재는 폐사되어 흔적만이 남아있는 사찰이다. 흥덕사지를 보고 나서 운암공원을 가로지르면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 나온다.
사적 제 319호로 지정된 청주 신봉동 고분군이 주변에 있는데, 청주를 비롯한 주변지역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인근 네 곳의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는데, 당시 토성과 고분 축조법을 비롯해 당시의 생활상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또 내부의 기획전시관에서는 청주의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다양한 전시물을 취급하고 있다. 언제 와도 다른 전시물이 눈에 띈다.
더 멋진 여행을 원한다면 상당산성과 국립청주박물관으로 가자. 862-X번 버스를 타면 상당산성과 국립청주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청주, 나아가 대전/충북 지역의 고대, 중세사에 대해 충실하게 다룬 박물관인 국립청주박물관은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로, 그가 작고한 다음 해인 1987년에 준공되었다. 그의 유작이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이곳에서 볼만한 것은 진천에서 발굴된 백제 제철로이다. 백제시대 당시 만들어진 제철로를 그대로 옮겨왔는데, 당시의 철기 사용사에 대해 추측할 만하다.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오르면 상당산성으로 향한다. 상당산성은 백제시대 때부터 있었던 산성으로, 숙종 때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의 방어사에 대해 바라볼 수도 있고, 상당산성 아래에서 식사를 해도 좋다.
덧붙이는 글 | 1월 1일과 월요일에는 거의 모든 박물관이 휴관한다. 박물관을 관람하려고 하면 12월 31일이나, 다른 평일/주말에 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