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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계약직으로 끝낼래."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보자."
"10년 동안 일한 우리에게 신규채용이라니."

한국지엠(GM) 창원공장 작업장에 붙은 대자보다. 한국지엠와 새로 계약한 도급업체가 신규인력 채용을 하자 비정규직들이 항의 표시로 갖가지 구호를 적어 놓은 것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도급업체 비정규직들이 작업장에 '신규 채용 반대'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도급업체 비정규직들이 작업장에 '신규 채용 반대'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 윤성효

 한국지엠 창원공장 도급업체 비정규직들이 작업장에 '신규 채용 반대'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도급업체 비정규직들이 작업장에 '신규 채용 반대'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 윤성효

탁자와 사물함 등에는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끝은 지옥이다. 같이 간다면 천국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신규채용 웬말이냐. 다같이 거부하자"는 내용의 글이 붙어 있다.

또 비정규직들은 "신규채용 결사반대. 해고는 살인이다"거나 "신규채용 무시하고 3승계 쟁취하자",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업체폐업 신규채용, 1년마다 재계약, 이제는 못한다. 끝장내자"라는 글을 써놓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지난 주부터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고용'과 '근속', '노동조건'의 3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8개 사내도급업체 가운데, 4개 업체를 계약만료하고, 새로 4개 업체와 계약했다. 기존 4개 도급업체에 소속되어 있던 비정규직 369명이 오는 31일자로 해고 예고 통보를 받았던 것이다.

새로 한국지엠과 계약한 4개 도급업체는 22~23일 이틀 동안 신규 인력 채용을 한다. 업체는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을 통해 신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채용공고 첫날에 몇 명이 신청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해고예고 통보를 받은 369명 가운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105명이다.

비정규직지회는 오랫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해 왔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민사소송을 거쳐 원청업체 소속으로 판결을 받은 5명은 정규직이 되었다.

도급업체는 그동안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간 비정규직과 계약을 갱신해 왔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도급업체 비정규직들이 작업장에 '신규 채용 반대'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도급업체 비정규직들이 작업장에 '신규 채용 반대'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 윤성효

 한국지엠 창원공장 도급업체 비정규직들이 작업장에 '신규 채용 반대'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도급업체 비정규직들이 작업장에 '신규 채용 반대'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 윤성효

해고 통보 받은 비정규직의 아내 편지

지난 20일 창원 남산터미널 부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해고통보서를 받은 비정규직의 부인이 나와 '편지'를 읽었다. 이날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과 시민들이 촛불을 든 것이다.

비정규직 아내는 편지에서 "모든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라. 저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 통지서를 받은 노동자의 아내다"고 소개했다.

그는 "저는 공장에서 일해 보지 않아 현장의 부당함을 잘 모른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남편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2월 1일 야간작업하러 출근한 남편의 해고 통보서를 보고 서러움과 분노가 치밀어오더라"며 "남편한테는 '잘 될 것이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은 주말도 없이 일해서 번 소중한 돈이 정규직에 비해 차별이라는 것을 알기에, 해고 이후 막막함을 알기에, 아이들과 살아가기가 빡빡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남편한테 표현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남편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만 바라보며 열심히 일해 온 남편과 모든 가장들,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지 않았으면 한다"며 "한국지엠이 기업의 의무를 다해주기를 바란다. 더불어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의 해고 사태에 지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원시의회 민주의정협의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회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소득불평등의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고, 그 증거는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고용이 보장받지 못하고 짧게는 하루부터, 한 달 , 6개월 길게 잡아야 1년짜리 계약이 난무하고 계약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5년 뒤 10년 뒤 미래를 계획하고,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민주의정협의회는 한국지엠이 비정규직 고용승계를 하고, 창원시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비정규직지회는 다음 주에 집회를 여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한국지엠#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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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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