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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앞 환승주차장 부지에 지어진 '플랫폼 창동61'. 컨테이너 61개를 쌓아 만든 도봉구 유일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앞 환승주차장 부지에 지어진 '플랫폼 창동61'. 컨테이너 61개를 쌓아 만든 도봉구 유일의 복합문화공간이다. ⓒ 서울시제공

 하늘에서 본 '플랫폼 창동61' 전경.
하늘에서 본 '플랫폼 창동61' 전경. ⓒ 서울시제공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교차하는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를 나오면 독특한 구조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눈에 확 들어오는 원색의 컨테이너 61개를 레고처럼 붙여 만든 이 건물의 이름은 '플랫폼창동61'.

독특한 외모 때문에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실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외국 관광객들까지 찾아올 정도다.

대중음악 공연장과, 연습실, 갤러리, 카페, 상점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손색이 없는 플랫폼창동61은 사실 그 자체보다는 오는 2021년까지 인근 창동차량기지 자리에 들어설 2만 석 규모의 대형 음악공연장인 '서울아레나'의 전초기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 불모지로 손꼽히는 서울 동북4구(강북·성북·도봉·노원) 지역의 문화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경제를 견인하기 위한 서울아레나 프로젝트는 주변에 플랫폼창동61 외에 카페형 음반 매장과 K팝 브랜드숍, 식당 등 문화·산업공간을 조성하고 로봇박물관이나 사진박물관도 입주시켜 이 지역을 대중음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남사운드와 홍대사운드를 잇는 '창동사운드'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와 함께 지난 4월 문을 연 플랫폼창동61을 7개월만에 다시 찾았다.

음악의 불모지에 컨테이너 61개로 쌓아올린 공연장

"인디그룹들이 대부분 같은 상황이겠지만 우리도 연습이나 공연할 공간이 여의치 않아 계속 이곳저곳으로 떠돌고 다녔죠. 우리에겐 너무나 좋은 조건이라서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록과 국악(피리, 해금, 거문고)의 새로운 조합으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3인조 그룹 '잠비나이'의 매니저 김형군씨의 말이다. 잠비나이는 지난 4월 플랫폼창동61의 개관과 함께 이곳에 둥지를 튼 입주뮤지션 6팀(신대철, 이한철, 숨, MC메타, 바른음원협동조합, 잠비나이) 가운데 하나다.

1년 계약의 입주뮤지션들은 개인 사무실 외에 합주실, 녹음실 등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어 최선의 음악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빨간 컨테이너 3개를 얹어 만든 음악전문공연장 '레드박스'(최대수용인원 500명)는 플랫폼창동61의 자랑이다. 내부에 40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공연장 어디에 있든지 정 가운데서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설계했다.

플랫폼창동61의 음악분야 디렉터를 맡고 있는 기타리스트 신대철씨는 "홀(레드박스)에서 하는 연주를 바로 녹음할 수 있는 시설은 우리나라에서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며 작업환경에 대해 만족해했다.

입주뮤지션들이 시설과 장비를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해야 하는 것은 연1회 이상 의무적으로 공연하고, 티켓 수익의 10%를 사용료 개념으로 내는 것 정도. 이들 외 30여팀의 협력뮤지션들도 이곳의 음악 인프라를 풍성하게 하는 요인이다.

플랫폼 창동61의 총괄예술감독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개관을 즈음해서, 한 일간지에 "음악의 불모지 창동은 개성이 강한 장르음악이 만개하는 새로운 음악 신을 탄생시킬 것이고, 곧이어 창동 사운드라는 칭호을 얻을 것"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플랫폼 창동61의 메인 공연장 '레드박스'에서 열린 그룹 시나위의 공연 장면. 연중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플랫폼 창동61의 메인 공연장 '레드박스'에서 열린 그룹 시나위의 공연 장면. 연중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 서울시제공

모두들 고전할 것이라고 했지만... '창동사운드' 어디까지 왔나

그러면 개관 8개월째를 맞는 지금 '창동사운드'의 발걸음은 어디까지 왔을까.

이 교수는 "창동이란 곳이 아시다시피 음악의 불모지였던 만큼 주변에서 '고전할 것'이라고 우려를 많이 했으나 적어도 음악공연이나 콘텐츠쪽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며 공연장인 '레드박스'의 가동률이 90.7%에 달했음을 들었다. 문체부가 조사한 2015년 서울 지역의 일반 공연장 가동률은 72.6%였다.

매니저 김씨도 "아직 초기라서 뚜렷한 음악적 흐름이나 움직임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인디뮤지션들 사이에 입소문이 많이 났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창동사운드라고까지 하려면 이 정도 가지고는 어림 없고, 주변에 음악 관련 시설이나 공간들이 더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라면서도 "내년에 창동역고가 하부에 새로운 창작공간이 더 들어서면 조그마한 클럽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플랫폼창동61에는 음악시설만 있는 게 아니다. 대중음악 생태계의 활성화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음악 관련 시설 외 커뮤니티와 전시공간을 활용해 푸드, 패션, 포토강좌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이곳에 있는 회의공간, 전시실 등에서 열리는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목표 66회의 두 배 가까운 122회에 달할 전망이다.

독특하고 예쁜 외양이 SNS를 타고 소문이 나자 외지, 특히 일본, 중국, 동남아의 한류팬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의 CNN은 서울시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낙후된 창동지역을 새로운 문화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며 '강남스타일은 잊어라, 창동이 서울의 다음 핫플레이스가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장양규 서울시 동북권사업반 선도사업관리팀장은 "당초 올해 방문객수 예상 목표를 10만명으로 잡았었는데, 11월말 현재 20여만명이 넘었다"며 "다만 아직도 평일 낮에는 프로그램이 비어 공실이 발생하는 만큼 인근 학교 학생이나 직장인, 주부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창동61에 둥지를 튼 기타리스트 신대철씨.(자료사진)
플랫폼창동61에 둥지를 튼 기타리스트 신대철씨.(자료사진) ⓒ 남소연

- 플랫폼창동61이 문을 연 지 8개월째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해 달라.
"나름 성과가 꽤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이지 않지만 실험적이고 수준 있는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제공해주었고 팬들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 플랫폼창동61이 지역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나.
"동북4구 지역은 인구는 많지만 문화공간은 다 합해봐야 홍대가 있는 마포구 한 군데보다 작다. 이 곳에 양질의 문화 컨텐츠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만나는 주민들도 동네에 괜찮은 문화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하고, 주말에 비중 있는 공연이 있으면 팬들이 많이 와 주변 상권에도 도움 된다."

- 플랫폼창동61에 입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중음악을 활성화하려는 기획 단계에서 음악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니까 내게 제안이 온 것 같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굉장히 좋은 기획이더라."

- 대중음악 인프라가 거의 없는 창동이라는 곳이 처음에 낯설었을텐데.
"연습장이 원래 강남에 있었기 때문에 낯선 곳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플랫폼창동61의 기본 취지, 즉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좀 멀지 않냐는 우려가 많았다. 솔직히 창동에 처음 와봤다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거리 때문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심리적인 거리감은 여전하지만 공연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 창동에는 얼마나 자주 가나.
"내 작업실이 거기 있고 자체 기획공연, 대관공연 등 공연이 자주 열리니까 거의 매일 간다."

- 강남에 있을 때보다 더 좋은 점은.
"일단 작업 공간 유지비가 안 들고, 공연장뿐 아니라 녹음실, 리허설 스튜디오가 있으니 이용하기 편하다. 입주, 협력뮤지션도 같이 시설을 이용하니까 뮤지션 만날 기회도 많아졌다."

- 이동연 교수가 '창동사운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제 겨우 1년도 안 됐는데 조금 기다려달라. '이게 창동사운드다'라고 우긴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특유의 재밌는 요소, 독특한 공간이 있다는 걸 점차 인정 받아야 할 것이다."

- 지금 혹시 잡히는 흐름이 있나.
"나름 실험적인 것을 많이 한다. 입주뮤지션 혹은 협력뮤지션들이 국악과 레게 등 전혀 안 맞을 것 같은 것을 같이 하기도 하고, 서로 콜라보들이 많이 일어난다."

- 향후 전망은.
"90년대 중반 이후 홍대에서 막 붐업이 일어날 때도 강남 사람들은 홍대까지 가는 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때도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었다. 그것을 극복할 만한 재미가 있었으니까 간 거 아니겠나. 창동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창동61#창동사운드#창동#신대철#잠비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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