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20일 전북교육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주지검은 12월 8일 감사원이 직권남용과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김승환 교육감을 고발해, 교육감 집무실과 부교육감 집무실, 행정국장실, 총무과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육감 취임 6년 6개월 동안 17번째 고발을 당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교육감은 두 차례 기소됐지만 유죄 선고를 받은 적은 없다.
대표적으로 2011년 시국선언교사에 대한 징계집행을 대법원 판결 선고 때까지 미뤘다는 이유로 당시 교과부(현 교육부) 장관이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이 기소와 항소 그리고 상고를 이어갔지만, 법원은 1심부터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또한 2013년 초 교육부 장관은 전북교육청에 대한 특정감사에서 김 교육감이 교장들에게 학교폭력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고,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거의 3년이 다 되던 시점인 2015년 12월 30일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으나 전주지법은 세 차례의 공판을 거쳐 지난 8월 19일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올곧은 소신과 철학으로 교육 자치와 혁신의 선봉장 역할을 하다 보니 중앙정부와 보수단체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어 고발을 많이 당하고 있다는 게 교육계 평이다. 김 교육감은 그동안 16번 싸움에서 16번 모두 이긴 셈인데, 감사원이 고발한 이번 17번째 법적 공방 역시 진보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판명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감사원 고발대로 과연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인사전횡일까? 아니면 김승환 교육감에 대한 길들이기 음모 및 표적 수사일까?
감사원과 검찰은 김승환 교육감이 특정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정당한 직무 권한을 벗어나 직권을 남용, 공무원 근무성적평정에 부당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 사안을 중대하다 여겨 특수수사팀에 맡기는 등 강한 혐의 입증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반면 김 교육감은 "우리나라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인사 관행"으로 "표적감사요 흠집내기 수사"라며 감찰 수사기관을 동원한 진보교육 탄압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기자가 22일 A교육청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김 교육감의 주장대로 근무평정이 확정되기 전에 인사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전조율을 하는 것이 오래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B시청 관계자는 "선출직이 자신의 공약과 철학을 실천할 능력있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은 정당한 인사권"이라며 "이것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따지고 보면 보수성향의 선출직들이 더 심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단언하건대 감사원의 의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
압수수색 뒤 김 교육감은 예상했던 수순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 교육감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자세한 해명을 했고, 그 영상을 얼숲(페이스북)에도 올려놓았다. 아래 내용은 김승환 교육감과 22일~23일에 걸쳐 한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압수수색까지 당했는데 지금 심정은?"그동안 교육부장관이 8차례, 서울과 전북 등 외부시민단체들이 8차례 총 16차례 나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아니면 말고식 고발' 또는 '막가파식 고발'을 일삼는 정부(정확하게는 정권)에게 말하고 싶다. 정치를 당당하게 원칙대로 하라. 정치의 품격을 갖추라.
이번 감사원의 고발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나를 털듯 감시했다면 박근혜-최순실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감사원이 요란을 떨면서 고발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17번째 고발을 당했지만, 압수수색은 처음이다. 감사원의 고발시점부터 수사당국 등의 의중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 살 일을 하지 말자는 생각에 컴퓨터 등에서 숫자 하나, 글자 하나 지우지 않았다.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이 정권이 전북교육감도 그렇지만 바쁜 검찰도 나로 인해 무던히 시달리게 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전북교육청의 인사제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인사가 투명하고 깨끗하게 유지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감사원은 김 교육감이 매년 1월과 7월에 이뤄지는 근무평정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근평이 결정되기 전에 과장이나 인사담당 사무관으로부터 4급 승진임용 인원수를 보고 받은 뒤, 승진 후보자 명부상 순위를 직접 정해줬다고 하는데?"공무원을 5급에서 4급으로 승진시킬 때, 근무평정위원회에서 순위를 매기는데 (인사권자인) 교육감은 (7배수 안에서) 1번에서 7번까지 누구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1번이 아닌 7번을 선택해도 된다. 그러나 1번이 올라가는 게 자연스럽고, 평정순위가 주는 기대감이 있기에 1순위 평정받은 사람이 승진했다. 물론 근무평정 순위가 정해지기 전에 교육감과 인사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미리 모여 의견 조율을 한다.
이러한 인사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관행이다. (교육감인 내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어떤 강압도 없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죄를 지은 게 없다. 지금이라도 내 금융계좌 열어보라. 전북교육청처럼 인사 깨끗하게 했으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 모양 됐겠느냐?"
- 감사원이 감사 전후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다는데?"오죽하면 감사원 공무원조차도 "전북교육청 인사는 깨끗하다는 것 우리도 알고 있다. 이것은 제도 개선의 차원이다. 감사하러 내려올 때 큰 거 있을 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막상 열어보니 없더라" 이렇게까지 말했다. 그래놓고 감사원이 마치 큰 비리 있는 것처럼 떠벌린 것이다. 오히려 검찰 가서 사실관계 명확히 진술하겠다. 관련 직원들도 협조할 것이다. 조사하고 나면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인사가 이렇게 깨끗한 곳도 있구나 이렇게 느낄 것이다."
- 아무리 관행이라고 하지만 법에 걸리지 않겠나?"위법이 아니라고 본다. 모두가 반대하는 사람을 교육감이 승진시켰다면 몰라도 인사라인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좋다고 해서 한 것이다. 인사비리로 시비 당한다는 게 자존심 상한다. 솔직히 내가 시비 거리가 된다면 인사비리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누구냐?"
-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을 듯한데?"나는 교육감 취임 후 단돈 백 원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또 그것을 실천해왔다. 나도 인간인지라 혹시 검은 돈을 받는 일 있다면 바로 자진할 것이라고까지 한 사람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5급 공무원들 금융거래까지 조회했고, 컴퓨터 본체까지 가져갔다. 내가 비리를 저질렀다면 우리나라 기관장 중에서 인사비리 안 저지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표적감사가 됐는데, 감사원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누리과정 예산 등 박근혜 정부 정책에 내가 협조하지 않자 감사원이 다분히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 정권이 감사원장 퇴임 시킬 때 감사원은 무엇을 했는가 묻고 싶다. 한 나라의 헌법질서에서 감사권력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마치 완장이라도 찬 것처럼 행세를 하면 그건 죄악이다. 국민들이 감사원의 활동을 보고 감동을 한 적이 있었나?"
- 이번 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달라."이번 고발은 감사원이다. 감사원이 큰 칼을 빼들었으니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넘어가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감사원이 고발한 범죄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다. 감사원의 판단이 과연 맞는 것인지는 진실이 말해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교육감이 마치 파렴치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겠더라. 일부 매체들은 '인사 전횡'이라는 표현을 썼더라. 정말 인사 전횡을 했다면 그것을 지금까지 숨길 수 있었겠으며, 정권이 보고만 있었겠는가? 구부러지느니 부러져야 한다. 굴복은 내 인생에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각인될 것이다. 이 정권은 정의를 지향하는 정권이 아니라 정의를 유린하는 정권이다. 이제 그 최후의 운명을 향해 가고 있다. 감사원의 행동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는지 꼭 증명해 보이겠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압수수색 소식에 많은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고 있다. "청백리의 표상이신데 뭘 몰라도 한참 몰라요"라는 반응부터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걸까요? 투서든 민원이든 반드시 무고죄로 처벌 받아야 할 겁니다", "엉뚱한 사람 잡지 말고 자기들이나 잘 하지. 참 힘든 세상 같아요" 등 화난 목소리도 많다.
또한 "이번 일도 교육감님은 잘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휴... 지금 그들에겐 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아직도 있나봅니다. 이런 시국에. 한숨만 나오네요. 하지만 교육감님 힘내시고 있으시죠" 등 힘내라는 목소리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나근형 전 인천교육감 사건 판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일단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뒤 이르면 다음 달에 김 교육감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