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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시내버스 업체인 호남고속이 사고처리 비용을 기사들에게 전가한 정황이 적발됐다. 해당 회사 소속 시내 및 시외버스 기사 3명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회사가 먼저 자비로 처리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청한 적 있다고 기자에게 증언했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는 "음성적으로 사고처리 비용 부담을 요구하면 노동자는 힘이 약하기에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회사의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 단체협약에는 사고비에 대해 자비 부담을 시키지 않는다고 되어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회사는 최근 전주시가 전북발전연구원을 통해 실시한 '안전·경영·서비스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여 2억 5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수령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사고를 자비로 처리하라고 종용하는 회사가 평가 1위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 취소를 요구했다.

 호남고속 교통사고 노동자 자비 부담 요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현수막
호남고속 교통사고 노동자 자비 부담 요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현수막 ⓒ 문주현

"호남고속, 교통사고 처리 비용 노동자에게 전가"

2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노조는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가 자비부담으로 처리하여 사고가 없던 것으로 해왔던 시내버스 회사들의 탈법적인 관행에 대해 지적해왔다"면서 "최근 호남고속에서 (노동자에게 처리 비용을 전가한) 확실한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4시 46분경, 호남고속 버스기사 김아무개씨는 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 인근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김아무개씨는 "멀리서부터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사고 처리를 약속했다.

다음날 김씨는 운전자 A씨에게 "보험처리를 하려고 담당자와 통화를 했는데, 회사 내 사고가 너무 많아서 개인 처리를 종용하네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어차피 징계가 들어오면 그만큼 손해가 되니 난처합니다"며 개인 합의를 요청했다. 이후, 김씨와 A씨는 차량 보상비와 입원비를 합한 210만 원에 합의했고, 버스기사 김씨는 운전자 A씨 통장으로 210만 원을 보냈다.

 버스기사 김모씨가 회사가 자부담을 종용하고 징계를 걱정해 개인 합의를 요청하고 있는 문자 내용
버스기사 김모씨가 회사가 자부담을 종용하고 징계를 걱정해 개인 합의를 요청하고 있는 문자 내용 ⓒ 민주노총 전북지역 버스지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는 "호남고속은 사고를 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비용에 따라 최대 30일까지 승무정지 징계를 했다"면서 "100~200만 원의 피해가 처리된 경우에는 대략 승무정지 10일의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정지 기간도 월과 월 사이에 배치해 한 달 만근을 못하도록 하여 각종 수당을 못 받도록 하는 불이익을 줬다"고 말했다.

회사는 '옛 이야기', 그러나 보험 처리하니 '징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와

전북지역 버스지부는 "호남고속 사업주는 지난 12월 20일 열린 '전주 시민의 버스위원회'에서 사고처리를 노동자의 자비로 부담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거짓말을 서슴없이 했다"면서 "호남고속 노동자들은 징계와 불이익을 받을 두려움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호남고속 사업주는 운전자 자비 처리는 '옛날 이야기'라며 부인했다.

호남고속 한 관계자는 김아무개씨의 사안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오늘 김씨에게 확인하고 알게 됐다"면서 "김씨가 (몇 차례 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부담을 느껴 자비로 처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자비로 부담한 부분을 사고로 처리하고 돌려주겠다"면서 "징계는 '경고'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과거에는 노동자가 자비로 교통사고 처리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두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남고속의 주장과 달리 시외 및 시내버스 기사들은 최근까지 사고를 자비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내버스 기사 B씨는 "최근 접촉사고에 대해 자비 처리를 회사가 요구했고 정직 등 징계 이야기가 나와 자비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시외버스 기사 D씨는 "자비로 처리한 경우, 징계를 면할 수 있었다"면서 "사고를 보험으로 처리하니 승무정지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비처리를 '음성 처리'라 표현했다. 이 표현은 자비처리를 부인한 호남고속 관계자도 설명 과정에서 쓴 표현이다. 호남고속 한 시외버스 기사는 "버스 업계에서는 '음성 처리'라고 말하는 것은 관행이다"라면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운전을 하는 기사들이 안전 운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사고를 전부 막을 수 없는데 자비로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회사에서 먼저 자비 처리를 요구하며, 보험 처리는 정직 등의 징계가 뒤따른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호남고속의 교통사고 노동자 책임 전가를 규탄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호남고속의 교통사고 노동자 책임 전가를 규탄했다. ⓒ 문주현

민주노총, "전 업체 버스기사 상대로 무기명 설문 조사 진행해야"

현재 전주시는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호남고속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중단'을 할 수 없단 입장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김아무개씨의 사례는 12월에 있었던 것으로 평가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반영한 것"이라며 "시민의 버스위원회에서 관련 항목과 평가 방식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남고속은 안전 관련 항목에서는 중위권을 기록했지만, 시민 모니터단이 평가하는 승객만족도에서 높은 점수로 1위를 했다"면서 "이번 평가는 (안전 등이) 우수한 업체에 돈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친절 부문을 얼마나 개선했는지에 기준을 두고 점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자비 처리 관련한 평가 항목에 대해서는 "당시 단 한 건의 사례도 제출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북지역 버스지부는 "전 업체 버스 기사를 상대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하거나 신고 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교통사고 처리 비용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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