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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조선, 태영호 전 공사 발언에 '대북제재 효과 있었다'며 설레발

27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탈북인사가 이렇게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2017년까지 핵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김정은이 있는 한 북한은 10조 달러를 준다 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공개 활동이 '최순실 사태 물타기용'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 정치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정치도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태 전 공사의 기자회견에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이는 보도량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데요.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1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2건, 동아일보가 5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은데 반해, 조선일보는 무려 9건의 관련 보도와 사설 및 칼럼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이 기자회견을 통해 얻은 '결론'입니다. 조선은 <사설/야 햇볕론자들, 태영호 공사 증언 듣고 있나>(12/28 https://goo.gl/lDoYnB)에서 "우리 사회에는 태 전 공사처럼 북에서 살면서 체험하고 체득한 고위 인사 얘기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햇볕론자라고 하는 맹신자들이다"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지역감정과 정치 논리까지 합쳐져 이제는 거의 무슨 종교"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햇볕정책과 햇볕론자를 공격한 조선일보 사설(12/28)
햇볕정책과 햇볕론자를 공격한 조선일보 사설(12/28)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왜 이렇게 햇볕정책과 햇볕론자들을 공격하는 걸까요? 조선일보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태 전 공사의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 심리를 바꾸고 김정은의 경제정책을 물거품으로 몰고 갔다"는 증언 등을 보면 대북 제재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햇볕론자들은 대북 제재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햇볕론자는 앞으로도 "북에 돈과 쌀을 주면 핵을 포기할 것이란 단선적 논리"를 밀고 나갈 것이며, 그 기회를 틈타 북한의 김정은은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다시 돈과 쌀을 받"게 될 거라는 겁니다.

조선일보가 보기에 '이런 짓'을 할 햇볕론자의 대표주자는 당연히 문재인 전 대표입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 개성공단은 다시 돌려 북에 달러가 들어가게 만들고 사드는 재검토한다고 했다'"는 것이죠. 여기에 덧붙여 "국민의당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라는 조선일보의 '우려'는 결국 '야권 대선주자들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조선일보에게 햇볕정책은 무조건 '오답'이고 대북제재는 '정답'입니다. 심지어 해당 사설에서는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지급된 물자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등 개성공단이 북한에 남한의 발전상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태 전 공사의 발언을 슬쩍 외면하기까지 했습니다. 대표적인 햇볕정책인 개성공단도 싫은 것이죠.

정부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이른바 '강풍정책'만을 이어나가면, 북핵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되는 걸까요? 당장 전쟁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 아니라면,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게다가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조선일보의 서글픈 자위와는 달리 정작 북한이 핵실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이른바 강풍정책이 실시됐던 2008년 이후입니다. 지금은 햇볕이 아니라 강풍 정책의 효용성을 검증해야 할 시기인 것이지요.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박근혜나 노무현이나 예술인 통제는 다 했다는 동아

동아일보는 28일 최순실씨가 국정원을 동원해가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정황에 대해 특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단독 보도를 내놨습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죠. 실제 동아일보도 사설 <유신독재 연상시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12/28 https://goo.gl/ZGNJE8)을 통해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은 역사의 시곗바늘을 유신독재 시대로 돌리는 시대착오적 행태"이며 "국정원이 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주장입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해당 사설 마지막 문단에서 갑작스럽게 '물타기'를 시도합니다. 박근혜 정부도 문제지만 "노무현 정부는 좌파 문화예술인을 집중 지원하고 보수 성향 예술인들을 차별해 문화계 토양을 황폐화시켰다. 좌든 우든 이념적 잣대로 문화예술을 흔들고 돈으로 문화인을 통제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도 이념을 기준으로 문화계를 압박했다는 이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습니다. 동아일보의 이런 주장대로라면 정부는 아예 각 예술가의 이념을 미리 전부 파악해놓고, 좌성향 예술가와 우성향 예술가에게 '똑같이' 지원을 해야 할 겁니다. 예술 지원은 작가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작품을 보고, 그 중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지원하면 되는 것입니다.

3. 오늘의 유감 보도 ③
국정 교과서로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고 싶은 조선 

사실상 예산 지원 등을 빌미로 국정 교과서 교육 현장 채택을 늘리려는 '꼼수'라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국검정 혼용 방침 확정이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사설/국정·검정 자유 경쟁하면 좋은 교과서 가려진다>(12/28 https://goo.gl/0STsqv)에서 "국정 단일 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강하고, 최순실 사태의 영향을 받아 야당은 물론 여당 인사들까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이런 혼용 방침은 "고심 끝에 택한 대안"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경쟁을 통해 좌편향 교과서를 바로잡을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죠.

이런 주장을 펼치기 위해 조선일보는 먼저 "많은 검정 교과서는 대한민국을 폄하하고 북한 정권에 정당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멀쩡하게 심사해 통과시킨 기존 검정교과서에 대해 '좌편향'이라는 딱지를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하지 않은 조건에서 졸속으로 작업된 국정 교과서에 대해서는 "이런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아 우리 현대사의 밝은 부분을 강조하고 어두운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등 비교적 균형 있게 서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전국 164개 대학과 164개 역사 관련 학회 소속 역사·역사교육 학자와 대학원생 1579명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대체 누가 내놓은 평가를 이렇게 인용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전문가 집단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어 조선일보는 "경쟁도 하지 않고 학교의 선택권조차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은 좌편향 역사 교육을 영원히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국정 단일 교과서를 반대했던 스스로의 주장과도 어긋난다"며 "정부든 민간 출판사든 각각 최고 품질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 선택을 받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 '역사 교육 정상화' 길도 열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 교육 정상화'라는 것은 사실 교과서를 친일 독재 부역자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세탁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말의 줄임말이라도 되는 걸까요? 과연 조선일보가 할 법한 주장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6년 12월 2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덧붙이는 글 | 민언련 활동가 배나은입니다.



#민언련#조선일보#태영호#햇볕정책#국정 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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