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지시는 '국회의원 배지 수거'였다.
그는 29일 오후 당 전국위원회에서 공식 선출된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원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당했는데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이 여기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게 마땅한가"라면서 "정중히 말하는데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의원 배지를 당에 반납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원칙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쯤 되면 사퇴해야 마땅한데 대통령도 탄핵 당하는 마당에 소속 당의 국회의원들이 아무 책임을 안 지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에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속 국회의원들이 전원 사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 상징적으로, 정신적으로라도 탄핵 당한 책임을 같이 진다는 뜻에서 가슴에 달고 있는 국회의원 배지를 당에 보관해 달라"라면서 "언젠가 때가 되면 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인 비대위원장은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돌출행동을 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연말연시에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당에 대해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판인데 설사 개인적 소신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당에 해를 끼치는 말이라면 삼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일부 몇 사람들이 그런 행태를 보여서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이 지금까지 많이 있었다"면서 "어제까지는 용서되지만 앞으로 이런 행태가 보이면 용서하지 않고 처벌하겠다. 제가 첫 번째 드리는 경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신이 있으면 나가서 하든지 혼자 하라. 당을 떠나시라"라면서 "국민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문이 일부 우익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의원 등을 겨냥한 경고인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다만, "여러분이 아시지 않나. 꼭 물어보셔야 겠나"라면서 "공인이라면 공적인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게 공인으로서의 책임이고 자세"라고만 말했다.
비대위 인선·인적청산 등 주요 현안 대해서는 하루 뒤로 답변 미뤄인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인선과 인적청산 등 당내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하루 뒤'로 답변을 미뤘다.
그는 비대위 인선 관련 질문에 "비대위 인선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 준비를 한 뒤에 구성해도 늦지 않고 그래야 실효적으로 (비대위가) 구성돼 혁신과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서 일부러 제가 (인선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 구성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내일 현충원 참배 끝나고 돌아와서 말씀드리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비대위 인선이 지연되는 까닭이 인물난 때문 아니냐'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고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도 있다면서 (당연직 3명을 제외한) 비대위원 9명도 못 모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외부에서 몇 사람 명망가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접근으로 비대위를 구성하려 준비하고 있다"면서 "발표할 수도 있었는데 (비대위 인선을) 발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친박(친박근혜) 좌장으로 꼽히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이날 '2선 후퇴'를 공언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두 의원은 이날 당 전국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백의종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최 의원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부가 잘 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저는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겠다"면서 "새누리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국정혼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시기 때문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사죄드릴 부분은 사죄드리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 비대위원장은 "인적청산 관련해서도 관심이 많으실 텐데 그에 대해서도 내일 현충원 참배 이후에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 비대위원장은 '가칭' 개혁보수신당에서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출당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직 보고 받지 못했지만 상식적으로 신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이 맞다고 하면 무엇을 아까워하겠나. 던지고 (신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자리는 자리대로 누리고 신념은 신념대로 누리는, 이걸 얼마나 국민들이 이해하실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개혁보수신당 "인적청산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한편, 개혁보수신당은 '친정' 새누리당의 '인명진 비대위' 출범에 "구체적인 인적청산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인 비대위원장이 첫 일성으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언급한데 대해서는 평가한다. 그러나 그 반성과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반성과 책임은 말과 선언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인적청산 없이 반성과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어느 국민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사당화시키고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한 인적청산을 어떻게 하는지 개혁보수신당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