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돌발행동과 여러 응급상황으로 당황할 수 있습니다. 응급상황은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빠른 시간 내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되어 평생 후유증이 남게 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게 됩니다.
적절한 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하여 추가적인 진료 및 치료를 하면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처치 방법을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초롱이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었어요화상은 뜨거운 물과 기름뿐만 아니라 다리미, 담배, 전기, 마찰열과 같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은 난방으로 인한 화상사고가 많아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뜨거운 난로도 위험하지만 미지근한 전기매트나 드라이기에 장시간 노출되어 저온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사람과 달라 화상을 입어도 수포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초롱이 화상부위를 차가운 물로 식히거나 얼음팩을 이용하여 15~20분 정도 찜질해 줍니다. 이때 얼음팩이 피부에 직접 닿으면 피부조직의 손상을 더욱 악화시키므로 얼음팩을 타월로 감싸 주어야 합니다.
생리식염수로 씻어낸 후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로 환부를 감싸 2차 감염을 예방합니다. 초롱이를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동하여 집중적인 처치를 받습니다.
2. 토토가 전기에 감전되었어요강아지나 고양이를 비롯하여 앵무새, 햄스터, 토끼와 같은 반려동물들은 호기심이 많고 그에 비례하여 본능적으로 사물을 물어뜯습니다. 특히 전선코드를 물고 놀다 전선피복이 벗겨지며 전기에 감전되는 경우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기에 감전되면 반려동물들은 의식을 잃고 심장이나 뇌기능에 장애를 입을 수 있으며 폐수종으로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일단 토토를 전기에서 떼어내야 합니다. 급한 마음에 토토를 만지거나 안으면 보호자도 같이 전기에 감전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먼저 분전반의 전기 공급 스위치를 내리고 콘센트를 뽑아 전기를 차단합니다. 전기를 차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책이나 플라스틱, 나무 막대기를 이용하여 떨어뜨려 놓습니다.
토토의 의식과 맥박, 호흡을 확인합니다. 심정지가 확인되면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합니다. 그리고 토토의 입안과 신체 여기저기의 화상부위를 확인하고 화상처치를 합니다.
토토를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동합니다. 전기감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전선코드는 정리하고 사용하지 않는 코드는 미리 빼놓습니다. 전기코드에 플라스틱 덮개를 씌워 보호하고 쓴맛이 나는 기피제를 뿌려 접근을 방지합니다.
무엇보다 유난히 호기심이 탁월한 아이나 유치갈이 하는 시기에는 전선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껌이나 장난감으로 유도하여 전선을 물어뜯지 않도록 합니다. (관련 기사 :
집에서 할 수 있는 반려동물 응급조치 방법)
3. 호두가 씹던 껌을 급하게 삼켜 기도가 막힌 것 같아요.평소 급하게 먹는 식습관이 있는 아이이거나 여러 마리와 같이 생활하는 반려동물들은 경쟁심으로 인하여 음식물을 급히 삼키다 기도가 막히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호두의 입을 벌려 입안을 확인합니다.
입안의 이물질을 손가락으로 제거합니다. 이때 무리하게 제거하게 되면 더 깊숙이 밀려 들어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보호자의 손으로 제거가 어려울 때는 하임리크법을 실시해야만 합니다. 하임리크법은 목에 이물질로 기도가 막혔을 때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호두를 뒤에서 안고 흉골 밑을 강하게 압박하여 구토를 시킵니다. 다시 호두의 입안을 확인하여 이물질로 기도가 막혀 있는 상황이면 다시 한번 하임리크법을 실시합니다.
호두를 안정시키며 병원으로 이동하여 추가적인 처치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