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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 비포 앤 애프터

지금 와 다시 돌아보아도 참 길고, 어렵고, 힘든 날들이었다. 많이 다투고 울고 그리고 웃고 사랑했다. 다시금 기록하면서 되새기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됐다.

'공사의 대장정'을 마친 후에도 집은 세월과 함께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새로 칠해 눈부시던 외벽에 흙먼지가 묻고, 바람이 묻고, 봄내음이 묻어 더욱 멋있어진다. 시골 마을에 있는 오래된 집이다 보니 공사를 마치고 나서도 손 봐야 할 곳이 참 많다.

어찌 보면 바쁜 도시에서 보다 시골에서 사는 것이 좀 더 부지런해야 하는 것 같다. 남편 J는 천성적으로 잠시도 가만히 쉬질 못하는 사람이다 보니, 잠깐 눈에 안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밖에 나가 뚝딱뚝딱 뭔가 만들고 있다. 그 사이 비가 들이치는 현관문과 창가에 투명한 처마도 만들어 달았고, 텃밭도 이리저리 손 보고, 흙으로 된 자그마한 화덕도 만들었다. 화덕 만드는 일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해서 정말 재미있었는데, 완성해 놓고 사람들과 함께 피자도 여러 번 구워 먹었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 멋지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못났다 타박하지 않는다.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를 묻히며 해 볼 수 있는 것, 살아볼 수 있는 삶. 이것이 나와 J가 시골에서 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민박집을 시작하고, 걱정했던 것보다 이 작고 외진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줬다. 사실, '특별한 관광지 없는 이런 마을 속에 민박집을 하면 누가 찾아오려나…' 하고 걱정했는데,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이었다. 공사 과정을 블로그를 통해 함께 지켜보고, 응원해주던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그들과 그간의 이야기들, 여긴 어땠고, 저긴 어떻게 고쳤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참 좋다. 나의 오랜 친구들은 이 공간을 보고는, 나를 많이 닮은 공간이라고 얘기했다. 기분이 참 좋았다. 날 닮은 공간이라니…. 직접 손으로 일구어 나를 닮은 공간을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방심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공간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J와 나는 이 공간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유하려 들면 얽매이기 마련이다. 100년도 넘게 이 땅을 지키고 서있던 오래된 집을 우리는 소유할 수 없다. 그저 잠시 머무는 것뿐이다. 마음에 욕심이 생기는 날이면, 이런 생각을 되새기고는 한다. 그리고 '더 재미있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지' 생각한다.

[큰방 Before & After]

 큰방 before
큰방 before ⓒ 박다비

 큰방 after
큰방 after ⓒ 박다비

[골방 Before & After]

 골방 before
골방 before ⓒ 박다비

 골방 after
골방 after ⓒ 박다비

[작은방 Before & After]

 작은방 before
작은방 before ⓒ 박다비

 작은방 after
작은방 after ⓒ 박다비

[거실 Before & After]

 거실 before
거실 before ⓒ 박다비

 거실 after
거실 after ⓒ 박다비

[세면실 Before & After]

 세면실 before
세면실 before ⓒ 박다비

 세면실 after
세면실 after ⓒ 박다비

[바깥채 Before & After]

 바깥채 before
바깥채 before ⓒ 박다비

 바깥채 after
바깥채 after ⓒ 박다비

[안채 뒤편 Before & After]

 뒷현관 before
뒷현관 before ⓒ 박다비

 뒷현관 after
뒷현관 after ⓒ 박다비

[안채 외관 Before & After]

 안채 외관 before
안채 외관 before ⓒ 박다비

 안채 외관 after
안채 외관 after ⓒ 박다비

[데크 Before & After]

 데크 before
데크 before ⓒ 박다비

 데크 after
데크 after ⓒ 박다비

[창고 Before & After]

 창고 before
창고 before ⓒ 박다비

 창고 after
창고 after ⓒ 박다비

길었던 우리의 첫 여행의 마무리를 서로에게 남긴 편지로 대신한다.

[다비의 편지] 까달았어,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해낸 거였어

J에게

J. 길고도 짧았던, 힘들고도 행복했던 우리의 첫 여행이 이제 마무리되었어.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을 이렇게 한데 모아 글로 적고 나니, 이제 정말 우리의 첫 여행이 마무리되는 느낌이야. 길었던 공사를 끝내고, 우리가 만든 이 공간에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 지 벌써 여러 날이 되었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 때문인지, 영 마무리의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 책이 우리의 첫 모험의 마침표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

처음 당신을 만났던 때가 생각 나. 뭘해서 먹고살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던 20대 후반의 남자였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선 예전부터 오랜 시간을 고민해온 사람 같았어. 그래서일까 왠지 모르게 깊어 보이는 눈이 참 마음에 들었어. 당신이라면 꽤나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인생을 함께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어.

J. 당신이 100년이 다 되어 허물어져가는 오래된 옛집을 구했다고 했을 때. 그리고 그 집을 나와 함께 고쳐보자고 얘기했을 때 말이야. 사실 나, 별로 고민하지 않았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어떤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 당신에게. 모두들 힘들 거라고 포기하라고 했지만, 나는 왠지 청개구리 기질과 쓸데없는 고집이 있거든.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 고집과 믿음이 헛되지 않게 우리 참 멋진 공간을 만들어낸 것 같아. 아마도 나는, 당신 없이 혼자였더라면 내 인생에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을 해낸 것 같아. 참 고마워. 아무나 할 수 없는 멋진 일을 해볼 수 있게 해줘서.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공간을 만들어낸 일은 내 인생 계획이나 목표나 꿈에 없었던, 얼떨결에 하게 된 일이라고 생각했어. 운이 좋아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 정말 얼떨결에 말이야.

그런데 기억나? 며칠 전 우리 집에 혼자 다녀간 남자 손님 말이야. 독일에서 음악을 배워 작곡을 하고 있다던 그 사람 말이야. 그 손님이 이런 말을 했잖아.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언가를 통해 표현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있고요. 지금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음악이니까요. 두 분 이야기를 보고, 두 분이 하고 싶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이 공간 곳곳에 표현해두셨구나. 꼭 한 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 얘기를 듣고 깨달았어. 나,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해낸 거란 걸 말이야. 늘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었어. 글을 쓴다거나, 사진을 찍는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야.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무언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리고 우린 이 공간에 당신과 나의 이야기들을 담아내었어. 그래서 참 재미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춥고, 덥고, 힘든 일들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우린 또 다른 방법으로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해나가겠지?

늘 고맙고, 사랑해. 이만 총총.

- 2015년 코끝에 겨울. 다비가

[J의 편지] 나는 나의, 너는 너의 느낌으로 '우리 이야기'를 계속하자

다비에게

지난 1년간 힘들다고 도망가지 않고 옆에 있어줘서 참 다행이라 생각해. 처음에는 나도 우리가 다 해낼 수 있을지 몰랐으니까. 그러다 추운 겨울 어느 날엔가, 그토록 잠이 많은 다비 네가 어서 일하러 가자고 날 깨웠던 적이 있었지. 나는 그때쯤, 너도 이제 마음을 굳게 먹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그 후로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어. 우리가 할 수 있겠구나.

돌아보면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닌데, 꽤나 오래된 일처럼 느껴져. 아마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너를 만난 이후 나의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 같아. 이러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폭삭 늙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된다. 그래도 매일매일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쁘진 않아.

그리고 너는 나보다 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지. 때론 그런 점이 어이없긴 하지만 그런 점이 너답고 좋아. 나도 그런 모습이 있기도 하고. 그래서 우린 늘 하루가 끝날 때쯤엔 그렇게 피곤한가 봐.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일은 자유롭게 살려고 고민하고 그 와중에 시작하게 된 일이지만, 어쩌면 지금 하는 일이 오히려 자유를 구속하고 더 얽매이게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유로움은 뭘 더 갖고 혹은 비움에서 오는 느낌만은 아닌 것 같아.

우리가 가진 것들을 그대로 누리고, 때론 사람들과 나누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것으로도 지금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의 다음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계속해서 나는 나의 느낌대로, 너는 너의 느낌대로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진동을 준다면 그야말로 짜릿하겠지. 오늘 우리가 하는 일들이 누가 알든 모르든,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전해지고 영향을 준다면, 우리가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옆에서 지금처럼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유로운 하루를 살자.

사랑한다.

늘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인생을.

- 겨울이지만 아직 문을 다 열어 놓고 누워서 천정을 바라볼 수 있는 2015년. Jay

 웨딩사진 before
웨딩사진 before ⓒ 박다비

 웨딩사진 after
웨딩사진 after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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