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빠졌다. 지난 12월 9일, 국회는 234명의 국회의원이 탄핵을 결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앞으로 5개월 이내에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확정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잃게 된다.
이처럼 한국이 위기를 맞고 있는 사이 한국에 거주하는 200만 명의 외국인 주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외의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촛불시위 문화에 경의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시위를 했지만 단 한 건의 폭력사태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들의 생각은 어떤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이주민들의 반응을 수집한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어떤 이주민은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 한국을 떠나야 하지 않냐?"고 질문해 왔고 또 어떤 이주민은 "한국엔 부정부패가 없는 줄 알았는데 후진국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노골적으로 실망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자부심을 가진 촛불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한국인들은 왜 대통령의 잘못을 밝힐 생각은 하지 않고 거리에 나가 촛불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냐"는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도 지금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은 이곳 한국에서 지금 이 상황을 우리와 함께 겪고 있는 이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한국의 위기상황을 내국인과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에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이끌어가는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이병희 경기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협의회장, 신상록 함께하는다문화네트워크 이사장, 김종철 안산시다문화지원본부 다문화정책과장, 왕그나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장(중국 출신 이주민), 전정숙 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베트남 출신 이주민)와 전화로 긴급 인터뷰를 실시했다. 다음은 통화 내용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송하성 "전혀 뜻밖이다. 이주민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김종철 "한국은 OECD 국가이고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한 나라다. 안보 역시 굳건하다. 이런 난리가 났는데도 북한이 한국을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 경기침체로 인해 고용문제가 위축될 수 있고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다소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정치적 위기로 인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오경석 "지금 이 상황은 위기가 맞다. 시스템이 무너질 것 같은 위기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발생하고 토론도 많이 한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한국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같으면 폭력사태에 약탈이 발생하지 않았겠나. 어떤 나라는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 계엄령까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건강한 사회다. 이주민들이 이런 점을 잘 이해해 주면 좋겠다."
송하성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이주다문화 사회에도 변화가 있지 않겠나?"
김종철 "당연히 정치 분야에서 발생한 문제가 경제 사회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어떤 경우라도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사회가 시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주민들은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맡은 일을 잘하면 될 것이다. 이주민이 동요할 정도의 사회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의 이주다문화 사회는 굳건하다."
송하성 "그렇다고 해도 촛불시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주민의 시각은 놀랍다."
전정숙"이주민들이 내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인식을 하는 것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으면 해외 언론이 사건을 정리해서 보도해 주지만 한국에 있으면 한국 언론을 접하는데 이해할 정도의 한국어를 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 결국 다른 친구들이 하는 말과 한번 걸러진 정보를 들을 가능성이 높다. 저에게도 외국인 근로자와 친구들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현재 상황이 어떤지 정리해서 말해주지만 이미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잡기가 쉽지 않다."
왕그나 "모든 이주민들이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중국 출신 이주민들은 한국인들의 정신이 강해서 촛불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칭찬한다. 한 사람의 시민에 불과하지만 국가를 위하는 마음이 대단하기 때문에 촛불시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최근에 보여준 촛불시위는 분명히 칭찬받을 만 하다."
신상록 "현재 우리나라의 촛불문화제는 한국인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예로부터 한국인은 술, 노래, 춤, 시를 즐긴 민족이다. 오죽하면 임진왜란 당시 명량대첩에서도 병사의 숫자가 많아 보이게 하려고 강강술래를 추었다는 말이 있지 않나. 부정부패는 민망하지만 사실이다. 한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이 정직과 청렴 속에서만 이루어졌겠나.
이주민들에게 교재를 갖고 한국 사회와 문화를 가르칠 때 한국의 발전상과 전통문화, 효의 가치 등을 교육하는데 지금 현실과 달라 부끄러울 때가 있다. 부정부패와 같은 것은 어느 사회에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도 부정부패가 있다. 다만 그것이 드러났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민주주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송하성 "오늘 한국의 위기상황을 이주민들이 어떻게 이해하면 좋겠나?"
이병희 "외국인주민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시민이다. 나라가 이래도 한국인은 전혀 흔들리지 않으며 행정체계도 잘 작동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자신이 자라온 나라와 다른 한국의 문화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하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떤가. 시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주민들도 이러한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기보다는 세계시민으로서 공감하고 이해하는 성숙된 의식을 가져야 한다."
신상록 "평소에 한국에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겠냐고 이주민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의외로 한국에 남아서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는 이주민들이 많다. 본국으로 돌아가봤자 희망도 없고 내가 지금 사는 곳이 바로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자유롭고 안정된 나라라는 것이 많은 이주민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국은 지금의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할 것이다. 한국의 이주 다문화 사회도 21세기에 희망이 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