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의 국정논단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이 <조순제 녹취록>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언론들도 <조순제 녹취록>을 계속 거론하고 있다. 10년전인 2007년에 작성된 이 녹취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조순제씨가 박근혜와 최태민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증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간 박근혜-최순실 관계의 역사적 뿌리를 이해하는데 이 녹취록은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오마이TV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녹취록 전문의 모습을 공개하고 이를 심층분석 한다. [편집자말] |
☞ 이전기사 :
박근혜-최태민의 관계는 "물과 고기"
조순제는 녹취록에서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를 "간첩 점조직"식으로 만나는 "물과 고기"의 관계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참 묘하다" "불가사의하다" "미스터리하다"라고 말했다.
물 최태민과 고기 박근혜의 관계가 비정상적이라는 판단하에 이 둘을 격리시키려는 시도가 당대 정권의 최고실력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심지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격리 시도도 실패했다.
둘을 떼어내려는 첫 번째 노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에 의해 이뤄졌다.
조순제는 녹취록에서 10·26 전에 "김재규가 수단방법 안 가리고 (최태민의) 모든 걸 다 수집"했다고 말했다.
"(김재규의 중앙정보부가 도청을 했는지) 깊은 사무실에서 얘기했는데 1분만에 와서 말조심하라고 충고할 정도라면 다른 건 뭐..."(4쪽)그래서 김재규와 박근혜-최태민의 관계는 "결사적"이었다고 한다.
"박근혜와 최태민은 김재규를 결사적으로 씹었다, 저걸 두면 큰일 나..."(4쪽)김재규 사형집행 후에도 계속된 '박근혜-최태민' 관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조사한 박근혜-최태민 관계는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되었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친히 딸을 불러놓고 조사를 했다. 이름하여 친국(親鞫)이 진행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배석한 중앙정보부 백관현 국장한테) 증거를 내놔 했는데 하나도 못 내놔. 자료 내놨다가는 근혜가 맞아죽고, 또 그 사람들 바보가 아닙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거든요. 박통(박정희 대통령)하는 것 보니까 전부 지네(중앙정보부 등 최태민 견제세력)만 다치거든요. 그러니깐 근혜쪽 붙은 사건은 전부 피하는 겁니다."(12쪽)이렇게 해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한 조사도 박근혜-최태민의 관계를 단절시키지 못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밤 박정희 대통령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데, 나중에 군사재판정에서 항소이유서를 통해 대통령 살해의 한 배경으로 박근혜-최태민 관계를 들었다. 다음은 김재규의 항소이유서 중 관련 대목이다.
"피고인(김재규)은 1975년 5월 구국여성봉사단 총재로 있는 최태민이라는 자가 사이비 목사이며 자칭 태자마마라고 하고 사기횡령 등의 비위사실이 있는데다 여자들과의 추문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런 일을 아무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더니 박 대통령은 '정보부에서 그런 것까지 하냐?' 하면서 반문 하길래 피고인으로서는 처음에 대통령의 태도를 보고 놀랐으며, 대통령은 큰딸인 박근혜에게 그 사실을 알렸으나 근혜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여 대통령이 직접 조사하겠다고 하였는데, 그 조사 후에 최태민이란 자를 총재직에서 물러나게는 했으나 그후 알고보니 근혜가 총재가 되고 그 배후에서 여전히 최태민이 여성봉사단을 조종하면서 이권개입을 하는 등 부당한 짓을 하는데도, 박 대통령은 김 피고인의 '큰 영애도 구국여성봉사단에서 손떼는 게 좋습니다. 회계장부도 똑똑히 하게 해야 합니다'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일도 있어서, 대통령 주변의 비위에 대하여 아무도 문제 삼지 못하고 또 대통령 자신도 그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박정희 대통령은 10.26으로 저 세상으로 떠났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도 사형집행되었으나 박근혜-최태민 관계는 계속됐다. 군사쿠데타로 등장한 전두환 대통령도 집권 초 한때 최태민을 강원도 군부대로 보내 박근혜와 분리를 시도했지만 그 후 흐지부지됐다. 조순제의 말이다.
"박통 죽고나서 전두환이가 근혜는 절대 안 건드려. 신성시하고.""그 친구들이 무슨 재산관계니 이런 거 조사한 건 없어요. 그때 조사를 했으면 많이 나왔겠지." (13쪽)조순제 "전두환이 준 6억, 스위스 은행 50억"
조순제 녹취록에는 '전두환이 10.26 후 박근혜에게 준 6억원'(15쪽), '스위스 은행에 50억'(8쪽) 등 뭉칫돈 이야기가 거론된다. 조순제는 녹취록에서 그 돈들의 향방에 대해 이런 암시를 한다.
"전부 기집애들이(최태민의 딸들) 다 사돈의 팔촌까지... 전부 분산시키고 왔다갔다 정신이 없어요."(9쪽)이 돈들의 실체와 그 후 행방에 대해 전두환 정권은 물론 그 후 어떤 정권에서도 조사된 적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두 민주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김재규의 항소이유서 표현대로 박근혜-최태민 가(家)의 검은 관계에 대해 "아무도 문제삼지 못하는" 시절이 계속 이어졌다. 누군 알지 못해서, 누군 믿기지 않아서, 누군 두려워서, 또 누군 다 지난 옛일이라면서.
박근혜-최태민에서 박근혜-최순실로 이어지는 불가사의한 검은관계가 그동안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현대사가 쌓아온 적폐를 상징한다. 박근혜-최태민의 잘못된 만남이 시작된 지 40여년이 지나서야,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접하고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 촛불을 들고 나서야, 그 촛불민심이 박영수 특검을 만들고 나서야, 박근혜-최태민(최신실) 은닉재산 의혹이 본격적으로 파헤쳐지고 있다. 특검은 금융감독원에 최순실씨의 재산형성 의혹과 관련된 인사 40여명의 재산내역 조회를 요청해둔 상태다.
김재규도 못하고, 박정희도 못하고, 전두환도 못한 것을 촛불민심의 명령을 받은 특검이 파헤치고 있다. 역사적 사명을 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