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와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지구에서 열린 '#내려오라 박근혜' 대구 10차 시국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비판하고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촉구했다.
대구지역 8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퇴진 대구시국대회'가 7일 오후 주최한 시국대회에는 2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세월호를 인양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통해 1000일을 기렸다.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은 'REMEMBER 20140416'이라고 쓴 카드와 노란 풍선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고래 조형물과 노란 풍선이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잡았고, 대구지역 청소년들로 구성된 극단 '메모리즈'는 연극 '지켜지지 못한 약속:다녀오겠습니다'의 일부를 선보였다.
단원고 교복을 입은 '메모리즈' 연극단 학생들이 노래 '엄마'를 함께 합창하자,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연극에 참여한 이유정씨는 "많은 분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유족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극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7시가 되자 촛불을 끄고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어 "세월호를 인양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친 뒤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이름을 부르는 영상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연도 이어졌다. 황성재씨는 도종환 시인의 시에 가수 백자가 작곡한 노래 '화양연화'를 부르며 추모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 발언도 이어졌다. 이채림(18)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순시린 손을 하야~하야~ 부시고 촛불의 기운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북대학교 '이것이 민주주의다(이민주)' 소속 박진원 학생은 지난 2일 있었던 경북대의 2순위 총장 취임식 이야기를 거론하며 "블루리스트가 있다느니, 우병우의 반대로 1순위 총장 후보가 총장이 되지 못했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데 김상동 총장이 진상규명을 약속하고도 총장취임식을 강행했다"며 "우리는 학교의 민주주의를 위해 진상규명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시국대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위해 "촛불을 든 청소년을 응원한다"며 떡볶이를 준비해 나눠줬다. 이들은 또 참가자들로부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내용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촛불을 든 어린이들도 많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남매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촛불을 들었고 한 초등학생은 마스크를 쓰고 '게임하러 가야 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아이들이 주인이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어 주위 어른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시국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대구시내 일원을 도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거리의 시민들을 향해 "박근혜는 퇴진하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세월호 1000일을 맞아 오는 9일 대구 시내 여러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갖고 1인시위도 진행한다. 이어 10일 오후 7시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강연회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