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7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청주복지재단이 지역복지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행동하는 복지연합은 지난해 11월 '청주복지재단 순항하고 있는가?' 란 주제로 긴급진단 토론회를 진행했다. 당시 발제를 맡은 꽃동네대학교 이태수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청주복지재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단 출범 전 연구용역 책임연구원을 맡기도 한 이 교수는 "청주복지재단은 출범 초기에도 지역사회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당시 기대했던 재단의 역할을 얼마나 해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난해 복지재단이 진행한 해외연수도 도마에 올랐다. '외유성 해외연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4박5일 일정, 절반이 연수관련성 '무'지난해 청주복지재단은 5월29일부터 6월3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니가타 시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당시 해외연수에는 청주시 복지정책과장, 청주복지재단 이사장 등 14명이 참여했다. 해외연수를 다녀온 복지재단은 지난해 12월 '일본으로부터 배우는 청주시 저출산 고령화 대응 방안'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사회복지계 인사 A씨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 국제 학술 포럼과 관련한 연수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장애인복지지관 관계자가 왜 참여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복지재단 관계자는 "해외연수 참가자는 공식적인 공문을 통해 지역 사회복지 대표 단체들로부터 추천받은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인원구성만이 아니다. 세부일정을 보면 첫째 날 한·일 국제학술포럼과 둘째 날 '특별요양노인홈 니카칸노 사토' 4시간 방문만 연수일정이었다. 먹거리와 꽃의 교육센터, 동물교류센터 등 '이쿠토피아 쇼쿠하나' 방문과 문화탐방 1·2 등, 절반가량은 연수 목적과 관련이 없는 일정이었다. 연수팀이 방문한 '먹거리와 꽃의 교육센터'는 니가타의 먹거리와 꽃을 즐기면서 건강 정보를 배우고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체험시설이다. 동물교류센터도 동물 보호 및 사육공간과 동물교류체험 시설 관람으로 꾸며졌다.
양준석 행동하는 복지연합 사무국장은 "연수 후 작성한 보고서 수준이 의심스럽다.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함께 간 일부 공무원들도 곧 있을 인사이동을 알면서도 연수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보은성 연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에 청주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해외연수 참가자 추천은 복지재단에서 했다. 연수 후 보고서도 작성됐다. 자세한 것은 복지재단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복지재단은 이에 대해 "수개월 전부터 준비한 연수이고 모든 일정은 니가타 시에서 준비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여행사가 아닌 모든 과정을 직원들이 직접 했다"며 "외유성 연수라는 지적은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과다 잔액 이월 논란... 해마다 수억씩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현재 재단에는 상임이사를 포함해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2016년 예산은 12억 800만원이다. 특이한 점은 예산 처리내역이다. 일반적으로 지자체 산하기관의 경우 책정된 예산을 모두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청주복지재단은 30% 가량을 남겨온 것이다.
청주복지재단의 예산 집행 내역을 살펴보면 2013년에는 총예산 12억 9258만원 중 32.1%인 4억1473만원를 남겼다. 2014년에도 12억 7255만원 중 4억 6747만원(36.7%)을, 2015년에는 15억 3114만원 중 4억 3517만원(28.4%)을 남겼다. 남은 잔액은 모두 다음연도 이월금으로 편성됐다.
복지계 인사 A씨는 "사회복지 예산은 규모가 정해져 있다"며 "청주복지재단이 매년 적립하기 위해 남기는 예산은 사실상 사회복지 예산이다. 결국 재단의 이 같은 행위로 시민들과 사회복지기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주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각종위원회도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복지재단은 현재 운영위원회, 시민위원회, 복지전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운영위원회는 2회, 시민위원회는 단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유명무실했다는 이야기다. 양준석 국장은 "운영 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운영위원회 중심, 실무중심의 운영이 아닌 이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재단의 운영문제는 정상적 조직문화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재단 관계자는 "재단 예산은 사회복지기관이 운영하는 보조금과는 방식이 다르다"며 "출연금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데 보조금과 출연금의 차이를 잘 몰라 발생하는 오해"라고 반박했다.
시의회, 청주복지재단 '정체성' 논란 지적청주복지재단의 문제는 지역복지계를 넘어 시의회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청주복지재단이 청주시의 하부기관 역할에만 치중한다는 것.청주시의회 변창수 의원은 지난달 19일, 제2차 정례회 5차 본회의에서 "청주복지재단은 컨트롤 타워로서 청주시 복지정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함에도 관련 부서의 업무를 대행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또 변 의원은 "복지재단 정관에 명시된 재단의 고유 업무는 사회복지 조사·연구·정책개발·평가·교육, 각종 프로그램 및 업무 매뉴얼 개발 보급, 사회복지 네트워크 구축이다"며 "시 관련 부서와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5월 시청 고위 공무원 출신이 이사장에 선임됐다"며 "재단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청주시의 지시가 가능할지, 가능하면 얼마만큼 실행될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에 지역복지계 인사는 "청주복지재단은 시장 혹은 부시장 직속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현재처럼 일개 과의 팀에서 관리할 경우 뚜렷한 정체성과 독립성을 가지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