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0일 오후 5시 14분]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연일 강공을 펼치는 가운데, 최근 발걸음을 뗀 대선후보 경선 룰 협상에도 강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 시장은 10일 오전까지 경선 룰 논의를 위한 대리인을 선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다른 대선주자 캠프들이 대리인을 정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문 전 대표는 황희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학진 전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재호 의원, 김부겸 의원은 강원구 새희망포럼 전략기획실장을 각각 대리인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캠프의 관계자들은 "현재 구조에서 룰 협상을 할 경우 공정한 경선이 될 수 없다", "(물밑에서) 실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상관없는데, 당 대표(추미애)의 입에서 공론화 돼 국민들에게 전해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 지도부를 향한 불신도 드러냈다. 경선 판도를 좌우할 룰 협상의 성격상 진행 상황을 공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데, 추 대표의 신년 기자간담회에 따라 협상 과정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엿보인다.
추 대표는 8일 간담회에서 "무엇보다 후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모든 후보가 수긍할 수 있는 최적의 경선 룰을 만들겠다"라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공정하며 중립적인 경선이 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은 10일 오후 추미애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 1차 회의를 여는데, 경선 룰 협상 기초작업의 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시장 측이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고 룰 협상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협상 자체가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패권 청산" 공격 계속 이어간 박원순박 시장은 이날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참여정부 시즌 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라며 문 전 대표를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박 시장은 "지금도 국민적 열망과 역사 흐름을 거스르려는 기득권 집단이 온존하고 있다"라며 "대세론은 강해보이지만 고립된 나홀로 함대에 불과하다. 뜨거운 촛불민심과 연대할 민주연합함대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민주당이 새로운 시대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패권정치, 여의도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라며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폐쇄적인 행태를 버리지 못하면 촛불혁명을 완수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연일 계속된 공격에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정치에서는 국민이 응원하는 사람이 이기는 건데 (박 시장이) 너무 강하게 나가다 민심을 잃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관련기사 :
"문재인은 기득권 세력", 박원순 시장은 왜 화가 났나).
전날 김우영 은평구청장(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박 시장을 비판하고 있는 사람들이 평소 박 시장을 응원했던 개미였고, 시민이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라며 "아름다운 도전자로서 당당히 가야 한다. 남 탓, 비난은 박근혜의 방식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 1차 회의를 통해 경선 룰 관련 쟁점사항을 논의하고, 11일 각 대선 캠프의 대리인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기로 결정했다.
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양승조 위원장은 "결선투표제 등 쟁점사항과 관련해 인식을 공유했고, 내일(11일) 오전 9시에 2차 회의를 열어 심도 있는 토론을 할 계획이다"라며 "이어 오전 11시에 대리인을 모시고 입장을 듣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사실상 경선 룰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11일 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양 위원장은 "(박 시장 측 입장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우리의 원칙은 대리인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이다"라며 "모든 후보의 의견을 존중하고, 모든 논의는 100% 개방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양 위원장을 비롯해, 안규백 사무총장, 신동근·박정·홍익표·한정애·금태섭 의원, 박상철·김민웅 교수, 박희승 변호사가 참석했다. 다른 위원인 안호영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고, 백재현 의원은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로 해 위원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