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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해병대원 119명 못 탄 이유 따로 있다

인천 연안부두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일부 전경.
인천 연안부두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일부 전경. ⓒ 김갑봉

11일 아침 인천항 연안부두에서 백령도행 여객선이 긴급 고장으로 인해 출항하지 못하면서 연평도행 여객선이 대체 투입됐는데, 해병대원 119명은 이마저도 타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인천∼백령 항로 여객선은 9일과 10일에도 기상악화로 출항이 통제돼 11일 섬으로 들어가려는 여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정원을 꽉 채웠다. 이날 하모니플라워호는 조윤길 옹진군수를 포함해 승객 566명과 차량 18대를 실었지만, 기관 고장으로 휴항했다.

급하게 대체 투입된 배는 코리아킹호로 조윤길 군수를 포함한 승객 379명은 2시간을 기다린 뒤 출발했다. 하지만 코리아킹호는 하모니플라워호보다 정원이 적어 민간인이 먼저 승선했고, 해병대원 119명은 타지 못했다. 차량 역시 싣지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3년째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천~백령 항로는 아침에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배만 1척이다.

원래는 3척이지만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다른 1척은 평일 여객수요가 적기 때문에 휴항하는 날이 더 많고, 백령도에서 아침에 출발하던 배는 적자를 이기지 못해 지난 2014년 11월 운항을 중단 한 뒤, 지난해 2월 결국 폐업했다.

백령도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배가 사라지면서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섬사람들의 인천 뭍에서 1박 2일 생활권이 무너졌다.

섬에 아침배가 있을 때는 점심 무렵 인천항에 도착해 관공서나 병원, 은행 등에서 업무를 본 뒤, 다음날 아침배로 섬에 들어가면 됐다. 그리고 인천에서 아침 배를 못 탔던 사람들도 백령도에서 아침에 출발해 인천에 온 점심 배를 이용하면 됐지만 사라졌다.

아침배가 사라진 뒤 섬사람들이 점심 배(=아침 인천항에서 출발한 배)를 타고 뭍에 도착하면 6시 이후라서 다음날 업무를 봐야했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이미 섬에 갈 수 있는 배는 없기 때문에 다 다음날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아침 배를 타야한다. 여기다 기상악화나 정비로 배가 안 뜨면 4일이고, 5일이고 뭍에서 더 머물러야한다. 기상악화와 정비가 겹친 게 바로 11일 아침 연안부두 풍경이다.

서해5도 특별법 개정 무산, 옹진군 직접 나서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적자운영으로 운항이 중단 된 백령도 발 인천행 아침 배 운항을 재개하는 것이다.

서해5도 주민들과 '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도 대책위원회',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 옹진군, 인천시 등은 정부에 '백령 발 아침 여객선' 투입을 위한 정부의 손실금 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 뒤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정부예산안에 3억 5000만 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서해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기획재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삭감됐다.

그러자 우선 옹진군과 인천시가 우선 군비 2억 원과 시비 1억 원을 합쳐 3억 원으로 우선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지자체가 먼저 예산을 반영해 여객선 운항의 손실보전금을 지원하고, 나중에 '서해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추경 때 국비를 추가로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옹진군은 지난해 말 '옹진군 여객선 및 도선 등 지원 조례'를 개정해 운항 손실금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옹진군은 조례를 토대로 '백령도 오전 출항 여객선 손실금 지원 계획'을 공고했다.

옹진군이 자체 파악한 결과 연간 손실금 규모를 약 7억원 규모로 파악했다. 옹진군은 이 손실금을 보전하면 백령 발 인천항로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옹진군 관계자는 "백령에서 출발하는 아침배가 사라진지 오래라 섬사람들의 생활 피해가 컸다. 그 만큼 운항 재개를 요구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우선 지방비 3억 원을 반영했다.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개정되면 국비를 더해 지원할 계획이고, 개정이 안 되면 지방비를 추가해서라도 여객선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옹진군이 적극 나서자 인천해양수산청도 옹진군의 지원 계획을 토대로 여객운송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옹진군 공고를 검토해 여객선사가 선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여객수요 뻔해 '3척 투입' 시 적자경영 불가피

옹진군과 인천해양수산청은 손실금 보전방안을 제시한 만큼 사업자 선정 공모 때 여객선사가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백령도와 소·대청도 주민들 또한 아침배가 운항할 것이라는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 '인천 ~ 백령'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여객선사의 입장은 다르다. 여객수요가 연간 약 30만 명으로 뻔하기 때문에, 여객수요 분산에 따른 특정 선사의 적자가 우려된다.

현재 인천~백령 항로는 에이치해운(하모니플라워호)과 고려고속페리(코리아킹호)이 각각 아침 7시 50분과 8시 30분 인천 발 백령도행 배를 운항하고 있다. 여기다 백령 발 아침배가 투입되면 총 세척이 투입되는 것으로 여객수요 분산이 불가피 하다.

현재도 평일에 여객선 이용객이 적어 아침에 늦게 출발하는 코리아킹호는 비성수기 때 운항을 쉬고 있다. 그러다 하모니플라워호가 정비를 이유로 휴항 경우 대체 투입되고 있으며, 주말엔 여객수요가 있어 같이 운항하고 있다.

아침에 인천항에서 섬으로 가는 여객은 먼저 출발한 배가 거의 태우고 간다. 뒷배는 손님이 그만큼 없다. 이런 가운데 아침에 백령도에서 출발한 배가 인천에 도착해 점심 때 인천에서 섬으로 가는 여객을 싣고 가기 때문에 분산이 불가피하다.

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백령도에서 나가는 여객은 백령 발 아침배가 먼저가 태우고 나간다. 그 뒤 점심에 나가는 배도 당일 아침 인천항에서 먼저 출발해서 온 배가 섬에서 여객을 먼저 태우고 마련이다.

즉, 인천항에서 늦게 출발한 배는 인천항에서도 여객이 없고, 섬에서 나갈 때는 더더욱 여객이 없는 이중고를 겪게 돼, 적자가 우려되는 것이다.

백령 발 아침배 투입하되 '인천 발 노선' 조정해야

이 때문에 안상수 국회의원(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새누리당)과 옹진군, 여객선사 등은 여객수요 분산에 따른 합립적인 노선 조율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선사 간 입장차가 커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현재 인천~ 백령 여객은 주말과 휴일에 집중돼 있고, 여객수요가 적은 평일 여객 대분은 주민들이다. 이 같은 여객수요를 감안했을 때 백령 발 아침 배를 투입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결국 여객수요 분산에 따른 노선 조정이다.

이와 관련해 주 이용객인 섬 주민들은 고려고속페리가 옹진군 등에 제안한 '백령 발 아침 배를 투입하되, 대신 평일에는 인천 발 배 1편만 운항하고, 주말에는 여행객을 고려해 2척을 운항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평일에는 인천항과 백령도에서 각각 아침에 정기여객선 1척이 출발하고, 주말과 휴일의 경우 인천에선 아침에 정기선 1척과 예비선 1척을 포함해 2척이 뜨고, 백령도에선 아침에 그대로 정기선이 운항하면 된다.

서해5도 대책위 관계자는 "지금도 비성수기 평일에는 여객수요가 없어 뒷배의 경우 휴항하기 일쑤다. 이 상태에서 배만 늘어나면 손실금을 지원하더라도 적자가 우려된다"며 "선사 공모 때 인천해수청이 주민들이 편리하면서 선사의 피해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손실보전금 지원금 예산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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