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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가 필수선택과목에 포함되게 되면서, 이제 학생들은 바칼로레아 필수 과목 11개 중 하나로 한국어를 제1외국어 또는 제2외국어 또는 제3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파리 13구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 찾아가는 길
파리 13구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 찾아가는 길 ⓒ 김윤주

파리 출장을 준비하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던 즈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의 중등교육 졸업인증시험이자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 한국어가 필수선택과목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필수선택과목은 문·이과 공히 수험생들이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봐야하는 과목이고, 자유선택과목은 시험을 봐도 되고 안 봐도 되어 학생이 선택을 하는 과목이다. 자유선택과목으로 시험을 보아 얻은 성적은 보너스로 바칼로레아에 얹어 준다.

바칼칼로레아의 외국어는 제1·2·3외국어로 나뉜다. 그동안 한국어는 제3외국어에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어가 필수선택과목에 포함되게 되면서, 이제 학생들은 바칼로레아 필수 과목 11개 중 하나로 한국어를 제1외국어 또는 제2외국어 또는 제3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제1외국어, 제2외국어, 제3외국어 필수 선택 언어는 이번에 포함된 한국어까지 합하여 모두 23개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정규 과목으로 개설해야 한다.

제2외국어는 중학교 2학년부터 배우게 되니 고등학교까지 6년을 언어에 노출되게 되는 셈이다. 제3외국어는 고등학교 때만 배우게 된다. 현재 프랑스에는 7개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어반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 반이 운영되고 있는 파리 13구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
한국어 반이 운영되고 있는 파리 13구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 ⓒ 김윤주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는 파리 13구 톨비악 역 근처에 있다. 파리한글학교가 현재 대관해 사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제도 왔던 곳인데 오늘 다른 시간에 오니 또 새롭다. 한글학교 수업이 진행되는 수요일 오후는 초·중·고등학교 수업이 없는 때이므로 한적했는데, 오늘은 학교가 북적북적하다.

입구 수위실에 백인, 흑인, 라틴계 등 남자들 네 명이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바다 건너 멀리에서 너희 학교의 교사들을 만나고 한국어 수업을 참관하러 왔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전해 알아듣질 못한다. 불어도, 영어도, 손짓도, 발짓도, 전혀 소용이 없다.

아이고… 게다가 네 아저씨가 어쩌면 그리도 하나같이 열정이 가득한지 너무 열심히들 도와주려 하니 더 집중이 안 된다. 얼굴색도 성별도 국적도 모두 다른 우리 다섯 명이 번잡스레 내뱉는 언어는 조각조각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말이 안 통하기는 또 처음이다. 마음을 비우고 하릴없이 서 있을 무렵 다행히 'I' 교사가 나타났다. 울랄라~~ 이렇게 반가울 수가!

 파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 한국어반 학생들
파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 한국어반 학생들 ⓒ 김윤주

수업 참관을 위해 기다리던 중 복도에서 학생들을 미리 만나게 되었다. 이 아이들 꼬레안 프로페서가 궁금해 못 참겠다는 표정이다. 힐끗힐끗 쳐다보다 까르르 웃다가 온몸을 배배 꼬고 곁눈질에 여념이 없다. 착하게 생긴 여학생 하나가 용기를 냈는지 사뿐사뿐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한국어?"
"네, 맞아요! 한국어 수업 보러 왔어요."
"서울?"
"네, 서울에서 왔어요."
"한국어 재미있어요! 여기 한국어 해요."

'여기 이 교실에서 한국어 수업이 곧 있을 터이니 어서 따라 들어오라'는 말로 들린다. 교실 문 앞에 모여서 연방 부러운 눈길을 쏘아대고 있는 한 무리의 친구들 틈으로 다시 달려가 재잘재잘 모험담을 이야기하며 내게 어서 오라 손짓한다.

 파리 플로베르 중학교의 한국어 수업
파리 플로베르 중학교의 한국어 수업 ⓒ 김윤주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어반이 개설되고 수업을 시작한 지 이제 두어 달 남짓인 학생들이었다. 이제 막 만난 외국어와 한창 사랑에 빠져 있을 시기가 아니던가. 사랑과 감기는 감추기 어렵다더니 고만고만한 중학생들 뺨이 하나같이 발그레한 것이 한국어와 한창 사랑놀이 중인가 보다. 예쁘다.

플로베르 중학교 한국어반에는 16명의 학생들이 있다. 엄마 아빠의 국적이 동일한 경우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이란 등 세 가정에 불과하다. 학생들의 가족 구성과 생태적 특성은 물론, 언어적·문화적 배경에 있어 다문화의 상징성이 큰 학급이다.

 파리 플로베르 중학교의 한국어 수업
파리 플로베르 중학교의 한국어 수업 ⓒ 김윤주

'I' 교사가 이끄는 한국어 교실은 즐거운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학생도 교사도 모두 행복하다. 외국어 교육의 역사에 등장했던 온갖 교수법이 총동원된 수업이다. 연구 분야의 특성상 전국 방방곡곡, 해외 여러 나라의 수많은 수업들을 참관해 왔지만 이렇게 통통 튀는 수업은 흔히 만나지지 않는 수업이다.

게다가 한창 새초롬할 사춘기 아이들 아닌가. 우리로 치면 북한의 김정은도 두려워한다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인데, 어떻게 이렇게 모든 아이들을 들썩이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즐거운 공연 한 편 본 것처럼 수업 참관을 마쳤다.

학교 앞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인터뷰를 빙자한 수다를 해가 저물도록 나눴다. 한국어가 정식 교과목으로 프랑스의 고등학교에 개설된 것은 2011년이 처음이다. 플로베르 중학교 'I ' 교사와의 인터뷰에 의하면, 당시 신청자가 4명만 되어도 개설을 할 예정이었는데 한국어반 학생이 70명이나 되었다 한다.

 파리 플로베르 중학교 앞 카페
파리 플로베르 중학교 앞 카페 ⓒ 김윤주

K-pop으로 시작된 프랑스의 한류 현상은 한국의 음식, 게임, 화장품, 언어,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크게 확장되어 왔다. 예전에 한국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극소수 마니아층에 한했던 데 반해 최근엔 할아버지 학자부터 젊은 여성 학자에 이르기까지 확산되어가는 추세란다. 대학생들 중 취업을 위해 한국어 학습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고, K-pop이 주로 젊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데 비해 10대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게임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단다.

이러한 현상은 대개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학습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잠시 유행처럼 번지다 사그라드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중·고등학교의 한국어반 개설이나 바칼로레아 제2외국어 지위 획득 등은 더욱 의미가 크다. 이는 잠시 스치는 유행이 아니라 한국어교육과 한국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의 한국어 학습자는 대학의 전공생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고, 장차 한국어교육과 한국학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길고도 즐거웠던 수다를 마치고 인터뷰 자료들을 주섬주섬 챙겨 일어섰다.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모처럼 가볍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밤이다.


#파리 여행#프랑스 한국어교육#바칼로레아#한류현상#제2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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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기호와 이야기 찾아내기를 즐기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인문학자입니다. 이중언어와 외국어습득, 다문화교육과 국내외 한국어교육 문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교수입니다.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 <다문화 배경 학생을 위한 KSL 한국어교육의 이해와 원리> 등의 책을 썼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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