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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지 12일로 보름이 됐다. 대통령 탄핵, 분당 등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새누리당에게는 적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인명진호는 아직 불안하다. 쇄신은 좀처럼 늦춰지는 상황인데, 인 비대위원장의 실책까지 이어졌다.

전날 인 비대위원장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대토론회' 마무리발언에서 "이정현 전 대표와 정갑윤 의원이 어려운 결단을 해 모범을 보였다"며 두 사람의 탈당계를 반려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공언한 '인적 청산'을 자칫하면 정치쇼로 만들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인 위원장은 또 마무리 발언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심사위원장을 저 시켜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는 "제가 잘 해서 21대 총선 때 압도적인 의석을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민감한 공천심사권을 달라는 것은 '아무 욕심이 없다'던 인 위원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수 있는 얘기였다.

바른정당 "청산의지 없어... 인명진 진정성도 의심"

바른정당은 인 위원장이 과연 새누리당을 거듭나게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12일 오전 열린 고문단회의에서 "인 위원장이 말하는 개혁, 청산작업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정현·정갑윤 의원의 탈당계를 반려하겠다고 해 위장탈당이라는 것이 들통 났고, 박근혜 대통령 출당 의지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스스로 청산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도 "인 위원장의 개혁의지나 활동에 큰 기대를 가졌는데 점점 작아진다"며 "진정성마저도 의심된다"고 했다.

당 안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준비된 말이 아니라고 해서 지켜보긴 하겠다"면서도 "(탈당계 반려, 공천심사위원장 이야기는) 당초 하려던 개혁과 쇄신의 방향에 일치가 덜 되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금 당 쇄신하겠다는 것을 보고 있긴 한데... 인 위원장 생각처럼, 국민이 보는 만큼 속도가 나는 것 같지 않다"며 우려했다.

'인명진 지지'를 결의한 초선 의원들도 다소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인 위원장의 여러 행동을 두고 "사람이 하는 일이 완벽할 수 없고, (인 위원장이) 당 운영 경험이 없지 않냐"며 "(탈당계 반려도) 비대위에서 절차적으로 완성하고 말했어야 했는데, 미숙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쁜 의도는 아니라고 봐야 맞지 않겠냐"며 "일단 맡겼으면 기대하고, 또 미흡하더라도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당에서도 걱정 "쇄신 속도 나지 않아"... 그래도 일단 '지켜보자'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이 인적청산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이 인적청산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 남소연

또 다른 의원은 "인 위원장 발언도 이해한다"며 "빨리 화합해서 국민들한테 보여줘야 하는데 (친박계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인 위원장의 방법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며 "(친박계는) 국민에 대한 도리,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다만 초선 의원들도 인 위원장에게 절차적 민주성을 존중해달라고 했다"며 "혁신을 해야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당내 대화라든지... 길을 만드는 게 정치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인명진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다시 한 번 진화에 나섰다.

그는 1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천심사위원장 얘기는 "덕담"이라고 해명했다. 인 위원장은 "저는 10여 년 전부터 이 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언급된 사람"이라며 "3년 후면 제가 73세인데 그때까지 살아있을지도 모르고, 묘자리도 사고 왔다"며 "홍문종 의원이 그냥 당에 남아있으라고 해서 덕담으로 한 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정현·정갑윤 의원 탈당계 반려를 두고 비대위원장이 말을 바꿨다는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탈당계를 낸 일은 과한 것 같아서 의견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분들이 정식으로 논의하자고 해 물러났다"며 "제가 제왕적 비대위원장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우왕좌왕하겠다"며 "왔다갔다하더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친박계는 여전히 버티기... "혹세무민 인명진 즉각 퇴진하라"

하지만 우왕좌왕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현모습은 여전히 쇄신과 멀어보인다. '악성종양'으로 지목당한 친박계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꿈쩍 않고 있는데다 지난 9일 열린 상임전국위원회 의결내용의 정당성을 두고도 말이 끊이질 않는다.

당시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인 위원장이 면직처분한 상임전국위원 6명 가운데 장형욱·한선심 위원은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임전국위원회 결의효력정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두 사람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연호·김혜경 위원도 법원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해 저희와 뜻을 같이 했다"며 "혹세무민하며 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인명진 위원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한다"고 했다. 인명진호는 계속 요동치고 있다.


#인명진#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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