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취재진에 둘러싸인 반기문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반기문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반기문 전 총장 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지난 2005년과 2007년에 2회에 걸쳐 23만 달러를 줬다'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형사 고소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해당 언론사들은 조속히 형사 고소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의혹 대상자들이 명예회복을 내세우며 법적 대응을 서두르고, 언론사들은 소송을 피하려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른 이례적인 상황이다.

반 전 총장 측은 지난해 12월 24일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을 처음 제기한 <시사저널>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지난 4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시사저널> 보도 이틀 뒤인 26일 CBS <노컷뉴스>가 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이인규 '반기문 웃긴다…돈 받은 사실 드러날 텐데'"라는 기사를 보도하자,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도 같은 날 <노컷뉴스>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나 이 전 중수부장 모두 강제성을 갖지 않은 언론중재위에 조정을 요청했을 뿐, 형사고소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전 중수부장은 별도로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고소해도 좋다"... 검찰 가면 자료 열람 가능  

'반기문 23만 달러 수수 의혹' 기사를 쓴 김지영 <시사저널> 기자는 "지난 16일 언론중재위 1차 조정이 열렸으나 우리가 반 전 총장 측의 정정보도 요구를 거부해 조정이 불성립했고, 2차 조정기일이 (설 연휴 뒤인) 2월 6일로 잡혔다"면서 "반 전 총장이 진실규명을 원한다면, 차라리 형사고소를 빨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반 전 총장 측은 언론중재위 결과를 보고 형사고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데, 그렇게 되면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지 않으냐"면서 "우리로서는 관련 증언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검찰로 가도 좋다"고 말했다.

박연차 전 회장은 기사가 나가기 전에 의혹을 부인하는 답변서를 보내왔을 뿐, 기사에 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노컷뉴스> 측 역시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형사고소도 마다하지 않겠으며, 사실 여부에서도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이들이 '형사고소'를 바라는 이유가 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경우 2007년에 대검 중수부가 내사과정에서 박 전 회장을 통해 확보했다는 '23만 달러 제공' 진술 자료(내사기록보고서)와 박 전 회장이 반 전 총장 등 자신이 돈을 준 명단을 작성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반 전 총장의 이름이 두 번 기록돼 있다는 박 전 회장의 여비서 이아무개씨의 업무용 다이어리 등의 검찰 자료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박연차 리스트'는 당시 박 전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박영수 변호사(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가 2007년 3월경에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박 변호사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박연차 리스트'를 포함해 이 자료들은 파기할 경우 직권남용이나 증거인멸 등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찰 내부 어딘가에 보관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 후임인 김홍일, 반기문 캠프로

굳은 표정의 대검 기조부장과 중수부장  지난 2011년 6월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왼쪽)의 모습.
굳은 표정의 대검 기조부장과 중수부장 지난 2011년 6월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왼쪽)의 모습. ⓒ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한 다음 날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23만 달러 의혹' 등을 논의했다. '반기문 캠프'의 네거티브 대응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진 그는 '공교롭게도' 이번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후임으로 2007년 8월에 중수부장을 맡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사건 내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대통령이 되더라도 박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나는 그날로 대통령을 그만둘 생각이 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논란이 있을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고 일축하는 한편 내부 대응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이 성립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언론중재위 이후 그가 형사고소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기문#박연차#박연차 게이트#23만달러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