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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방문한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조선대 방문한 반기문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 19일로 딱 일주일이 됐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돌아온 반 전 총장은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전국을 누비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19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1월 16~18일 전국 성인남녀 1507명에게 대선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위(28.1%)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21.8%로 문 전 대표 다음이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0.4% 포인트 떨어졌다. 하락폭이 크지는 않지만, 귀국으로 지지율 상승 가능성이 높았던 점을 감안할 때면 성적이 좋지 않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밀리는 반기문... 귀국효과는 짧고 논란만

 '16년 12월~'17년 1월 대선주자 지지도
'16년 12월~'17년 1월 대선주자 지지도 ⓒ 고정미

최근 한 달간 여론조사 추세를 살펴보면, '컴백홈'으로 반풍(潘風)보다 역풍이 불 조짐도 보인다. 매주 조사를 실시하는 리얼미터 자료를 보면, 2016년 12월 첫째 주 반 전 총장은 18.8%의 지지를 얻었다. 이후 반 전 총장은 12월 한 달 동안 상승세를 탔다. 마지막 주에는 23.5%까지 올랐다. 이때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12월 4주차 23.0%)를 오차범위 안에서나마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사람 가운데 문 전 대표가 치고 나갔다(1월 1주차 26.8%). 오히려 지지율이 1.5% 포인트 떨어진 반 전 총장(21.5%)은 1월 12일 귀국하며 반전을 노렸다. 1월 2주차 여론조사 결과도 22.2%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을까? 리얼미터가 1월 16~18일 실시한 조사에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다시 떨어져 21.8%를 기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생 행보 과정에서 부정적인 구설이 더 많아서 소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사실이었다. 반 전 총장은 '국민 가까이'를 외치며 16일 경상남도 거제시를 시작으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러나 감동은 없고 논란만 남았다.

반 전 총장은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친 거제 조선소를 방문해 "세계 지도자들과 네트워크가 많다, 정상외교로 (선박 수출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조선대를 찾아선 청년 일자리 정책을 묻는 대학생들에게 인턴 확대와 자원 봉사, 해외 진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모두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전날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난 팽목항에서도 "정부를 믿으라"고만 말해 인양 등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18일 대구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질문을 던진 기자들을 "나쁜 놈들"이라고 지칭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그가 말한 '정치 교체'도 아직 정체가 불투명하다. 반 전 총장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겠다며 광폭으로 걷고 있지만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는 '그림'뿐이다. 정작 반 전 총장 주변에는 진보 쪽을 아우를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19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친이계가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마저 나온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반 전 총장의 대통령 당선을 정권 교체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이 62.0%였다.

'이명박근혜 시즌2' 될까? "준비 안 된 후보"

항의받으며 강연장 들어서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조선대 강연장에 들어서며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항의받으며 강연장 들어서는 반기문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조선대 강연장에 들어서며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정치권과 연대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반 전 총장은 16일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 중 당이 없던 사람은 없었다"며 "종국적으로는 정당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를 환영하던 국민의당은 문을 닫았다. 박지원 대표는 19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은 준비 안 된 후보"라며 "우리와 함께 하기에는 이념․정체성 문제에서도 거리가 멀다"고 했다.

개헌을 연결고리로 모일 것 같던 정치인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18일 KBS 특별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 진보, 중도, 보수, 수구세력 중 누구와 함께 할지 알 수 없어 의문"이라며 "일단 지켜보겠다"고 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국민들에게) 별로 매력을 못 주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보여준 '민생행보'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진단도 대체로 비슷하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갑)은 <오마이뉴스> 전화통화에서 "첫 인상이 중요한데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주의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덜 다듬어졌다는 인상을 주고있다"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림 보여주기'보다는 본인이 하려는 정치가 무엇인지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메시지가 약하니 사람들 눈에도 잔실수들이 자꾸 보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기대치가 높기도 했는데, 반 전 총장이 국내에 들어와서 '왜 반기문인가'를 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이 올해 12월이면 괜찮지만, (상황이) 임박한데 내용도 없이 그때 그때 하는 행보에 국민들은 매우 식상해한다"며 "감동이 없어도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어설픈 서민코스프레로 보인다"고 했다.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박 교수는 "설 연휴 지나 반 전 총장이 정당을 택하면 중도보수가 결집할 것"이라며 "(보수 쪽은) 반 전 총장말고 대안이 없다"고 했다. 또 반 전 총장이 손학규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과 연대할 경우 야권 내 '반문재인'표가 모일 뿐 아니라 보수층까지 넘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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