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더는 허무맹랑한 제도가 아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의 부분적 기본소득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대선 주자들도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겨레 21>에서도 월 135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1000일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에서 최초로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가치를 위해 움직이는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이하 띄어쓰기팀)'이다.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란?띄어쓰기팀은 다른 삶을 꿈꾸는 대전의 청년들이 모여 지방 최초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는 프로젝트팀이다. 2017년 기준 최저시급인 6470원 이상을 후원한 후원자들 중 총 세 명을 추첨해 일정 기간 매달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이는 단지 수령자에게 5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 이상으로,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하루 약 두 시간 이상에 해당하는 자유 시간을 확보해줄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띄어쓰기팀은 기본소득 지급 이후 수령자의 동의 아래 정기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며, 인터뷰를 통해 6개월에 걸친 기본소득의 지급이 개인의 심리상태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록할 예정이다.
기본소득, 대전 시민들에게 다가가다기본소득과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대전 시민의 관심 촉구와 올바른 인식 정립에 기여하고자 띄어쓰기팀은 대전 내에서 프로젝트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띄어쓰기팀은 기본소득과 관련된 연작강연도 진행하고 있다. 기본소득 연작 강연은 현재 1회차 '기본소득, 청년 그리고 자유'(2016년 9월, 강연자 성공회 오동균 신부), 2회차 '기본소득의 현황과 전망'(2016년 10월 27일, 강연자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3회차 '여성과 기본소득'(2016년 12월 8일, 강연자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이 진행됐다.
'여성과 기본소득' 강연에 참가했던 A씨는 "처음에는 복지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알게 됐는데 오늘 강연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일자리와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나 가치관의 재정립이 기본소득의 도입과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연 소감을 밝혔다.
'여성과 기본소득' 강연자인 윤자영 교수는 "강연을 하면서 오히려 스스로 주제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게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늦게까지 자리에 남아 질문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윤 교수는 "기본소득은 허무맹랑한 제도는 아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와있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가지고 있는 회의감이나 불신 혹은 질문 등을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연 소감을 밝혔다.
한편 띄어쓰기팀은 프로젝트 지원자나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파티도 개최했다. 파티는 단순히 기본소득에 대해 알리는 일방향적인 방식이 아니라, 파티 방문자가 '부루수저 게임'이라는 기본소득의 개념을 적용한 게임의 플레이어로 참여해 진행됐다. 이를 통해 파티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어 열띤 분위기가 조성됐다.
파티 참여자 B씨는 "게임이 마치 현실 같다"며 "흙수저로 게임을 하게 되니 금수저와 격차가 점점 커져 저절로 의욕이 떨어졌다. 그런데 기본소득이 지급된 후반전부터는 금수저를 따라잡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작은 희망이 생겼다. 간접적으로나마 기본소득 제도를 체험할 수 있었다"고 파티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띄어쓰기팀은 기본소득에 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 정기적으로 대전 시내에서 기본소득과 띄어쓰기팀을 홍보하는 거리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당신에게 6개월 동안 50만 원이 지급된다면?현재 프로젝트 지원자 수는 120여 명을 넘어섰다. 또한, 3인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후원금도 확보된 상태다. 이에 띄어쓰기팀은 2월 중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추첨식을 계획하고 있다. 기본소득 지급 추첨식에서는 '세월호를 기록하다', '공산당 선언'의 저자인 오준호 작가의 강연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띄어쓰기팀에서 실시하는 연작 강연 기획, 파티 등의 소식과 대전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여섯 달 동안 오십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띄어쓰기 프로젝트에 지원하거나 후원하려면 카카오톡 옐로아이디에서 대전기본소득띄어쓰기프로젝트를 검색한 후, 1:1 대화를 걸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프로젝트팀장인 서한나씨는 "현대인들은 바쁘다. 월화수목금금금이다. 기본소득은 이런 삶에 토요일, 일요일이 되어줄 것이다"며 "사람들은 지옥 같은 평일이 아니라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돈이 안 되더라도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지지하는 사회. 이것이 기본소득 이후의 세상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띄어쓰기팀에게 듣는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그렇다면 띄어쓰기팀 팀원들에게 기본소득과 띄어쓰기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일까? 지난 23일 프로젝트와 기본소득에 대한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나?"고등학교 졸업 후, 나의 밥벌이를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슬슬 시작할 즈음부터 부담스러웠다. 내 노동력을 팔아야만 먹고 살 수 있다니, 나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느끼기 쉬운 것들이지만 어릴때 부터 거부감이 있었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던 내게,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은 구원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동의보다도 홍보가 더 급한 것 같다. 기본소득을 홍보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한다. 내가 죽기 전에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친구의 권유로 항상 팸플릿으로만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참여했다"
"처음 프로젝트에 알게 됐을 때 호기심이 생겼고, 팀원이 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서는 프로젝트를 알게 됐을 때 처음 접하게 됐다. 매달 누군가가 나에게 무조건 돈을 준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걸 정부나 공동체 등이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아마 그래서 참여하게 된 거 같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에 대한 호기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느낀 점은?"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직까지 기본소득 개념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거나 혹은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토론과정에서 연령대에 따른 견해의 차이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고도성장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와 저성장시대만을 기억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지닌 인식의 차이가 아닐까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바깥세상. 심지어 내 주변의 일들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방면으로 관심이 생겼다. 관심이 생기는 만큼 불편한 것들. 불편한 만큼 외면할 수 없는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나의 미래에 집중하고 투자하기도 바쁜데 무슨 사회며 정치냐'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알려주고 싶다."
-기본소득 실험이 필요한 이유는?"핀란드 리서치연구소 'Tank'의 설문 조사에는 재미있는 문답이 등장한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타인의 일할 동기가 감소할 거라 대답한 인원은 40%에 달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지급될 때 자신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인원은 4%에 불과하다. 더 많은 소득을 위해 일하거나, 돈 되지 않는 일을 더 하거나. 인간은 결국 각자의 다양한 욕구를 위해 일할 것이고, 삶은 다양해질 것이다. 물론 이것도 각자의 추측이고 이론일 뿐이다. 기본소득이 도입되었을 때 실제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논의와 실험이 필요하다."
대전 기본소득 실험_띄어쓰기 프로젝트팀 페이스북 페이지 주소
https://www.facebook.com/biforyouko 덧붙이는 글 | 기본소득 기사 강연날짜
1차 9월 28일
2차 10월 27일
3차 12월 8일
이렇게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