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사드 배치와 '위안부' 협상 등에 대해 둘 다 재협상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은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오찬을 겸해 열린 외신기자클럽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의견을 묻는 질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기술적으로 검증이 안 됐을 뿐 아니라 수도권에는 그 방위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중국과의 갈등도 낳고 있다"며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황교안 권한대행이 '사드는 빨리,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현재 정부는 과도정부이기 때문에 국가안보에 지극히 중요한 정책을 서둘러 할 일은 아니며 한미 간 합의 당시 국회의장도 언론을 통해서 알았을 정도로 졸속 추진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곧 선거가 시작되는 마당에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 간 약속을 파기해도 되나" - "잘못된 합의는 당연히 무효화해야"이날 회견에는 NHK·<산케이신문> 등 위안부 협상·소녀상 설치와 관련한 일본 기자들의 질문이 집요했다.
한 일본 기자가 먼저 "촛불민심이 요구하면 국가 간 약속을 철회, 파기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박 시장은 "기본적으로 국가 간 합의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위안부' 합의라는 게 밀실에서 체결되고 국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아 반발이 너무 큰 사안이기 때문에 재협상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나아가 "일본의 우경화 역사교과서에 대해 우려했는데 채택률이 0.1%도 안 되더라, 일본 국민들도 그런 우려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며 "(양국의) 현 정부끼리 잘못된 협상은 당연히 재교섭해서 합의를 무효화시키고 양국 국민들이 동의하는 합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문에 '완전히 해결됐다'는 내용이 있고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거부할 것 이라는는 질문에는 "국제법에는 '강행규범(jus cogens)'이란 게 있어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전쟁범죄, 비인도적 범죄는 단순히 두 나라가 합의를 했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8일 박 시장이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가한 모습이 일본TV에 나와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감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일본 국민들 모두가 정부의 입장에 찬성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서 과거의 불행한 일에 대해 일본이 제대로 사과, 배상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지율? 경선 시작되고 언론검증 이뤄지면 변화 생길 것"박 시장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핵무장 용인론 등의 주장을 폈던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어느 나라나 선거 중 (후보가) 했던 발언이나 공약이 반드시 그대로 실행되지는 않는다"며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상호 이해관계가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이어 "내가 알기로는 한국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우려에 "우리가 협상력을 갖고 대비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이 보호무역 장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유무역 질서의 최대 수익자가 미국인데, 만약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미국이 손해 보는 흐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문재인 후보의 어떤 점이 높은 지지율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권교체가 우선이 되니까 지지율이 높은 사람에게 몰리는 현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선이 시작되고 언론의 검증이나 차별성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는 "얼굴도, 성격도, 경험도 다르다"면서도 "나는 1천만 글로벌 도시를 운영한 경험이 다르지 않을까"라며 급이 다름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경선룰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순서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즉 "야권이 공동정부를 구성해야 선거도 확실히 이길 수 있고 집권 후 안정된 정부를 꾸릴 수 있다"며 "이것이 먼저 결정되면 나머지 경선룰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