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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명절 '설날', 오랜만에 온 가족들이 둘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가족들이 아닌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연휴를 보내는 청년들이 많다. 충북인뉴스는 높아만 가는 청년실업률, 고액의 등록금 부담과 학자금대출로 설 연휴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연휴를 포기한 청년들을 만나봤다. -기자 말

 인정받는 다니이너가 되고 싶은 김송이씨
인정받는 다니이너가 되고 싶은 김송이씨 ⓒ 충청리뷰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겠다"

대전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김송이(25)씨. 김씨는 대체휴일까지 합쳐 총 4일의 연휴기간 동안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방학기간을 맞아 학비와 생할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짧은 방학기간동안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나왔다"며 "대전에서 학교를 다녀서 학비와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말했다.

고된 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김 씨는 디자이너가 꿈이다. 취재진이 2년 뒤의 모습을 상상해 설명해 달라 하자 김씨는 활짝 웃으며 "화장품 상품 개발 디자이너가 돼 있다. 인정받는 디자이너, 촉망받는 디자이너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지금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며 김 씨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성공해서 부모님 호강도 시켜드리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내 미래를 위해 멈추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모님의 고생에 보답해 드리겠다는 최병진씨
부모님의 고생에 보답해 드리겠다는 최병진씨 ⓒ 충청리뷰

"부모님의 고생에 꼭 보답하겠다"

연휴를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 시민들이 많다. 밝은 목소리로 손님을 향해 인사하는 최병진(27)씨. 최 씨는 현재 충북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공시생이다. 대학 인근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최 씨는 "나이도 나이라 집에만 있기도 불편하고 눈치가 보여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부모님께 명절이라 적은 용돈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연휴기간에도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취준생⦁공시생에게는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이 두렵다. 최 씨는 "아무래도 친척들이 모이면 취업, 연애 등 다른 가족이나 타인들과 비교를 당하게 된다. 날 사랑하는 마음에 나오는 걱정인 걸 알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런 최 씨의 스트레스 요인에는 얼마 전에 낙방한 7급 공무원 시험도 한몫했다. 최 씨는 "열심히 준비했던 7급 공무원 시험에 얼마 전에 떨어졌다. 다음 시험 때 쓸 교재비와 학원수강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최 씨에게도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꿈이 있다. 자신의 꿈에 대해 최 씨는 "시험에 꼭 합격해서 좋은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소박하지만 이게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니겠냐"며 웃어보였다.

최 씨는 부모님께도 "오늘 아침 일찍, 일을 나오는 바람에 부모님께 새해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빨리 퇴근해서 세배를 드리고 싶다"며 "하루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부모님께서 고생하신 만큼 보답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들에게 당당한 딸이 되겠다는 손진아, 박은비씨(왼쪽부터)
가족들에게 당당한 딸이 되겠다는 손진아, 박은비씨(왼쪽부터) ⓒ 충청리뷰

"가족들에게 당당한 딸이 되겠다"

청주시 사창동에 위치한 한 화장품가게. 설 연휴에도 많은 손님들도 붐빈다. 문을 열고 입구로 들어가자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직원이 밝게 인사한다. 주인공은 바로 박은비(19)씨. 박 씨는 다음 달 대성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사회로 나올 사회초년생이다.

바리스타가 꿈인 박 씨는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목표로 공부해왔다. 화장품가게에서 돈을 모으고 바리스타 학원과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2년 뒤에는 카페에서 일하는 전문 바리스타가 돼 있을 것이다. 부점장도 하고 나중에는 내 이름을 건 카페도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한창일 때 누군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지각을 했다며 연신 박은비씨에게 사과를 하는 이는 충북대 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손진아(22)씨. 유난히 웃음이 많은 두 청년들은 취재진의 갑작스런 인터뷰에도 웃으며 응했다.

손 씨는 평택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손 씨는 "연휴에 근무하게 돼서 서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며 "부모님을 뵈러 가고 싶어도 아르바이트를 2개나 하고 있어 시간이 되지 않는다. 벌써 반년째"라고 말했다.

손 씨의 꿈은 외국계기업 취업이다. 어학연수도 다녀와야 해서 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손 씨는 "리틀취준생이다. 외국계기업에 들어가고 싶다. 어학연수도 준비하고 있어서 돈이 많이 들어갈 거 같다. 최대한 열심히 모으고 있다"며 "힘들 때도 많고 손님들을 응대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막내라 부모님이 더 그립고 보고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막내딸인 두 청년들은 유독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깊었다. 박 씨는 "최근 집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혼자 생활하고 있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라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고 계신다"며 하지만 "하루빨리 성공해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 씨도 "공부하고 일하고 사회생활까지 하다 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가족이 더 그리워진다"며 "하지만 부모님께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청년답게 청춘답게 당당하게 힘내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두 청년은 사랑하는 가족만큼이나 연인에게도 할 말이 많았다. 손 씨는 "남자친구가 빨리 철이 들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예쁘게 사랑하자"며 웃어 보였고 박 씨는 "어제 남자친구와 싸웠다.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게 섭섭하다"며 빨리 화해하라는 취재진의 말에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헬조선, N포세대로도 불리는 21세기 대한민국 청년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청년들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미래를 위해 알바현장에 뛰어든 청년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는 것을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북인뉴스#박명원 기자#청년#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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