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날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세배를 받아야 하는데, 부모들이 아이에게 차례를 지내고 있다."4.16 가족협의회의 '찬호 아빠' 전명선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 28일 참사 발생 후 세 번째 설 명절을 거리에서 맞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16분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행동)' 등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 차례를 올렸다. 희생자 304명의 사진이 모셔진 분향소에는 차례 음식과 함께 떡국이 올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던 촛불집회는 이날 이 합동 차례 행사로 갈음됐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모여 분향소에 국화꽃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참석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 시신수습조차 못한 아홉 분도 참혹한 일을 겪은 가족들도 때마다 자식들을 앞에 놓고 차례를 지내는 참혹한 모습을 견디기 어렵다"면서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2016년 말부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동력은 최순실 사태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였다고 확신한다"면서 "올해 대한민국이 새로운 출발을 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생명이 무시되지 않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나라, 진실이 은폐되지 않는 나라, 특히 강자들에 의해 다수의 약자가 희생되지 않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 보수·진보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국가 대개조를 외쳤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통령이 지금 탄핵당하고 있다"면서 "천만 촛불이 어디서 왔는가. 저는 저 팽목항 바다 깊은 곳에서 맑은 영혼들이 떠올라 깊은 어둠 속에 잠긴 대한민국을 구석구석 흔들어 깨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제2의 특조위는 구성돼야 하고 반드시 진실 속에 책임이 규명돼야 한다"면서 "기를 쓰고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입법을 저지했던 수구세력들이 지금 갈라져 있는 상황이다. (제2의 특조위를 만들기 위한)특별법을 통과시키기에 가장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정권교체를 해달라고 요구할 자격을 얻으려면 2월 임시국회 때 최우선으로 세월호 특조위 구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 각오로 2월 임시국회 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구속되고 제2의 특조위 만들어야"한편, 전 위원장은 "(세배를 받지 않고 차례를 지내는 것)이것만으로도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직까지도 아이들의 안식처조차 만들어주지 못한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함께하신 분들, 여기 계시지 않아도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주셨던 분들, 그 덕분에 우리 (세월호) 가족들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 해 건강하십시오라고 인사드리고 싶다"고 인사했다.
특히 촛불집회 등을 통해 다시 동력을 얻고 있는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전 위원장은 "새해에는 덕담을 나누지 않나. 덕담을 함께 하고자 한다"면서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첫 번째 덕담은 '박근혜 탄핵되고 구속되는 것'이다. 두 번째 덕담은 '세월호 인양해서 미수습자 아홉 분이 하루라도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 번째 덕담은 '제2의 특조위(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으로 인해서 특조위가 해산됐는데 지금 제2의 특조위를 만들기 위해 법안을 발의됐다. 네 번째 덕담은 아이들의 안식처를 만드는 것이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양심 있는 국가라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합동 차례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국화를 놓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차례에 참석한 이들은 '평등세상을 향한 집밥'에서 준비한 떡국 나눔 행사에 참석했다.
퇴진행동 측은 내달 4일 다시 같은 장소에서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특히 같은 날 오후 2시 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는 집회를 강남에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