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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6년 2월에 아들을 순산한 제선 페마 부탄 왕비와 왕추크 국왕
지난 2016년 2월에 아들을 순산한 제선 페마 부탄 왕비와 왕추크 국왕 ⓒ Jetsun Pema 부탄 왕비 페이스북에서

지난달 16일 부탄 팀푸에 살고 있는 치미 뎀(Chimi Dem)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페이스 북을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나는 2012년에 부탄 여행을 갔을 때 그녀로부터 톡톡히 신세를 진 바 있다.

아내와 나는 당시 배낭을 메고 인도 다르질링과 시킴을 여행하고, 인도-부탄 국경도시 푼촐링에서 육로를 통해 부탄으로 입국했다. 부탄은 개인적으로 배낭여행을 할 수 없고, 국가에서 지정한 가이드를 통해서만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다. 우리는 푼촐링에서 가이드를 만나 팀푸로 들어갔었다.

그런데 여행 도중 불행하게도 아내가 푼촐링의 어느 사원 계단에서 발을 잘 못 디뎌 발목을 크게 삐는 불상사가 일어나 걸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부탄은 여행자에게도 병원 치료비가 무료이지만 병원 시설과 의료 기술은 매우 열악하기 그지없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응급처방을 받았지만, 아내는 걸을 수가 없었다.

휠체어가 필요했다. 그러나 휠체어를 구하려고 했지만, 의료시설이 열악하여 렌트를 할 수도 없고 구입을 할 수도 없었다. 휠체어가 없으면 여행을 중단하거나 아니면 꼼짝없이 호텔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딱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버스를 타고 팀푸까지는 겨우 도착을 했지만, 아내는 한 걸음도 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날 밤 여행사를 하는 치미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왔다. 호텔 로비로 나가보니 놀랍게도 그녀는 휠체어를 밀고 왔다! (나중에 귀국을 하여 진찰을 해보니 아내는 아킬레스건이 부러져 수술을 받고 거의 1년 동안 휠체어 신세를 져야만 했다)

 2012년도 부탄여행 시 발목을 크게 삐인 아내는 치미가 빌려준 훨체어 덕분에 부탄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2012년도 부탄여행 시 발목을 크게 삐인 아내는 치미가 빌려준 훨체어 덕분에 부탄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 최오균
그녀는 부탄을 여행하는 도중에 다치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를 하며, 그녀의 어머니가 사용하고 있는 휠체어를 가져왔다고 했다. 치미의 어머니는 무릎이 좋지 않아 방콕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에도 휠체어가 필요하여 방콕에서 구입을 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집에 계시므로 괜찮으니 여행을 하는 동안 아내더러 휠체어를 사용하라고 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덕분에 아내는 그 휠체어를 타고 부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내내 치미는 아내를 세세하게 챙겨주고 보살펴 주었다. 우리는 여행을 하는 동안 치미에게 톡톡히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지냈다. 그런 치미가 한국에 오다니 너무도 반가웠다. 치미는 지난 1월 16일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나는 치미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연락을 할 수 있느냐고 댓글을 달았다.

"무슨 일로 치미가 한국에 다 왔을까요? 어떻게 좀 연락을 해봐요. 꼭 한번 만나고 싶어요."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아 놓았으니 아마 연락이 올 거요."

4년 만에 감격의 재회를 한 부탄의 치미

이틀 후에 치미가 연락처와 함께 아내의 안부를 묻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즉시 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저편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한국에 왔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한국과 부탄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부탄 관광홍보 로드쇼'에 참석하기 위해 부탄관청 인사 30여 명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고 했다. 로드쇼는 1월 17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경주, 부산을 차례를 방문하고 28일 날 서울로 상경하여 30일 날 부탄으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는 29일 날 점심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치미! 그녀를 꼭 만나고 싶었다. 마침내 지난달 29일 치미와 연락이 되어 오후 1시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서 치미를 만났다. 거리에는 진눈깨비가 휘날리고 있었다. 치미는 만면에 함박웃음을 가득 지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 저 행복한 얼굴! 4년 만의 재회였다. 그녀는 사촌 조카와 함께 왔다며 조카를 소개했다. 길레라고 소개를 한 조카는 대학생인데 한국이 너무나 좋아 이모를 따라 함께 여행을 왔다고 했다. 티 없이 맑고 눈가에 웃음이 가득한 길레는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모습이다.

 한국-부탄 30주년 수교 행사(Bhutan Korea Friendship Offer)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부탄의 아세스 부탄 여행사 치미 뎀(Chimi Dem)사장과 그녀의 조카(인천공항).
한국-부탄 30주년 수교 행사(Bhutan Korea Friendship Offer)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부탄의 아세스 부탄 여행사 치미 뎀(Chimi Dem)사장과 그녀의 조카(인천공항). ⓒ Chimi Dem

나는 치미와 그녀의 조카를 차에 태우고 인사동 한정식집으로 갔다. 아무래도 한국 전통음식을 맛보게 하는 것이 좋을 같아서였다. 치미는 채식주의자인데 30여 가지나 나오는 한정식 메뉴를 보고 눈을 크게 뜨며 놀랬다.

"와아, 이렇게 많은 음식이 나오다니 정말 놀랍군요."

"집에서도 매일 이렇게 싱싱한 야채를 먹나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피부가 고운 모양이네요!"
"하하, 집에서는 이렇게 많은 음식은 아니지만 우린 매일 싱싱한 김치를 먹지요." 

치미는 메뉴 중에서 채식만 골라서 맛있게 먹었다. 치미와 조카는 한국이 너무 좋다고 했다. 2주 동안의 한국 방문이 꿈결처럼 지나가 버렸다고 했다. 우리는 한국 전통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휠체어를 빌려준 그녀의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그녀의 안부를 묻자 2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치미의 어머니는 72세를 일기로 타계하셨는데, 위암이 악화되어 운명을 하셨다고 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운명 소식을 전하면서도 시종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나는 치미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아마 어머님은 극락세계에 가셔서 편안하게 살고 계실 것이라고 위로를 했다. 부탄은 불교를 국교로 삼고 있다. 내생과 환생을 믿는 부탄 사람들은 죽음도 삶의 일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므로 차분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서민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탄 국왕의 근황이 궁금했다. 내가 왕추크 부탄 국왕의 근황에 대하여 묻자, 젊은 국왕은 여전히 작은 캐빈에 살며 간혹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왕궁으로 출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국왕은 지난해 2월 득남을 했다고 한다. 평범한 서민 출신인 페마 왕비와 연애결혼을 하여 서민처럼 겸손하게 살아가는 국왕을 부탄 사람들은 모두가 여전히 존경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출신인 왕추크 국왕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은 '국민 총생산'보다는 '국민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그래서 부탄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늘 세계 1위다. 왕추크(Wangchuck) 국왕과 제선 페마(Jetsun Pema) 왕비는 각자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사진을 올리고 공유를 하며 국민들과 수시로 의사소통을 한다. 팔로우는 국왕보다 왕비가 훨씬 많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으며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부탄 왕실과 국민들이 부럽기만 하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부탄 여행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지난번에는 발목이 삐어 휠체어 신세만 지고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부탄을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어요."
"맞아요! 꼭 다시 한번 방문해서 제대로 부탄 관광을 하셔야죠. 그런데요, 올해에 방문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부탄은 한국과 수교 30년을 맞이하여 올해 여름 3개월 동안 한국인을 위한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아, 그래요? 어떤 내용이지요?"

부탄은 통상 하루에 최소한 250달러 상당의 여행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 여행경비에는 숙박, 가이드비용, 식사, 입장료, 국가에 지불하는 로열티(1일 65달러)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3인 미만 단체는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하고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요금도 달라진다.

그런데 치미의 설명에 의하면 부탄-한국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한국인에게만 대폭 할인을 한 특별요금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고 한다. 치미가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방문객들은 1인 1박당 미화 200달러의 필수 최소 일일 패키지 요금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정부로얄티 1인 1박당 65달러는 지불함 ▲ 부탄국적 항공사(Bhutan Airline, Druk Air) 이용운임 30% 할인 ▲ 부탄 국내 호텔비용 50% 할인 ▲ 3명 미만 관광객에 대한 추가 요금 제외(통상 1인 방문 40달러, 2인 방문 30달러 지불) ▲ 첫 방문단 부탄 도착 시 특별 리셉션 행사 ▲ 방문단의 다양한 서비스 선택 등이다. 단 방문객은 부탄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고.

 현 부탄 국왕과 왕비가 결혼식을 올렸던 아름다운 푸나카 사원
현 부탄 국왕과 왕비가 결혼식을 올렸던 아름다운 푸나카 사원 ⓒ 최오균

이번 프로모션 기간에는 한국에서 부탄까지 직항 전세기를 운항할 예정이라고 한다. 히말라야 산간에 위치한 부탄은 현재 한국에서는 주로 방콕, 카트만두를 경유해서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직항 전세기를 운항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포로모션 기간에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6월 4일~7일 사이에는 부탄 왕비 탄신일을 맞이하여 꽃박람회를 개최하고, 7월 5일~6일 사이에는 하 계곡(Haa Valley)에 여름축제가 열려 부탄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8월 15일~16일 이틀간에는 송이버섯 축제가 열려 부탄의 청정 송이버섯을 맘껏 즐길 수가 있다(부탄관광청 홈페이지 참조:http://www.tourism.gov.bt/announcements/bhutan-korea-friendship-offer).

부탄여행은 통상 하루에 1인당 250달러(3인 이상 그룹, 성수기인 3월~5월, 9월~11월에는 250달러, 그 외의 비수기 200달러)의 여행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거기에 1인 여행 시에는 하루 40달러, 2인 여행 시에는 하루 30달러의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수기에 홀로 여행을 할 경우에는 하루 29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특별 프로모션 기간 중에는 한국인은 그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1박에 65달러만 내면 되는 파격적인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부탄 여행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올 6월~8월 사이가 가장 싼 값으로 부탄을 여행할 수 있는 절호의 좋은 기회이다.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부탄사람들

2주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치미는 한국의 먹거리와 쇼핑, 풍경,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에게 푹 빠졌다고 하며, "아이 러브 코리아"를 여러 번 외쳤다. 그리고 귀국을 하면 아내와 한국말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하여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헤어질 무렵 그녀는 'K5 히말라얀 위스키' 한 병을 선물로 내밀었다.

그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점심을 먹는 내내 우리 부부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늘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상대방을 깊은 이해심으로 배려할 줄 아는 그들의 마음이 시종 전달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들은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근심과 걱정은 전혀 없다는 듯 시종 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먹을 때도 웃고, 말을 할 때도 웃었다. 평소에 웃음이 부족한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소문만복래,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도 좀 더 많이 웃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국-부탄 30주년 수교 행사(Bhutan Korea Friendship Offer)에 온 부탄의 아세스 부탄 여행사 사지장 치미 뎀(Chimi Dem)과 그녀의 조카.
한국-부탄 30주년 수교 행사(Bhutan Korea Friendship Offer)에 온 부탄의 아세스 부탄 여행사 사지장 치미 뎀(Chimi Dem)과 그녀의 조카. ⓒ Chimi Dem

인사동 거리로 나오니 진눈깨비가 더욱 세차게 내렸다. 우리는 잠시 진눈깨비 내리는 인사동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한국전통 기념품 숍에 들어가 잠시 쇼핑을 했다. 치미는 자개로 만든 작은 보석 상자를 샀고, 치미의 조카는 자개 손거울을 샀다. 아내는 그들에게 자개로 만든 명함 케이스를 사서 선물했다. 점심까지 대접 받았다며 한사코 선물을 사양했지만, 아내는 작은 선물이라며 그들의 손에 명함 케이스를 쥐어 주었다.

치미는 소소한 쇼핑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설 명절이라서 동대문 시장과 남대문 시장이 거의 문을 닫아 쇼핑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산 제품은 품질도 좋지만, 가격도 매우 싸서 내일은 꼭 시장에 가서 쇼핑해야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들을 숙소인 명동까지 데려다주었다.

"미스터 초이, 꼭 부탄에 다시 한번 오세요. 그리고 다음에 오시면 저희 집에서 그냥 머무세요."
"하하, 고마워요. 꼭 다시 한번 갈게요."

치미와 그녀 조카 길레는 눈처럼 하얀 미소를 지으며 진눈깨비 내리는 명동거리로 손을 흔들며 사라져 갔다. 행복 바이러스를 무한으로 전염시키는 사람들... 아내와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들로부터 전염된 행복 바이러스로 괜스레 마음이 행복하고 뿌듯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이렇게 순간순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쁜 만남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부탄 수교 30주년 특별 포로모션#국민행복지수#부탄여행#부탄 국왕과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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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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