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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앞에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 

①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②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 거짓말을 하고 자료를 조작했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당일 몸이 좋지 않아 관저에 있었지만 대통령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대통령 대리인단은 같은 주장을 펼쳤고, 대통령의 자세한 행적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고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대리인단은 이 같은 주장에 쐐기를 박기 위해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을 헌재 증언대에 세웠다. 그러나 대리인단의 생각과 달리 증언은 서로 엇갈렸다.

특히, 지난 1일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의 증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해, 정상적인 참사 대응을 못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했다'는 대리인단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대리인단이 이 같은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정상적으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했으면서도 정상적인 참사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대통령 탄핵 사유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수렁에 빠진 박 대통령 쪽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의문①] 대형 인명 피해 가능성에도 손 놓은 대통령

세월호참사 당일 중대본 방문한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세월호참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세월호참사 당일 중대본 방문한 박근혜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세월호참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11시 23분 국가안보실장의 유선보고(4보) 받고 통화'

박근혜 대통령 쪽이 공개한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 중 하나다. 한 줄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이 통화 내용은 지난해 12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밝힌 바 있다. 김장수 전 실장은 "구조되지 않은 인원이 실종되거나 선체에 잔류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보고했다"라고 했다.

이 전화 통화 3분 전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실로부터 구조 상황 보고서를 받아 검토했다. 주요 내용은 '11:00 현재 161명 구조, 10:49 선체 전복(침몰 선체 사진 첨부)'이다. 세월호에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객 338명을 포함해 474명이 타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박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보고와 김장수 실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인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474명이 탄 세월호는 선체가 전복돼 침몰하고 있고, 이중 161명만 구조됐고 313명은 실종됐거나 선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300명이 넘는 대형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적 재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고, 관저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이 오후 2시 50분에서야 위기 상황임을 인식했다는 대리인단의 주장은 거짓말을 가능성이 높다. 거짓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은 직무 유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문①] 왜 대통령만 위기 상황 몰랐나

박 대통령에게는 변명거리가 준비돼있다. 관계기관(해경)의 잘못된 보고와 언론의 오보다. 실제 대리인단은 헌재에 낸 자료에서 "(박 대통령이)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시로 보고받고 지시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잘못된 보고와 언론의 오보가 겹쳐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그럴까. 언론의 오보부터 살펴보자. 당시 오전 11시께 언론에서는 단원고 학생(320여 명) 또는 학생·교사(330여 명)가 전원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낮 12시 이전에는 모두 오보임이 드러났다.

낮 12시 5분 박 대통령은 사회안전비서관으로부터 오전 11시 50분 기준으로 162명이 구조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세월호 선체가 전복된 후 1시간이 지나는 동안 1명만 추가 구조했다는 내용이다. 언론 오보 탓에 혼란스러웠다고 해도, 낮 12시 5분에는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경의 잘못된 보고가 박 대통령의 상황 판단에 혼선을 줬을까.

박 대통령은 오후 1시 7분 해경이 190명을 추가 구조해 총 구조 인원이 370명이라는 사회안전비서관의 보고서를 받아 검토했다. 6분 뒤 김장수 실장은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해경의 보고를 그대로 믿었다고 해도, 아직 100여 명이 구조되지 못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국가안보실도 이를 알고 있었다. 김규현 수석은 "(해경이 실제로 190명을 추가 구조했다고 해도) 100여 명이 배 안에 있었기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왜 박 대통령만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말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의문③] 대통령-김장수 실장 통화는 조작됐나?

이야기 나누는 서석구 변호사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야기 나누는 서석구 변호사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대리인단이 자료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 김장수 당시 실장이 다섯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대리인단은 낮 12시 50분 박 대통령과 최원영 당시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이 10분 동안 통화했다면서 그 근거로 통화 기록을 언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김장수 실장이 통화한 기록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진성 재판관은 지난달 10일 3차 변론 때 대리인단에 박 대통령과 김장수 실장의 통화기록을 제출해달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대표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리인단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일 10차 변론에서 이진성 재판관이 김규현 수석에게 박 대통령과 김장수 실장의 통화 기록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규현 수석은 "그런 기록은 없다"라고 답했다.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또 있다. 청와대는 2014년 국회 국정조사에서 처음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밝혔다. 박 대통령과 김 실장의 다섯 차례 전화통화 중 네 차례는 김장수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박 대통령이 김 실장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바뀌었다.

대리인단이 이후에도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조작 의혹은 계속 제기될 수 있다. 근거를 찾는다 해도 웃을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위기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쪽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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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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